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전번 수업에서 상한론의 개론 중 상한론의 작자와 책이 만들어진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말하였고, 또 상한론의 유전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상한론과 금궤요략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마땅히 상한론의 주요 판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전 번에 우리가 수업했던 내용입니다.
오늘은 이어서 상한론 ‘개론’ 중의 네 번째 문제인 상한론의 내용과 공헌입니다. 먼저 책 이름에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상한론이라 하지만 옛날에는 상한 잡병론이라 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상한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드시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고대古代에서 상한의 의미는 광의와 협의의 구별이 있었습니다. 넓은 의미의 상한은 모든 외감병外感病의 총칭總稱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외감병은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와 역려지기疫癘之氣등을 포함합니다. 곧 바깥에서 온 사기邪氣로 말미암아 몸이 상한 뒤 발생하는 질병을 통칭하여 외감병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외감병에는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발열發熱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상한을 ‘일체 외감열병外感熱病의 총칭이다.’ 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이 열熱이란 글자는 사기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류의 병증은 발열이 주요한 특징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모든 외래 사기로 인해 일어난 발열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는 증후를 옛날에는 모두 상한이라고 했습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한寒은 차다는 것이 아닌가? 무엇때문에 한이 풍, 한, 서, 습, 조, 화, 역려지기등 모든 사기를 대표 하는가?’ 그 이유는 한이란 글자가 고대에는 넓은 의미로 쓰였을 때 모든 사기를 가리키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중서유충中西惟忠이라는 의사가 《상한지연구傷寒之研究》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에서도 " 위사이위한, 개고의야 謂邪而爲寒,蓋古義也"라고 했습니다. 이는 곧 ‘사邪를 한寒이라고 말하는 것은 옛날에는 사邪를 한寒이라 했기 때문이었다.’는 말입니다. 상한이 넓은 의미로 모든 외감병의 총칭이란 뜻을 가지게 된 이유는 바로 고대에 ‘한寒’자 스스로가 모든 사기를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의학상으로 만이 아니라 문학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아마 맹자孟子를 읽어 보았을 것입니다. 맹자 고자편告子篇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지금 황제의 정치가 시원치 않아 모두들 맹자에게 ‘당신은 늘 황제를 뵈오니 황제에게 합리적인 건의를 하셔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관대한 정치를 하시도록 해 주세요.’라고 합니다. 그러자 맹자가 ‘나도 황제를 잘 뵈올 수 없소이다. 내가 물러나면 이를 비난하는 사람이 곧 황제에게 들이닥칩니다. 吾見也罕矣,吾退而寒之者至矣’라 한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한지자寒之者’란 맹자가 황제를 만나고 나온 뒤 이단사설異端邪說을 아뢰어 나쁘고 그릇된 생각을 황제에게 갖도록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므로 이 한寒은 바로 이단사설인 나쁜 생각, 그릇된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일 뿐 결코 다른 사람이 얼음덩이를 가지고 황제를 얼린다는 말의 아닙니다. 그러므로 한 대에는, 고대에는 이 한자가 사기를 두루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상한傷寒이란 자연히 인체가 일체의 사기에 감수되어 생기는 질병을 대표하는 그러한 하나의 광의의 개념입니다.
협의의 개념은 인체가 풍한사기風寒邪氣에 감수한 것으로, 인체가 한사寒邪에 감수한 것을 협의의 상한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여기에 풍風을 넣어 풍한사기라고 했을까요? 왜냐하면 풍은 모든 병의 어른이기 때문인데 만일 한寒만 있고 풍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한사 단독으로는 사람을 해칠 수 없습니다. 풍사는 잘 돌아다니면서 자주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풍사가 한사를 동반할 때라야 사람에게 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상한의 협의 개념을 이야기할 때 에 풍한사기를 붙여서 말합니다. 협의의 상한은 인체가 풍한사기에 침입을 받았을 때 걸리지만 여기에 '감이즉발感而卽發' 이란 말 을 또 더해야만 하는데, 이는 사기를 받은 이후에 금방 발병함을 말하는 것으로 복기온병伏氣溫病의 경우를 제외하 기 위한 것입니다.
