한번은 본과 졸업을 앞 둔 한 여학생이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내게 우리 학년에 나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둘 있는데 제가 어느 학생과 사귀는 것이 좋을까요 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내가 그 반의 구체적인 상황을 몰라 어렵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를 가르치셨으니 우리 학생들을 모두 잘 아실 것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자네는 매일 그들과 만나지만 나는 수업이 끝나면 가버리니 이 일은 결정할 수 없다고 했었습니다. 졸업한 뒤 학교를 떠나기 전에 또 만나러 왔기에 어떻게 결정했느냐고 물어 보았는데, 둘 다 장점이 있어 많이 망설이다가 아무도 택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졸업 2 년 뒤에 다른 교수님의 석사과정에 들어와서 다녔는데, 다시 나를 찾아와 교수님 제가 새로이 두 학생을 사귀게 되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왜 두 사람이지? 한 사람과 만나도 바쁠텐데.” “선생님.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 거거든요. 한 사람은 미국 사람이고, 한 사람은 중국 사람이예요.”“그러면 누구를 고를 거야?”“제가 그 사람들의 자료를 다 가져 왔거든요. 사진도 있고, 이력서도 있으니까 누가 좋을지 제 대신에 심사해 주세요.” 라고 하기에 역시 내가 결정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석사과정을 마칠 때 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혼자서 떠나버렸고, 지금은 어느 덧 45세가 되었는데도 아직 혼자서 살고 있습니다. 그녀가 그렇게 된 것이 바로 담기膽氣가 허虚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전 하루는 그녀가 내가 쓴 우울증에 대해 쓴 한 편의 글을 보고 나를 찾아왔더군요. “선생님. 제가 이제 마흔이 다 되어 가는데 한의원 개원도 못했고, 결혼도 못했습니다. 평소 무얼 하든지 겁이 나면서 무섭고, 지금은 생각과 움직임이 다 느려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글에서 쓰신 그대로 입니다. 제가 우울증에 걸린게 아닐까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네는 아직 우울증에 걸린 것은 아니고 우울경향이 있을 뿐일세. 자네에게서 가장 중요한 점은 날 때 부터 심담양허心膽陽虚하면서 기氣가 허하여 어떤 일을 하든지 모두 우물쭈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일세.”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이런 정황은 그녀의 선천적인 결단기능決斷機能이 부족함으로써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소양병은 정신정지精神情志방면의 증후에 관계되므로 우리는 늘 소양병을 치료하는 주요방제인 시호제柴胡劑로 임상에서 일부 정신신지精神神志방면의 조절이 잘못된 증후를 치료합니다. 이것은 주로 담膽이 소설疏泄과, 결단決斷을 맡아보아 맺힌 정서를 풀어주는 생리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간에 깃든 상화相火에 대해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오장육부의 양기를 모두 화火라 부르는데, 심의 양기를 군화君火라고 부르는 것을 빼고 나머지 장기의 양기를 모두 상화라고 합니다. 소양의 상화는 지나치게 치솟거나 맹렬하지 않은데 왜냐하면 그 양기는 일양一陽,소양小陽이기 때문입니다. 담膽에 깃든 상화는 바로 이 양기이므로 지나치게 치솟거나 맹렬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작용부위는 온 몸에 걸쳐 있어 오장 육부의 신진대사를 따뜻하게하여 도와주는 작용을 하는데 이를 오장육부의 신진대사가 왕성하고 활발해지려면 소양상화의 힘, 소양일양기운의 이런 촉진의 힘을 빌려야 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내경에서 “범십일장, 취결우담야凡十一臟,取決于膽也”라는 말이 있는 것입니다. 오장육부는 합하면 열 하나이므로 열 한개 장기란 말은 바로 오장육부를 가리키는 말로 오장육부는 당연히 스스로의 고유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말의 의미는 이런 각종 기능이 활발하게 활약하기를 바란다면 소양 일양의 기운에게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 수소양 삼초手少陽三焦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삼초에서의 초焦는 《六書》중에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입니다. 금문金文을 보면 위의 꽁지 짧은 새란 의미의 초隹와 아래의 화火가 모인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의 뜻은 새를 불로 굽는다는 뜻이었는데, 일반적으로 불을 쬐어 누렇게 변하거나 숯이 되도록 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다경茶經》에서는 “초, 반지근탄야焦,燔之近炭也”라고 해서 초로 찻잎을 거의 숯이 되도록 덖는 것을 나타냈습니다. 