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중의思考中醫

태양병 강요-5

臥嘗 齋 2025. 1. 28. 16:53

(3)왜 “병丙”자를 썼나.
병病자가 만들어진 연유에 대해서 이미 토론했었는데, 우리 바로 여기에서 출발하여 또 다른 화제로 옮겨 들어가 보자. 앞의 토론으로 병病자에 병丙을 쓴 것은 방方을 쓴 것이며, 그 목적이 질병의 상관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란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병丙을 쓴 것이 방方을 쓰기 위한 것이라면 갑甲을 쓸 수도 있는데 왜 병丙을 골랐을까? 천간天干은 갑에서 시작하므로 천간을 쓰려면 먼저 갑甲을 고르는 것이 마땅하다. 처음 글자를 만든 성인圣人께서 갑을 골랐으면 오늘날 우리는 “병丙”이 아닌 “갑甲”으로 읽어야 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성부声符,声部, 곧 발음发音만으로는 그렇게 글자 전체와 커다란 관계가 없어야 한다. 이것은 하나의 습관적 문제로 , 결혼 전 여자 친구가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이모라고 부르다가 결혼 한 뒤 갑자기 어머니로 바꿔 부르게 되면 정말 처음에는 매우 자연스럽지 못해 거북하지만 이것은 별 관계가 없다. 시간이 이 삼개월만 지나 습관이 되면 편해진다.
그러나 앞의 생각들은 병病자를 만들 때 왜 성부声部로 병丙을 써야만 했다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

