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맥석脉释
(1)맥지조자脉之造字
맥脉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 보려면 먼저 우리는 이 글자도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맥脉은 월月+영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현재 간자체에서 쓰고 있는 글자가 바로 이 맥脉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월月+𠂢인데 , 이것이 비교적 전통적인 글자로 맥脈자이다. 월月자는 여기서 형부形符가 되는데, 《설문说文》과 《강희자전康熙字典》에서는 맥脉과 맥脈을 모두 육부肉部에 넣어 두고 있다. 그래서 월月은 두 개의 부수部首로 쓰이는데,하나는 달 월月이고 하나는 고기 육肉이다. 《설문说文》、《강희康熙》가 맥脉(脈)을 모두 육肉부에 넣어 놓았지만 나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본다. 반이 맞다는 말은 형태로 본 것으로 맥脉은 확실히 육肉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기능으로 보거나 더 넓은 뜻으로 보면 맥脉을 육부肉部에 두었을 때 여러 면에서 걸맞지 않다. 그래서 나는 월부月部에 두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월月은 바로 달을 뜻한다. 《설문说文》에는 달을 “태음지정太阴之精”이라 했고, 《사기史记·천관서天官书》에서는 “월자月者,음정지종阴精之宗”이라 했으며, 또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训》에서는 “수기지정자위월水气之精者为月。”이라 하여 달이 수기水气의 정精이 엉겨서 이루어 진 것이라 했다. 영永의 본 뜻은 장长으로 이를 역사历史에서 보면 영원하다는 뜻이 된다. 이를 자연自然에 두고 보면 무엇을 표현한 것이 될까? 강하江河라야 어울린다. 그래서 《설문说文》에서는 “영장야永长也,상수경리지장象水巠理之长。”이라 했다. 우리는 늘 원원류장源远流长이란 말을 하는데 그 본 뜻은 강하江河를 가리킨다. 양자강은 당고랍산唐古拉山에서 발원한 뒤 바다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대륙을 동서로 가로질러 흐르는데 이 보다 더 긴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영永의 본 뜻은 이렇게 강하江河를 대표하는데,특히 강하의 주류主流를 대표한다. 그러면 𠂢는 무슨 뜻일까? 이것도 물과 관련이 있는데 강하의 지류支流를 대표한다. 하나는 주류, 하나는 지류이므로 둘 다 물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 맥脉자는 반드시 물과 관계되어야 하는 글자이다.
(2)맥의脉义
형부와 성부의 뜻은 이미 앞에 말했던 것과 같으므로 형부를 달 월로 보기로 하자. 월月은 음阴에 속하는데, 음阴 곧 그늘로 캄캄하므로 밝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왜 달은 밝은가? 옛 사람들은 이것을 해가 밝게 만든다고 하였다. 이 말은 음에 속하는 달이 원래는 밝지 않지만 해가 있기 때문에, 태양太阳이 있기 때문에 밝아진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달의 밝음은 주로 태양과 상관이 있다. 우리는 늘 수중월水中月、경중화镜中花라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물 속에는 달이 없고, 거울 속에도 꽃은 없다. 달이 밝은 것도 이런 관계여서 달은 하나의 거울로서 태양을 비추는 거울, 양기를 비추는 거울로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달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천문학적 관점으로 볼 때 해와 지구와 달 셋 사이의 상호 관계가 반영되어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한의학적 관점으로 보면 양기가 진퇴소장进退消长하는 것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달이 어둡고 밝아지며 둥글고 이지러지는 것이 결코 다른 것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양기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다.
오늘이 음력으로 열 하루라면 이 때부터 달은 점점 둥글어져서 나흘이 지나 십오일 보름이 되었을 때 완전히 둥근 보름달이 된다. 달은 음이므로 달이 차면 음기가 가득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 전혀 반대로 그것은 양기가 차올라 가득해짐으로써 양기가 성대盛大한 것을 나타낸다. 이것에서 우리는 자연히 월주기月周期라는 문제에 생각이 미치게 된다.
