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주증抓主证,식병기识病机
임상에서 어떻게 병기를 살필 것인가? 위에서 말한 이런 방면들은 매우 중요하며, 이들은 모두 경전에서 가르치고 있는 사항이다. 그 다음의 한 방면은 바로 “조주증抓主证”인데 이 조주증은 류도주刘渡舟 교수님이 주장한 것이다. 류 교수님은 상한계伤寒界의 권위자로 사람들이 북류남진北刘南陈이라 부르는 분 중의 “북류北刘”이신데,“남진南陈”은 바로 나의 지도교수님이신 진역인陈亦人 교수님이시다. 류도주 교수님이 쓰신 《상한론십사강伤寒论十四讲》이란 책은 비록 분량이 크지는 않지만 내용은 모두 류교수님이 경험하신 것으로 이 책의 마지막 강의가 바로 이 조주증 문제이다. 류 교수님은 조주증抓主证 곧 주증을 잡아내는 것이 변증론치辨证论治의 최고 수준이므로 주증을 잘 잡아 낼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성공적인 임상의 관건关键이 된다고 하셨다. 어째서 조주증抓主证이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나는 이를 두 방면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나는 바로 주증主证은 병을 만든 중요한 기틀 즉 병기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으며, 이렇게 병기를 반영할 수 있는 증후라야 주증이라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주증이 질병을 없앨 수 있는경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주증이 한법汗法을 써야 할지 아니면 하법下法, 토법吐法 혹은 다른 방법을 써야 할지를 알려 준다는 생각이다. 이런 주증은 자주 화룡점정画龙点睛하는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 주증을 잡아냄으로써 어느 방향으로 손을 대야 할 지 변별辨别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증은 이 두 가지의 기본 특징을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왜 《상한론십사강伤寒论十四讲》에서 조주증을 이야기 했을까? 장중경张仲景의 조문条文마다 서술된 증상들은 대개가 바로 주증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상한론》의 조문들은 거의 다 155조의 “심하비心下痞,이부오한출한자而复恶寒汗出者,부자사심탕주지附子泻心汤主之。”와 301조의 “소음병少阴病,시득지始得之,반오열反恶热,맥침자脉沉者,마황세신부자탕주지麻黄细辛附子汤主之。”처럼 매우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주증문제를 꿰뚫고 있는 것이다.
아래에 한 병례病例를 들어 보겠다. 삼사년 전 강남무선전창江南无线电厂의 여직원 하나가 내게 치료받으러 왔다. 양방 진단은 신결석肾结石、신적수肾积水-수신증hydronephrosis-로 증상이 심한 편이었으며, 한방과 양방 치료를 모두 받았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환자의 소개로 내게 치료받으러 왔는데, 보통은 배석이수排石利水해야 하겠지만 나는 먼저 이런 조치를 서두르지 않고 가만히 환자가 병세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서 주증을 잡아내기 위해 생각하고 있었다. 환자가 이 한 달 동안 설사를 했고, 마음이 갑갑하고 잠도 잘 못 잤다는 말을 듣는 찰나에 주증을 잡아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저령탕猪苓汤 원방原方을 처방하면서 배석排石하는 약을 더하지는 않았다. 왜 저령탕을 썼을까? 319 조에 분명히 “소음병少阴病,하리육칠일下利六七日,해이구갈咳而呕渴,심번부득면자心烦不得眠者,저령탕주지猪苓汤主之。”라고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매우 뚜렷하게 하리下利한 뒤 심번부득면心烦不得眠한 증상이 있으면 저령탕을 쓸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 환자에게 이 증상들이 같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 조문을 재빨리 생각해 낼 수 있다. 이럴 때는 결석이든 적수든 간에 그 주증이 저령탕에 들어 맞으므로 저령탕을 썼던 것이다. 이 환자는 그 뒤 다시 치료받으러 오지 않았지만 반 년 쯤 지난 뒤 그녀가 소개한 다른 환자를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 환자는 약을 복용한 뒤 증상이 금방 사라졌고 반 달이 안 되어 다시 검사해보니 결석도 없어지고 신장부종도 가라앉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이 병안病案은 내게 심각한 인상을 주어 어렴풋이 나마 류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조주증抓主证”의 의미를 느끼게 되었다.