숯을 구울 때는 숯가마에 나무를 넣고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한 다음 불을 때서 불순물을 제거하여 가장 잘 탈 수 있는 상태가 될 때까지 열을 올립니다. 곧 최고의 열량을 낼 수 있을 그 바로 전까지 태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초는 태운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 안에서 태운다는 것은 사실 에너지 대사로 에너지를 바꾸는 것을 말합니다. 삼초의 삼三은 많다는 뜻이니 인체 전신 여러 곳에서 에너지를 전환라고 대사代謝하는 장소를 모두 삼초라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이 삼초라는 말을 쓴 데는 매우 깊은 뜻이 있습니다. 모든 세포가 에너지 대사와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고, 모든 조직이 에너지를 대사하고 전환할 수 있으며, 모든 기관이 에너지를 대사하고 전환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대사와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삼초입니다. 그래서 온 몸 곳곳이 삼초가 아닌 곳이 없으므로 온 몸 곳곳이 삼초입니다. 후세의 의가 들 중 삼초의 구체적인 형태를 찾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한의 고대 저술에 대한 하나의 오해로 실제로는 온 몸의 세포, 조직, 기관들에서 에너지 대사 기능, 에너지 전환기능들을 갖춘 모든 장소를 모두 뭉뚱그려 삼초라고 한 것입니다. 황제내경에서는 삼초가 바로 “원기의 별사元氣之别使”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원기元氣가 무엇인가요? 원기는 바로 에너지이므로 에너지 대사의 장소가 삼초입니다. 삼초는 에너지 대사 장소일 뿐 만 아니라 에너지를 전달하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우리 한의학에서는 에너지란 말을 쓰지 않고 기氣, 수水, 화火란 말을 쓰므로 수화기기水火氣機의 길이 바로 삼초입니다. 우리가 태양병편에서 일찌기 “삼초방광자, 주리호모기응三焦膀胱者,腠理毫毛其應”이란 말을 인용한 적이 있는데 모두들 이 말을 기억할 것입니다. 이른바 “삼초방광자, 주리호모기응三焦膀胱者,腠理毫毛其應”이라고 한 것은 삼초와 태양주표의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태양의 양기는 하초에서 변화되어 생겨납니다. 신양腎陽의 온후작용温煦作用아래 방광의 기화를 거침으로써 태양의 양기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태양의 양기는 방광경맥을 통해, 삼초를 통해 체표로 퍼지는데 체표로 퍼진 뒤 기부肌膚를 온양温養하고 체온體温을 조절調節하며 외사外邪를 방어防禦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황제내경에서 “삼초방광자三焦膀胱者” 곧 삼초부와 방광부는, “주리호모기응腠理毫毛其應”이라 하여 주리 호모의 정상적인 생리기능과, 주리 호모의 정상적인 호위기능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삼초의 기운 흐름이 잘 돌아가면 태양표의 기운도 조화되는 것입니다. 소양 담부의 입장에서 보면 담부의 정즙 배출이 규율을 따라 잘 이루어져야 양명의 기운이 내려가고, 태음의 기운이 올라가며, 양명이 수납할 수 있고, 태음이 운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양 삼초의 기운 흐름이 잘 흘러가면 태양의 표기도 조화됩니다. 이처럼 소양이 표를 맡아보지도 않고 리를 맡아보지도 않지만 소양 삼초의 기운이 잘 흐르는 것이 표와도 리와도 관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아두세요.
이어서 소양 생리의 마지막으로 소양의 양기陽氣를 살펴 보겠습니다. 소양의 양기는 바로 우리가 좀 전에 얘기했던 상화相火인데 그 량量이 어느 정도인가요? 량이 많지 않습니다. 삼양 중에서 소양少陽의 양기 량이 가장 작고, 가장 약해 일양一陽, 소양小陽이라고 불렸습니다. 후세에 의가들은 유양幼陽、치양稚陽、눈양嫩陽이라고도 했는데 무릇 치눈稚嫩하다、유소幼小하다는 이 말들은 모두 소양 양기의 량을 꾸미는 말입니다. 그것은 지나치거나 강렬하지 않아서 해가 처음 떠오를 때와 같지만 조금씩 자라나는데 이것이 소양 양기의 특징입니다. 이 약한 양, 어린 양은 아이처럼 활발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며, 큰 에너지는 없으면서 불항불렬不亢不烈하여 처음 뜨는 해처럼 서서히 떠올라 온 몸에 두루 퍼집니다. 우리가 조금 전에 말한대로 소양에 깃든 상화는 오장육부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조절하는 작용이 있으므로 그 작용부위가 온 몸에 미치며, 온 몸을 매우 잘 따뜻하게 하고 자라나게 하며, 전신 오장육부의 생리기능을 돋우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다시 기억을 살려봅시다. 왜 태양이 표表를 맡아본다고 했죠? 그것은 태양의 양기가 몸의 겉을 돌아다니며 피부를 따뜻하게 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외사를 방어하는 작용을 하므로 우리가 태양이 표表를 주主한다고 한 것인데 주主는 관리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체표의 양기가 풍한사기에 침범을 받으면 우리가 이를 당연히 태양병이라 한 것입니다. 