앞에서 우리는 년주기年周期와 일주기日周期에 대해서 토론했었는데, 어떤 사람의 발병은 이 년주기와 매우 관계가 깊은 수도 있다. 위병胃病 환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봄에 늘 아파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다른 계절에는 별 탈 없이 지내다가 봄 만 되면 위가 불편해진다고 한다. 이런 발병 특징은 이 병이 동방东方과 관계가 깊고, 간목肝木과 관계가 깊은 것이 되므로 이 방면으로 치료할 것을 고려해 봐야만 한다. 어떤 환자는 년주기年周期로는 특징을 발견할 수 없지만 일주기日周期에서 특징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의 병이 저녁무렵에 불편해지고 다른 시간대에는 편안한 특징이 있으면 무슨 원인인 것일까? 앞에서 말했던 일주기日周期로 우리는 저녁무렵은 가을에 속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서방西方、폐금肺金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여기에서 월주기를 말하는 것도 이 월주기 안에서도 춘하추동의 변화와 생장수장生长收藏의 변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월주기 안에서 어떤 발병 특징을 나타내고 있는지를 관찰하여 상관된 판단을 내림으로써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대汉代의 위백양魏伯阳은 《주 역참동계周易参同契》라는 책을 지었다. 이 책은 역대로 모두에게 대단히 중시되어 “만고단경왕万古丹经王”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누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달이 변화하는 모습을 역괘易卦를 써서 묘사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보름달을 건괘乾卦에 대응시키고 “십오건체취十五乾体就,성만갑동방盛满甲东方”이라 하였다. 건괘는 세 효爻가 모두 양인 순양괘纯阳卦인데 달이 찬 것을 건乾으로 표시하여 보름은 양기가 가장 융성한 때이며, 이 때가 양기가 가장 많이 풀려난 상태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보름이 지나면서 중양필음重阳必阴이므로 양기가 점점 거두어들여지고 쟁여지게 되며 달도 가득 찼다가 이지러져 간다. 이십이, 이십삼일이 되면 하현下弦달이 되는데 이 때의 양기상태는 가을과 상응한다. 하현 이후로 달의 밝은 곳이 조금씩 더 “위축萎缩”되다가 ,삼십일이 되면 아무 것도 없는 듯 희끄므레한 달의 그림자만 볼 수 있는데 이때를 회晦 즉 그믐이라 한다. 그믐에는 달이 어디로 달아나 버렸을까? 달은 그대로 거기에 있다. 바로 조금 전에는 거울 속에 꽃이 있었는데 이제는 왜 없어진 것일까? 거울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지만 여러분이 꽃을 가져다 버리거나 감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때는 양기가 모두 감춰져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달이 밝지 않은 그믐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믐은 바로 겨울과 상응한다. 이렇듯 달의 모습이 바뀌어가는 모든 것이 실제로 양기의 변화를 드러내어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월상月象이 나타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양기阳气이므로 달을 양경阳镜 즉 해의 거울이라고도 부른다. 달이 양경이라는 이 말이 고대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없었다면 우리가 마음대로 창조해 낸 것이라고 치자. 월상月象이 변화하는 이 과정은 사실상 음阴으로 양阳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며, 음으로 양을 나타나게 하는 과정이다.
달이 갖는 이런 뜻은 다 이야기했으므로 이제 다시 고개를 돌려 물을 살펴보기로 하자. 물도 음에 속하여 가만히 있으려는 존재이다. 물은 아래로만 흘러가므로 우리는 늘 '사람은 높은 곳으로 오르려하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인왕고처주人往高处走,수왕저처류水往低处流'라고 말하곤 한다. 다만 때로는 예외가 있어서 물도 때로는 오르내리기도 하는데, 밀물과 썰물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오르내리는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올해 중앙전시대中央电视台-방송국-에서 마침 전당강钱塘江의 조수潮水와 그것을 보러 몰린 사람들을 방송했는데, 모두들 보다시피 어마어마한 광경이었다. 특히 밀물 두 줄기가 부딪히면서 휘감아 도는 모습은 천연적인 태극음양도太极阴阳图를 그려내어 우리에게 무엇이 “도법자연道法自然”인지 깨닫게 하였다. 옛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런 것들이 모두 엉뚱한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뚜렷한 근거가 있으며 그 근거는 바로 자연이다.