겨울에 한에 상한 뒤 사기가 바로 발병하지 않고 체내에 잠복하여 있으면 봄에 반드시 온병溫病 이 된다는 것은 황제내경의 이론입니다. 온병溫病도 한사寒邪에 감수된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봄이 되어야 발병하기 때문에 협의의 상한이 아닌 광의의 상한 범주에 속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협의의 상한을 정의할 적에 ' 인체감수풍한사기, 감이즉발적 병증人体感受風寒邪气,感而即發’ 하는 병증病證을 가리킨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개념에 대해 그 의미는 우리가 상한론을 배우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어 문제은행에 명사를 해석하는 방식이나, 선다형 방식으로 들어 있으므로 ‘상한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라는 문제가 자주 나옵니다.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 열론熱論에 말하기를 '금부열병자 개상한지류야今夫熱病者 蓋傷寒之類也' 라고 했는데 여러분 여기에서의 상한은 어떤 개념일까요? 이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난경難經에 ' 상한유오, 유중풍, 유상한,유습온, 유열병, 유온병傷寒有五, 有中風, 有傷寒,有濕溫, 有熱病, 有溫病'이라 했는데 이 말 속에는 광의의 상한과 협의의 상한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한유오에서의 상한은 광의이며, 유중풍, 유상한에서의 상한은 협의입니다. 이처럼 고대에는 상한의 개념이 광의와 협의의 개념이 다 같이 책 속에 쓰이고 있습니다.
그 밖에 천금요방千金要方에서는 소품방小品方에서 ' 상한, 아사지사, 운 천행, 온역, 내전사간호이傷寒, 雅士之詞, 云 天行, 瘟疫, 乃田舍間號耳' 란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병을 지식인, 의학자들은 상한이라 하지만 , 일반 사람들은 천행병, 온역병이라 불렀다는 말입니다. 주후방肘後方에서는 ' 귀승아언, 총명상한, 세속인호위시행貴勝雅言, 總名傷寒, 世俗因號爲時行' 이라 했는데 , 이는 고관 귀인들, 지식인들, 의학자들이 쓰는 고상한 말로는 상한이라 했지만 민간백성들은 시행時行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천행天行이든, 온역溫疫이든, 시행時行이든 모두 외감병을 가리키는 것이며, 전염성, 유행성 질병을 가리키는 것인데 지식인들, 의학자들은 모두 상한으로 불렀던 것입니다. 이로 보아 상한의 광의의 개념과 협의의 개념이 고대 의학 저서들 중에는 두루 같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의학이 중국에 들어온 뒤 서의西醫의 술어들을 중국어로 번역할 때 자연히 한어 중의 고유한 술어를 찾아 서양 의 술어들을 번역하였습니다. 상한간균傷寒杆菌, 부상한간균副傷寒杆菌으로 인해 일어나는 장상한腸傷寒(장티브스), 부상한副傷寒(파라티브스)을 번역하게 된 과정이 어땠을까요? 이리저리 찾다 보니 상한은 발열이 주요 특징인데, 이 장상한, 부상한도 발열이 주요한 특징이어서 한의학 술어 중에서 상한이란 술어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의가 말하는 상 한은 상한 간균과 부상한 간균으로 일어나는 일종의 열성전염병으로, 중의에서 말하는 광의, 협의의 상한 과는 다른 의미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당연히 한의학에서 상한을 치료하는 이런 변증론치 방법으로 서의에서 말하는 그 상한병을 치료하더라도 그 상한병의 단계가 맞으면 한의학적인 관점에서 한약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것이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개념은 서로 같지 않습니다.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서의 잡병雜病이란 외감병을 제외한 기타의 일체 질병을 말합니다. 론論이란 무슨 뜻일까요? 나는 여기에서 유협劉勰의《문심조룡文心雕龍》에서 한 마디를 인용하겠습니다. "론야자 미론군언이 연일리자야 論也者,彌倫群言,而研一理者也." ‘미彌’는 ‘널리’라는 뜻이며, ‘륜倫’은 ‘모은다’라는 뜻이고, ‘군群’은 ‘여럿’이라는 말이니 론은 바로 여러 의사들의 관점을 널리 모아 하나의 문제를 연구 탐토探討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상한론은 여러 의가들이 상한을 치료한 경험의 종술綜述이자 총결總結인 것입니다.
상한론은 기원2 세기 경의 중국 의학을 총결한 저술입니다. 왜 그것을 총결이라고 할까요? 그것은 그 체재 때문입니다. 상한론, 상한잡병론에서의 론이란 체제는 하나의 종술로 여러 의사가 외감병을 치료하고 잡병을 치료한 경험을 수집하여 집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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