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생물이 일정 시간 동안 마음과 몸의 활동을 쉬면서 의식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있는 것을 말한다. 보통 이 상태에서는 호흡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어 움직이지 않게 되는데, 사람들은 매일 이렇게 쉬어 주어야 한다. 갓난아이 때는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점점 커가면서 잠자는 시간이 줄어들어 어른이 되면 대개 8시간 정도 잠을 자게 된다.
노년에는 더욱 줄어들어 밤에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다가 낮이 되면 꾸벅꾸벅 조는 날이 많아진다. 노년이 아니더라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때는 새벽부터 지하철을 타고 종점까지 가벼운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졸음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더러 볼 수 있다.
잠은 언제, 왜 자게 되는가? 갓난아이가 아니라면 대개 밤에 잠을 자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 때문이다. 대개의 동물들이 밝은 낮에는 잡아먹히지 않으면서 먹을 만한 것을 찾으러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때 눈을 가장 많이 쓰게 되는데 캄캄해져서 잘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비교적 안전한 곳에 숨어 눈을 감고 잠을 자면서 하루 동안의 피로를 풀고 다음 날을 준비한다.
심지어 식물들조차 밤에는 생명활동이 줄어드는데 이 또한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추어진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잠을 통한 휴식은 모든 생명에게 필수적이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짜증이 나며 정신이 맑지 못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게 되고, 움직임도 굼뜨게 되는데, 심지어는 변기 위에 앉아서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살펴보자. 움직이는 동안 몸과 마음에 쌓인 피로물질을 쓸어내고 다친 곳은 어루만져 가다듬는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을 지나치게 쓰게 되면 그곳이 아파지고 잘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심하지 않으면 잠을 자는 것만으로도 고쳐진다. 만약 하룻밤 푹 자고 난 뒤에도 나른하고 아픔이 남아있다면 앞으로의 생활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마음에서도 마찬가지로, 깨어 있을 때 느꼈던 어지러운 느낌들이 잠을 자는 동안 어느 정도 정리된다. 이런 과정들은 우리가 잠에서 깬 뒤 어느 정도 기억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꿈이라고 말한다. 대개의 감정자극들은 자고 나면 풀리는데 그래도 감정의 조각들이 남아있다면 마음을 잘 다독여 주어야 한다. 낮에 느꼈던 미움, 두려움, 슬픔, 질투, 화냄 등 여러 감정이 풀리지 않고 나날이 쌓여간다면 이 세상은 아마도 끔찍해질 것이다.
잠은 깊은 잠과 얕은 잠으로 나눌 수 있다. 깊은 잠을 잘 때는 시각, 미각, 청각, 후각, 촉각 등 감각들이 거의 완전히 차단되지만 얕은 잠을 잘 때는 오감 중에서 시각과 미각은 거의 완벽히 차단되지만 청각 후각 촉각은 어느 정도 활동하고 있다. 이런 얕은 잠은 빨리 움직이는 눈알의 움직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는데, 이때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얕은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이 꼭 나쁘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런 꿈을 통해 감정의 정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꿈은 낮에 만났던 일들뿐 아니라 기억 저편에 쟁여져 있던 지난날의 경험과 스스로 깊이 감추어 왔던 어두운 욕망까지 불러내어 한바탕 굿풀이를 하는 마당이 되는 것이므로 마음을 다독거려 줄 수가 있는 것이다. 꿈이 해로울 때는 사람들이 잘못 해석할 경우인데 예를 들어 꿈에 이미 돌아가신 분을 보고 나서 자기도 곧 죽을 것이라고 걱정하는 경우이다. 공자는 꿈에 자기가 존경하던 주공(周公)이 요즘 보이지 않는다고 늙어서 그런가보다라고 탄식했다. 이를 보면 공자는 주공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꿈은 절대로 나쁘지 않다.
꿈은 그 밖에 잠을 잘 때의 상황을 끌어들이기도 하여 얼음 위에서 벌벌 떨다가 일어나 보면 창문이 열려 있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다가 깨보면 어머니께서 국을 끓이고 계실 때도 있다. 이렇게 꿈이 신체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고 보고 이를 진단에 이용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은 자연의 바뀜에 따라 맞추어 움직일 때 가장 건강하다고 본다. 그래서 밤의 길이에 따라 맞추어 잠을 자야 한다고 보고 여름에는 늦게 자서 일찍 일어나고, 겨울에는 일찍 자서 늦게 일어나며, 가을에는 차차 잠의 길이를 늘려가고 봄에는 잠의 길이를 줄여갈 것을 가르친다. 현대의학에서도 생물시계이론이나 호르몬 주기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 이 관점을 뒷받치고 있다.
그렇지만 현대인의 생활은 모든 사람이 이런 이론에 따라 움직일 만큼 단순하지 않다. 사람마다 필요한 잠의 양이 다르고, 움직이는 시간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습관이 달라 모두에게 두루 통하는 잠의 기준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잘 자는 방법을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한번 잠 잘 자는 방법을 찾아보자. 먼저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될수록 주위를 어둡게 하고, 바깥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바로 밤과 같은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밖에 사람에 따라 음악을 듣는다든지, 가볍게 술을 한잔 한다든지, 반신욕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잠을 잘 수 있는 기본은 갖추어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알맹이가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알맞은 고단함과 비워진 마음이다. 낮의 일과로 적당히 고단해진 몸과, 욕심을 줄여 남의 입장에 서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넓은 마음이라면 한바탕 편안하고 아늑한 잠은 반드시 뒤따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