물은 가만히 있으려는 존재인데 무엇이 이를 부풀어 오르게하고 또 이렇게 거칠게 용솟음치게 하는 것일까? 원래 빛을 내지 못하지만 해가 달을 빛나게 만들지 않는가? 이처럼 가만히 있으려는 물을 이렇도록 용솟음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양阳이 움직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순전히 양기阳气때문이라면 이 부풀고 가라앉는 것은 시간과 관계가 있고, 양기의 변화와 관계되어야만 한다. 옛 사람들은 달이 차면 밀
물을 보러 간다고 한 것은 만월일 때 밀물이 가장 차오르기 때문이다. 달이 차면 밀물이 밀려오고 달이 이지러지면 밀물이 물러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현대과학의 관점과, 해양조석학海洋潮汐学의 관점에서 달이 둥글 때 달과 지구의 인력이 가장 커지므로 인력의 작용으로 밀물이 가장 많이 밀려드는 변화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를 밀물과 썰물은 달과 지구의 인력과 관계가 있다고 달리 말할 수 있다. 이것이 현대과학적인 해석이다. 그런데 고대에는 아직 인력이란 개념이 없었는데 어떤 요인이 조석潮汐의 들고 나는 변화를 일으킨다고 보았을까? 변화가 있으면 반드시 음양에서 찾아야 한다고 《소문·음양응상대론》에서 명확하게 규정해 놓았다. 무슨 요인이 이런 고요하면서 내려가게만 되어 있는 존재를 끌어올려 부풀어 오르게 하고 울어젖히게 하는가? 양阳이 아닌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양阳은 움직이고 오르는 것을 맡아보므로 오직 양의 고동작용鼓动作用이 있어야만 물을 끌어올려 부풀게 함으로써 밀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 달이 차 올랐을 때가 양기가 가장 왕성할 때여서 현대과학과 맞아 떨어진다. 양기阳气의 작용은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을 움직이게 하고 아래에 있는 것을 올린다. 그래서 밀물 썰물이 오르내리며 바뀌는 것은 양기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이런 양阳이 음阴에 작용하는 양가우음阳加于阴을 조潮 즉 밀물이라 하는 것이다. 이것과 달이 해의 거울이 되는 이치는 매한가지이다.
자연계에서 바다의 조석潮汐-밀물과 썰물-은 달과 지구의 인력으로 일어나는데 양기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인체에서는 어떨까? 천인상응天人相应의 원리에 따르면 인체의 상황도 반드시 이런 과정과 비슷하며 이 경우 이것은 혈맥血脉일 수 밖에 없다. 몇년 전 《중국청년中国青年》잡지杂志의 문장文章 한 편이 바로 이상의 이런 생각을 지지해 주고 있다. 이 문장에는 두 개의 관점이 있었는데 하나는 생명이 바다에서 가장 처음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우리가 궐음편에서 다시 상세하게 논증论证할 것이다. 생명의 기원은 하도河图와 관계가 아주 깊으며, 오행五行과도 매우 관계가 깊다. 다른 하나는 인체의 혈액의 염도가 바닷물과 매우 비슷하게 짜며 다른 구성도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왜 그럴까? 피도 짜고, 바닷물도 짜다. 그 까닭은 자연에 강하호해江河湖海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액이 있기 때문이다. 피는 물이다. 피는 원래 움직이지 않는데 왜 혈관을 흘러다니며 나아가서 맥박脉搏을 만들어 내는가? 우리가 현대적인 관점으로 보면 심장心脏의 끊임없는 수축과 팽창으로 맥박이 생긴다는 것이 분명하지만 이 관점 만으로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심장의 수축이 맥박을 생기게 한다는 것은 이미 옛 사람들도 알고 있었고 이 문제를 위기胃气와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 맥리脉理와 모든 의학이론医学理论들이 들어맞도록 하려면 맥의 변화를 음양阴阳과 연결시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지만 바람이 가만 두지 않고, 음혈阴血은 가만 있으려고 해도 양阳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한 마디에 맥의 이치를 모두 녹여 넣어서 정의하라고 한다면 그 정의는 바로 '양가우음위지맥阳加于阴谓之脉'이될 것이다.