우리는 왜 양명이 리裏를 주主한 다고 하나요? 그것은 양명의 양기가 위장도胃膓道에 작용하기 때문으로 위장도의 양기를 우리는 양명의 양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것은 수곡을 삭이는 작용이 있는데 수곡을 삭이는데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그것은 조박糟粕으로 변화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수곡의 찌꺼기를 조박으로 만들려도 에너지가 필요하겠죠? 그리고 우리는 양명이 리裏를 主주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또 위장도가 인체의 가장 안 쪽에 있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소양의 경맥은 사람의 측면에 있고, 소양의 담부膽腑도 인체의 한 쪽에 치우쳐 있습지다. 그러면 소양 양기의 작용 부위는 어디일까요? 소양 양기의 작용부위는 전신입니다. 삼초의 기운흐름이 좋아 삼초의 양기인 상화相火가 막히지 않을 때는 태양의 표기表氣도 조화로우므로 삼초는 태양이 표表를 관리하는 것과 관계가 있고, 담부 기운흐름이 잘 되어 담부 상화가 왕성하고 정즙精汁을 갈무리는 기능이 정상이면 비위의 기운의 오르내림과 비위의 수납과운화도 잘 이루어지므로 담은 양명이 리裏를 관리 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렇듯 소양은 홀로 표를 주하지도 않고, 홀로 리를 주하지도 않지만 태양이 표를 주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으며 양명이 리를 주하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세에서 태양이 표를 주하고 양명이 리를 주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소양을 반표반리中表半裏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반표반리란 반은 표表이고 반은 리裏란 말일까요? 만약 반은 표이고 반이 리라면 표증表證에는 계지탕을 쓰고 리증裏證에는 백호탕을 쓰므로 계지탕과 백호탕을 합방하여 소양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반표반리는 반은 표이고 반은 리인 것이 아닙니다. 또한 표리 사이에 낀 곳, 표리사이에 끼어있는 층을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책에서는 소양이 밖으로는 태양과 가깝고, 안으로는 양명과 닿아있어 안팎의 낀 곳, 안팎에 끼어있는 층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태양은 주표하므로 피모를 표表라고 했고, 양명은 주리하므로 근육이 리裏라고 했는데 그러면 소양은 어디라야 할까요? 그는 피부의 안쪽, 근육의 바깥쪽에 있는 지막脂膜을 소양少陽이라 했습니다. 그러면 그 지방층이 사기를 받은 것이 소양병이 되는 셈인데 과연 옳은 말일까요? 전혀 옳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태양주표에서 표表를 온몸의 구멍으로 보았고, 양명주리에서 리裏를 위장이라고 보았는데 그러면 소양을 어디라고 보았을까요? 신체의 구멍 안쪽이면서 위장의 바깥쪽이니 흉복강胸腹腔이란 말이 되는데 흉복강을 소양이 주관하는 부위로 보는 이런 이해가 옳을까요? 이 또한 아주 틀립니다. 그렇죠? 우리는 소양경맥이 비롯 인체의 측면에 있고, 소양 담부가 비록 인체의 한 쪽에 치우쳐 있지만 소양양기와 소양 상화의 기능은 전신에 작용하여 밖으로는 태양과 어울릴 수 있고, 안으로는 양명과 양명, 태음과 어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드나드는 문에서 문의 축이 한 쪽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문의 바깥 쪽은 우리가 태양이 밖에서 오는 풍한을 막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고, 안쪽은 우리가 양명이 방 내부의 온도를 지키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으며, 그리고 소양少陽의 경經과 부腑는 문의 축처럼 문의 한 쪽에 달려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문의 축에 달린 경첩이 매끄럽게 작동되면 문 전체의 열리고 닫히는 것도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양주추少陽主樞라고 부릅니다. 소양은 문 한 쪽의 돌쩌귀와 같은데 문의 돌쩌귀의 움직임이 부드러우면 문을 밖으로 밀어 열고 안으로 당겨 닫는 것이 쉽습니다. 우리 인체의 소양경과 소양 담부도 비록 인체의 한 쪽에 있지만 그 기운흐름이 막힘없이 흐르며 삼초의 기운흐름도 막히지 않고 흐르면 표의 기운과 리의 기운이 고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소양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반표반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른바 반표반리는 표 그리고 리와 구별되지만 표리 모두와 관련이 있습니다. 반표반리는 표도 아니고 리도 아니며, 밖에 드러나있지도 않고 안에 숨어있지도 않습니다. 반은 표이고 반은 리인 것도 아니며, 표리사이에 끼어있는 층은 더욱 아닙니다. 소양의 생리에 관해 이만큼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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