① 군주지관君主之官,신명출언神明出焉
병病에서 병丙을 쓰게 된 데는 병의 특이성特异性에 있다. 그 특이성은 어떤 것 일까? 병丙은 십천간十天干속에서 남방南方,화火、심心에 속하는데 이 남방, 이 화火,이 심心에는 어떤 작용이 있나? 아마도 의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은 이 작용을 납득하기 어려울 지 모른다. 지금 각도를 바꿔 《소문》 “영란비전론灵兰秘典论”의 내용을 따라 이야기해 보자. 《소문》속에는 생물生物적,우주宇宙적,심리心理적,그리고 또 사회社会적 등의 매우 많은 의학 표준양식이 있는데, 이 “영란비전론”에서는 사회적 각도로 의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이 남방, 이 심心에는 무슨 의의가 있을까?여기서 “심자心者, 군주지관君主之官,신명출언神明出焉.”이라고 했는데 군주지관君主之官이란 어떤 개념概念인가?군주란 한 나라를 두고 말하자면 미국에서는 대통령, 중국에서는 주석이라는 것을 모두들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ㅓ다. 대통령이나 주석은 국가에 관건적이고 결정적 작용을 한다는 것은 많은 말이 필요없다. 《소문·영란비전론》은 십이관十二官의 작용 하나하나를 말한 뒤 모두를 결론지어 “범차십이관자凡此十二官者,부득상실야不得相失也。고주명즉하안故主明则下安,이차양생즉수以此养生则寿,몰세불태殁世不殆,이위천하즉대창以为天下则大昌。주불명즉십이관위主不明则十二官危,사도폐색이불통使道闭塞而不通,형내대상形乃大伤,이차양생즉앙以此养生则殃,이위천하자以为天下者,기종대위其宗大危,계지계지戒之戒之!”라고 말했다. 주명즉하안主明则下安이란 말은 군주가 되는 기관이 기능을 잘 하면 온 몸이, 열두기관 모두가 안정되며, 이렇게 삶을 가꾸어 가면 오래 살 수 있다고 한 것이므로 몸을 잘 가꾸고 오래 살려면 어떤 방법을 쓰든지 주명主明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를 봐도 그러한데 수천 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어느 왕조, 어느 시대든지 명군明君이 다스리면 천하가 안정되어 백성들이 살기 편했다. 그러나 혼군昏君을 만나면 세상이 끔찍하게 바뀌어,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지며, 백성이 괴로워진다. 《소문·영란비전론》은 우리에게 이 심心、이 남방화南方火가 하나의 주재主宰로서 온 몸의 관건关键이 되므로 건강健康도 장수长寿도, 요절夭折까지도 모두 이 심과 남방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병이 들고 안 들고도 이 심을 살펴야 하는 것이다. 병病이란 글자에 왜 병丙을 골라 썼을까?그 이치를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한의학이 “공심攻心”할 뿐 “공성攻城”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글자가 만들어진 이유로 증명된다. 병법兵法에서 말하기를 공심攻心이 상책이요, 공성攻城은 하책이라 했다. 그러므로 여러분들이 공성만 알고 공심할 줄 모르면 한의사가 아니거나 좋은 의사가 될 수 없다. 어떤 것이 공성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공심인지 여러분은 모두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②십구병기 十九病机
그 밖에 우리는 십구병기의 관점에서도 병자를 쓴 이유를 찾아 볼 수 있다. 십구병기에서 오장병기五藏病机가 다섯 조문이고, 상하병기上下病机가 각 한 조문으로 합하면 일곱 조문이다. 그리고 풍한습风寒湿의 병기가 각 한 조문이어서 더하면 모두 열 조문인데 그리고 남아 있는 아홉 조문은 모두 화열火热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아홉에 오장 병기중의 심心 조문 하나를 더하게 되면 모두 열 조문이 되어 절반을 넘어가므로 화열이 주도권을 쥘 수 있다. 병기를 말하면서 그 앞에 황제가 “부백병지생야夫百病之生也,개생우풍한서습조화皆生于风寒暑湿燥火”라 했는데 이는 바로 모든 병이 오방五方의 요인들과 모두 관계된다 한 것이다. 그런데 기백岐伯은 왜 병기를 구체적으로 말하면서 다른 요인을 제쳐두고 화열火热, 남방南方을 주로 말했을까? 이것은 뚜렷이 앞의 《소문·영란비전론》에서 말하는 군주君主의 의미와 서로 호응呼应하는 것이다. 질병이 비록 모든 방면의 요인들과 관련되지만 가장 중요하고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단지 하나뿐인 것이다. 하나의 국가로 보면 정부에서 모든 부서가 다 매우 중요하여 외교부도 기재부도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요인들은 반드시 더욱 관건적인 요인에 복종해야 만 한다. 글자를 만든 선성先圣께서 병丙을 고르고, 갑甲이라든지 다른 글을 고르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문제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이 매우 깊은 뜻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병病이란 글자가 만들어 진 이유를 살펴보면서 여러 문제들을 이끌어 내어 생각하게 되었고, 이로써 병病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으며, 한의학에 대해서도 “사과반의思过半矣”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 말이 너무 주제넘은 말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겠다. 어떤 의학이든지 두 가지 문제를 연구할 뿐인데 하나는 질병의 발생이 어떤 요인과 관계가 있는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질병의 치료가 어떤 요인과 관련되어 있는지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병病이란 글자 속에 이미 뚜렷하게 이 두 가지의 관계되는 요인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병病자를 여러분들은 모두 잘 연구하고 다듬어야 한다. 우리가 주여창周汝昌 선생이 “교문작자咬文嚼字”를 전통문화의 가장 높은 경지로 본 것을 멍청한 이야기로 치부해서야 되겠는가? “교문작자咬文嚼字”가 하릴없는 노릇이라면 어떻게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최고 경지가 되겠는가? 여러분이 자세히 연구해 보면 이 최고 경지는 “교문작자咬文嚼字”가 아니라면 다다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교문작자咬文嚼字”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 매우 오래 쌓여 아주 두터워 진 경험과 지식이 필요한 작업으로 그 속에 이런 논리적 지식의 집적과 더불어 직관적인 인식, 판단, 연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한 문장도 깨물 수 없고 글자를 씹어도 아무런 의미도 알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무슨 경지를 이야기할 자격도 없고, “교문작자咬文嚼字”라고 부를 수도 없다. 여러분이 깨물어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깊은 맛을 두고두고 음미할 수 있어야 이 최고 경지가 자연히 용현涌现 곧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불가佛家에서 고요하게 지혜가 자연히  드러나기를 기다린다고 했는데, 우리가 이 말을 빌려서 이 “용현涌现”-솟아나 드러남-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으로 깊은 학문을 닦으신 늙은 선생님의 한 마디가 때로는 모두 묵직하여, 한 글자를 천금千金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 사실 지나친 말이라 할 수 없다. 주여창周汝昌 선생이 말한 “교문작자咬文嚼字”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좋은 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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