맥의 이런 이치를 알 고 나면 그 다음은 쉬워진다. 우리가 무엇때문에 맥을 보는 가? 그건 바로 음양을 이해하기 위해서, 음양의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서인 것이다. 《내경》에서 “맥이후음양脉以候阴阳”이라 했는데, 맥으로 어떻길레 음양阴阳을 살필 수 있는가? 바로 맥의 형성形成,맥의 변화가 다 음양의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맥을 보는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의의는 바로 음양을 알아내는 것이다. 《소문·음양응상대론》에 “음양자阴阳者,천지지도야天地之道也,만물지강기万物之纲纪,변화지부모变化之父母,생살지본시生杀之本始,신명지부야神明之府也,치병필구우본治病必求于本。”이라 하였다. 앞의 제이장에서 이 본本이 바로 음양阴阳이라는 것을 말했었다. 일체 사물의 발생发生、발전发展、변화变化가 모두 이 음양과 관계되어 음양의 변화로 일어나므로 질병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이 질병을 이해하고, 고찰하려면 어떤 요인이 이 질병을 일으켰는지 보아야 되는데 어디에서 부터 손을 대야 그것을 알 수 있을까?당연히 근본根本에서 부터 찾아들어가야 한다. 근본에서 부터 손을 쓰려면 음양과 떨어질 수없다. 그러면 음양을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맥脉이다!맥이 이렇게 음양을 잘 드러낼 수 있으므로 한의학의 매우 중요한 진단방법 중 하나가 바로 맥脉을 살피는 것이다. 누구라도 편작扁鹊처럼 망이지지望而知之할 수 있다면 척 보기만 하더라도 환자의 음양을 알 수 있다면 이 맥脉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경지는 아마도 우리로서는 다다르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맥으로 음양을 감별하려 들 수 밖에 없다.
(3)사시맥론四时脉论
한의학의 맥학에 대한 내용은 매우 풍부하여 28맥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36맥을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들은 모두 아주 귀중한 경험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알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내경》에서는 맥에 대해서 그렇게 번잡하게 말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만 이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면 내경에는 사시맥四时脉을 말했을 뿐 36맥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사시맥을 일단 확실히 알아두면 맥학의 기본 문제는 해결된다. 아래에서 우리는 사시맥을 토론해 보겠다.
①춘현 春弦
이른 바 사시맥四时脉이란 바로 춘하추동春夏秋冬과 상응하는 맥인데 춘맥春脉은 현弦이 된다. 현弦은 어떤 모습인가? 현맥弦脉은 이해하기가 비교적 쉬운데 옛 사람들은 이것을 “여안금현如按琴弦”이라고 하였다. 손가락으로 거문고 줄을 누르는 듯한 느낌을 현맥弦脉이라 한다. 전형적인 현맥은 누를 때 약간 느슨하게 눌러지는 느낌이며, 좀 더 많이 탱탱하면 긴맥紧脉이 된다. 현과 긴은 구별이 어려워서 여러 의안医案들이 맥을 현긴弦紧하다고 쓰고 있기도 하다. 현은 춘맥春脉이고,긴은 동맥冬脉인데 겨울과 봄이 잇닿아 있으므로 이 경계를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뚜렷한 맥일 때는 구별이 된다.
봄에는 왜 현맥이 나타날까? 제2장 에서의 토론으로 봄에는 양기가 석방释放되고 승발升发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아직 음한阴寒이 완전히 물러가지는 않은 상태이다. -특별히 북방에서는 이른 봄인 이월에는 아직 매우 춥다-. 이 때는 양기가 나오려 해도 음한이 이를 막고 묶어 놓음으로써 하나의 저항抵抗으로 작용한다. 봄에 일어나는 이런 음양의 종합작용의 결과로 우리가 말하고 있는 현弦한 모습이 나타나며 그래서 이 맥을 만졌을 때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확실히 쉽지 않으므로 여러분들이 천천히 겪어보기 바란다. 왜 이런 현맥이 만들어졌을까? 양이 막 나오려는데 나오지 못하도록 묶어놓는 어떤 조건이 있다는 것이 핵심으로, 이런 엮어서 묶어놓는 요인이 없다면 이 현맥이 나타날 수 없다. 현맥의 이런 정황이 봄날의 음양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므로 봄 석달 사이에 이런 맥상이 보이는 것은 정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면 병이 되는데 지나치게 현弦하다는 것은 속박束缚하고 저항하는 힘이 정상보다 세다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이렇게 현맥이 지나치게 만드는지 원인을 찾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만약 맥이 전혀 현하지 않아 조금도 긴장한 빛이 없고 반대로 느슨해져 있으면 이것은 애초에 양기가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므로 이것 또한 문제가 된다. 그래서 춘삼월春三月에 맥이 태현太弦하면 태과太过한 것이고 전혀 현한 맛이 없이 느슨하면 불급不及한 것으로 둘 다 좋지 않다. 이것이 춘맥春脉이다.