어떤 환자들 특히 연세드신 분 들은 병정病情이 너무 복잡하면 한참을 설명하시는데, 이야기를 끝낼 때 쯤이면 앞에 들은 말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임상을 해본 사람들은 누구나 겪어본 사실이다. 이런 환자는 더욱 주증을 잡는 것이 중요하므로 조용히 들어보아야 한다. 그 많은 정보 속에서 확 다가오는 한 마디, 한 증후, 하나의 맥상이 바로 주증主证이다. 며칠 전 한 학생의 어머니를 진찰한 적이 있었는데, 주된 증상은 감기로 열흘 넘게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낫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상한伤寒에서는 감기로 열이 나면 태양병太阳病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태양병이라면 무엇이 원인이든지 부맥浮脉이 나타나야 한다. 그런데 이 분의 맥은 매우 침沉하여, 증상은 표증表证이더라도 침맥沉脉이 나타난 것이라 정상이 아니므로 이것을 주증으로 보았다. 이는 그녀가 태소양감太少两感이라는 뜻이 되므로 일반적인 감기약으로는 효과가 없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마황세신부자탕麻黄细辛附子汤 이틀 분을 처방했는데 복약 후 열이 바로 내렸다. 이렇게 임상에서 주증을 잘 잡으면 북을 두드리면 바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효과가 빠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주증을 잘 잡을 수 있을까? 먼저 경험이 중요하지만 그 밖에 이 세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여섯 글자를 여러분에게 가르쳐 주겠다. 첫째는 명리明理이다. 처음 소음병少阴病이 되었을 때 열이 안 나야 정상인데 오히려 열이 나면서 맥이 침沉한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예로 들어보자. 왜 이렇게 되며, 왜 여기에 마황세신부자탕을 써야 하는지 이 이치를 반드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이치를 잘 알아야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다른 상황에서도 쓸 수 있고, 또 그래야 비로소 더듬거리지 않고 매끄럽게 쓴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는 숙기熟记이다. 왜 우리가 상한은 외워야만 한다고 계속 강조할까? 외우지 않고는 좋은 한의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자도 빼먹지 않고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각 조문条文에 익숙해야 하며, 특히 증후와 처방이 있는 조문에 대해서는 더욱 언제라도 대강 무슨 뜻인지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로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이럴 만큼 되어야 《상한론》을 정말 바르게 쓰는 것이 된다. 조문에 익숙하지 못한데 임상에서 어떻게 주증을 잡아 내겠는가? 주증을 잡지 못하면 경방经方을 써도 영험이 없다. 셋째는 다용多用이다. 쓰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은 태양편太阳篇을 배우고 나면 혹시 누가 태양증太阳证이 있는 사람이 없는지 서로 살펴본다. 늘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사람들이 어떤지 모르면 배워도 소용이 없다. 스스로 감기에 걸려도 이게 도대체 태양太阳인지 소양少阳인지 아니면 태소양감太少两感인지 변별해 보아야 한다. 한의학을 배운 사람들로, 특히 《상한론》을 배우고 난 뒤에도 감기에 걸렸을 때 복방감모령复方感冒灵을 쓸 것인지 아니면 Vc은교편 Vc银翘片을 쓸 것인지 고려한다면 한의학을 헛 배운 것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하공下工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기억해 두어야만 할 것은 무슨 병이든 모두 맥을 짚고 변증辨证을 하고나서 이런 맥증脉证이 있어야 비로소 이런 방법을 써야 된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겨눌 과녁을 보고 나서야 화살을 쏘는 것이라 하겠다. 이게 바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하고자 하는 치병법요治病法要이다.
모두들 상공이 어떤 개념인지 하공은 어떤 개념인지를 확실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비록 우리가 금방 상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목표는 반드시 잡아 두어야 한다. 모두들 곳곳에서 상공으로 길러줄 수 있는 습관에 주의하고, 곳곳에서 주의해서 하공이 되지 않도록 행동해야 한다. 종류환자가 오면 머리 속에 온통 백화사설초, 반지련과 같은 항암약을 쓸 생각만 가득하다면 이 사람은 기껏해야 돌팔이 일 뿐 진정한 한의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의사라면 한의사다운 사고방식을 가져야만 하고, 임증찰기临证察机해야만 한다. 이래야만 깊히 깨닫고 느끼기 쉽다. 그렇지 못하면 한 평생 한의사를 하면서 환자를 고치고도 왜 좋아졌는지 모르고 악화되면 왜 더 나빠지게 되었는지 모르는 멍청이가 될 뿐이니 이 얼마나 불쌍한가! 이렇게 한의사로 살아간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들이 모두들 상공이 되기를 바라며, 아니면 적어도 상공에 버금가는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앞에서의 이런 방법을 따라서 치료하기만 했다면 우리는 형식으로는 이미 상공이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정식으로 태양편太阳篇에 들어가 토론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도입 과정은 매우 필요하다고 보아 이야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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