만약 봄이 아닌데 현맥이 나타나도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특히 여성에게서 현맥이 보이면 요즘 기분이 어떤지 다툰 적은 없는지를 물어 보아야 한다. 다투었을 때 늘 현맥이 나타나는데 왜 그러냐 하면 다툴 때 억울한 느낌이 생기기 때문으로 억울하면 기혈의 흐름이 막히고 묶인다. 이렇게 다른 때 현맥이 나타나면 반드시 그 속박束缚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② 하홍夏洪
여름철의 맥은 홍맥洪脉인데 구맥钩脉이라고도 한다. 여름엔 왜 홍맥이 나타날까? 여름에는 양기가 봄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양기가 위로 밖으로 승발升发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여름에는 양기를 속박하던 음한阴寒이 이미 없어진 상태이므로 맥기脉气가 날개를 활짝펴고 매우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듯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이런 시기의 맥이 바로 홍맥洪脉이다. -계절의 특성과 맞는 맥을 응시맥应时脉이라 하고 계절의 특성과 맞지 않는 맥은 비시지맥非时之脉이라 한다.-
여러분에게 나의 사부님이 전에 보셨던 병안病案을 이야기해 보겠다. 대략 1982년 겨울 쯤 이제는 이미 돌아가신 스승님께서 어느 지인의 집 모임에 가신 적이 있었는데, 식전에 그 녀의 부친을 진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진맥诊脉하신 뒤 별 다른 말씀없이 식사를 다 마치시고 지인이 문 밖으로 배웅을 나왔을 때야 비로소 "자네 아버지 잘 돌봐 드려. 내년 여름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다. 지인은 전에 스승님의 예언이 나중에 맞아떨어지는 것을 여러번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긴장했다. 그래서 곧바로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는데 당시 스승님은 생석고生石膏,소목苏木 두 가지 약으로만 된 처방을 가르쳐 주시고는 물로 달여 차마시듯 드시라 했다. 왜 이 두 가지 약재를 처방하셨을까? 그 때는 겨울이었는데 맥상이 홍맥이었던 것이다. 지금 양기가 수장收藏되고 있을 계절인데 홍맥이 나타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 된다. 수장될 때라 맥기를 속박하는 요인이 있는데도 이런 맥이 드러나면 여름이 되어 이 요인이 사라진다면 화산이 터지 듯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스승님은 여름에 문제가 터질 것이라 단정하셨던 것이다. 이런 맥을 상한에서는 양명맥阳明脉이라고도 부르는데 양병병阳明病에는 백호탕白虎汤이 쓰인다. 스승님이 내리신 처방은 백호탕의 변방变方으로 좀 더 간단하다.
스승님을 배웅한 뒤, 집에 돌아가서 그녀는 부친에게 이 선생이 한약을 좀 드셔서 조리하시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 녀의 부친은 정부 요직에 있었던 고집이 센 분으로 바로 얼마 전 했던 모든 신체검사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막 들었던 터라 무슨 약을 먹냐 면서 딸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다음해 여름7월 쯤에 갑자기 뇌일혈脑溢血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일주일도 안 되 죽고 말았다. 이 병례가 내게 준 인상은 매우 심각하여 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맥을 잘 알게 되면 질병을 알고 예방할 수 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한의사 가운데 많은 사람들도 CT 나 MRI 만 믿고 맥은 전혀 믿지 않아 매우 안타깝다.
이것으로 홍맥의 설명을 마친다.
③ 추모秋毛
가을맥은 모부毛浮한데, 이는 곧 터럭처럼 없는 듯 가볍게 떠 있다는 말이다. 떠있다고 말한 것은 살짝 건드려도 느껴진다는 말이고, 터럭이란 말은 없는 듯 가벼운 모습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여기의 부浮는 표병表病이라는 의미의 부浮가 아니라 살짝 닿아도 느껴지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소문素问·평인기상론平人气象论》에서는 이 맥상을 “염염섭섭厌厌聂聂,여락유협如落榆荚”이라 했는데, 오곤吴昆은 “염염섭섭厌厌聂聂,편편지상翩翩之状,부박이류리야浮薄而流利也。”-염염섭섭은 훨훨 나는 모습을 말한 것으로 얕게 떠서 매끄럽게 흐르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라고 주를 달았고, 장개빈张介宾은 “여락유협如落榆荚,경부화완모轻浮和缓貌,즉미모지의야即微毛之义也。”-비술나무의 꼬투리(씨를 품은 깍지)가 떨어지는 듯하다 라는 말은 가볍고 부드럽게 떠다니듯 떨어진다는 말로 곧 약한 모맥毛脉이라는 뜻이다.-라고 주를 붙였다.《맥결회변脉诀汇辨》에서는 “기전이서속금气转而西属金,위당신유位当申酉,우시위추于时为秋,만물수성万物收成。기기산대지극자표초수其气从散大之极自表初收,여랑정파념如浪静波恬,연청염식烟清焰息,재인즉폐응지在人则肺应之,이견모맥而见毛脉。”-기气가 서쪽으로 바뀌어 금金에 속해지니 신유申酉에 자리잡게 되고 가을철이 되므로 만물이 거두어들여 열매를 맺게 된다. 이때 그 기는 한없이 흩어지고 커진 상태에서 처음으로 겉에서 부터 거두어들여지므로 마치 물결이 잦아들고, 자욱한 연기가 맑아지고 불길이 잦아드는 것과 같다. 사람은 폐肺가 이에 반응하여 모맥이 나타나게 된다.-이라 했다. 모맥毛脉의 이런 모습은 나도 많이 느껴보지는 못했지만, 이 해석들을 뭉뚱그려 보면 양기가 거두어들여지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④동석 冬石
겨울에는 석맥石脉이 드러나는데 석石은 침맥沉脉으로, 돌을 물에 떨어뜨렸을 때 반드시 물 밑으로 깊숙히 손을 넣어 바닥에 닿도록 해야 만질 수 있는 것처럼 맥을 꾹 눌러야 만져지는 것을 말한다. 겨울에는 왜 이런 침맥沉脉이 보여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겨울철에는 양기가 수장收藏되어 바로 그믐밤의 달처럼 우리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양기가 수장되어 있으므로 음혈阴血을 움직이도록 부추기지 못하며, 양이 음에 작용하지 못하므로 맥脉도 수장되는 것이 당연하다. 이로써 맥상脉象은 순전히 양기에 따라 변하는 것으로, 양기가 나오면 부浮하고 양기가 속으로 들어가면 침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맥을 본다는 것은 사실 이런 상황을 읽는 것이다.
이제 모두들 이론 상으로는 맥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었으므로, 실제로 부딪혀 맥을 느껴가면서 천천히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맥상脉象은 한 두번 짚어봐서 알 수는 없기 때문에 먼저 비교적 간단한 것에서 부터 시작하면 된다. 먼저 부침浮沉을 알아야 하는데, 부침을 뚜렷이 느낄 수 있으면 병이 삼양三阳에 있는지 삼음三阴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맥이 부하면 삼양에 있고 맥이 침하면 삼음에 있는 것이다. 음양을 분명하게 구별해 낼 수 있으면, 근본을 찾아 낼 바탕이 갖추어진 것이며, 치료에 있어서도 대강의방향을 잡을 수 있다. 이제는 지삭迟数、활현滑弦、대소大小 같은 맥을 느껴봐야 하는데, 이런 맥脉들도 비교적 쉽게 구분이 된다. 이 밖에도 느껴야 할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점은 바로 맥이 힘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앞에서 우리가 예를 든 적이 있었던 천중川中지방의 명의名医 정흠안郑钦安선생은 특별히 이 점을 강조하셨는데, 이것을 맥기脉气가 유신有神한지 무신无神한지 감별하는 불이법문不二法门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나도 이 점에 대해서는 경험하여 느낀 바가 많은데, 특히 환자가 대맥大脉을 보일 때는 유력有力 무력无力을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 만약 힘이 있으면 양명병阳明病이므로 청사清泻하는 방법을 써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만약 무력无力하다면 이는 바로 허虚한 것이며, 힘을 너무 써 버린 로劳이므로 청사하는 방법은 절대 쓰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감온甘温한 처방을 써야 한다. 임상에서 이렇게 무력한 대맥을 보게 되면 어떤 병이든지 모두 이병동치异病同治할 수 있고, 모두 황기건중탕黄芪建中汤이나 귀기건중탕归茋建中湯을 가감하여 쓸 수 있으며, 또 이렇게 해서 북을 치면 바로 소리나듯 곧 바로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매우 많다.
맥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