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만산 상한론 강의

제24강 허번증-2

臥嘗 齋 2025. 2. 26. 08:27

안녕하세요.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강의 마지막에 우리는 치자시탕과 치자시탕류 처방의 적응증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이런 증후를 허번증이라고 했습니다. 허번이라 한 이유는 그것이 형체가 없는 열사가 흉격에 머물러 심흉心胸을 어지럽히면서 쌓여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었습니다. 상한론 중에서 무릇 사기가 형체가 있는 병리산물인 담, 수, 어혈, 식적, 충적 등등과 서로 얽혔을 때 중경은 습관적으로 실實자를 썼고, 사기가 형체있는 병리산물과 서로 얽히지 않았으면 중경은 일반적으로 실자를 쓰지 않았습니다. 실자를 쓰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어떤 때는 허虛자를 쓰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말하는 허번은 형체없는 열사가 흉격에 머물러 심흉을 어지럽히며 쌓여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먼젓번 수업 마지막에 흉중의 열사가 아래로 내려가 복부의 기운흐름이 순조롭지 않게 됨으로써 병증이 위로는 허번하고, 아래로는 복만하여 환자가 와기불안할 때는 치자후박탕으로 치료한다고 이야기하였는데 그것이 제79조입니다.
우리 다음에 이어서 원문을 보고 치자시탕류의 방증을 다 이야기하고 나서 다시 짧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교재 제47쪽 원문 제80조를 보세요. ”상한, 의이환약대하지, 신열불거, 미번자, 치자건강탕주지. 傷寒,醫以丸藥大下之,身熱不去,微煩者,栀子乾薑湯主之” 라고 했습니다. 이 환약은 한대漢代에 유행하던 일종의 강렬한 사하瀉下작용을 가진 제제약을 말합니다. 고증에 의하면 이런 한대에 유행하던 강렬한 사하작용을 가진 제제약은 대체로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감수甘遂가 주요성분인 감수제제로 이 종류는 복수腹水와 같은 병증을 치료하는데 적합합니다. 예를 들면 한대에는 기생충병으로 간경화가 됨으로써 복수가 생긴 환자가 많았습니다. 배가 북처럼 부어올라 아주 괴로워하는 사람이 비교적 많았는데 당시의 그런 이런 의료조건아래서는 더 나은 치료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감수가 주요성분으로 들어있어 강력한 사하축수瀉下逐水기능을 가진 제제약을 사서 먹게 되는데, 대소변을 죽 싸고 나면 얼마 안 있어 부어올랐던 배가 잠시 가라앉아 편해지게 됩니다. 이런 약은 비교적 많이 쓰여졌기 때문에 제제약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 밖의 한 종류는 파두가 주요성분인 신열辛熱한 약성의 설사제제약입니다. 한대에는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약간 낮았고, 사람들이 늘 잘 정제되지 못한 거친 차茶를 마시면서 영양이 부족한 식사를 하고 날 것과 찬 것을 먹었기 때문에 한적寒積이 장 내에 모여 쌓이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대변이 막히지 않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한사가 엉기어 생긴 음식물 덩어리로 막힌 이런 장경색腸梗塞도 배를 북처럼 붓게 하고 오심구토하게 하며 부腑의 기운을 내려가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 때는 이런 증후가 매우 흔하였으므로 한적寒積을 사하하는 파두巴豆와 같은 신열한 사하약이 주요한 성분인 사하제가 유행했습니다. 이런 환약을 써야 될 경우도 많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약을 사서 먹고 대변을 시원하게 봄으로써 차가운 사기가 엉긴 식체食滯를 풀어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한 대에는 두 종류의 사하하는 환약이 있었는데 하나는 사하축수瀉下逐水가 위주인 약이었고, 하나는 신열辛熱로 한적을 몰아내는 작용이 위주인 약이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는 임상에서 이런 병들을 보기가 매우 어려워 자연히 이 두 종류의 제제약들은 더 이상 유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한傷寒’은 외감병인데, 이를 의사가 환약으로 설사를 심하게 시켰다면 그것이 파두제제건 감수제제건 간에 모두 외감표증에는 걸맞지 않습니다. 그 결과 표사는 풀리지 않으면서 남은 열사가 흉격에 머물러 심번이 나타나며, 동시에 비기脾氣 ,비양脾陽을 손상하여 하리도 생깁니다. 남은 열사가 다 없어지지 않았으므로 신열身熱도 남아 있는데, 미번微煩한 것도 열사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환약을 썼기 때문에 아래로 하리가 그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로 열이 있고 아래로는 한이 있는 상열하한上熱下寒의 증후를 형성하게 되는데, 상열上熱은 신열과 심번으로 드러나고, 하한下寒은 대변당설大便溏泄로 나타납니다. 이럴 때 단순히 상부의 열만 식히면 비기脾氣, 비양脾陽을 더욱 손상하게 되고, 단순히 하부의 한기만 따뜻하게 하면 상초의 열을 더하게 되므로 중경은 치자건강탕栀子乾薑湯으로 청상온하清上温下하였습니다. 이때의 상과 하는 상대적인 것으로 하下는 사실 중초中焦, 비위脾胃를 말합니다. 그래서 청상온하淸上溫下는 흉중의 열은 식히고, 비양脾陽을 따뜻하게 하여 비한脾寒을 없앰으로써 허한虛寒한 성질의 하리를 치료하는 것인데 이것은 전형적인 한열병용寒熱併用 처방입니다. 전에 한 번 본과의 수업을 듣던 한 학생이 강의 중 쉬는 시간에 하나는 뜨겁고 하나는 차다는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물이 반 쯤 담긴 두 개의 잔을 가지고 와서 '어느 것이 뜨거운 것이고 어느 것이 찬 것입니까?'하고 물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가 입을 떼자마자 나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바로 알아챘습니다. 왜냐하면 앞 시간에 마침 내가 치자건강탕을 강의했기 때문입니다. "자네, 조금 뒤에 이 두 잔의 물을 한데 부어놓고 내게 이것이 뜨거운지 찬지 물어보려는 거지? " "네" 섞으면 미지근해 지겠죠. "건강은 뜨겁고, 치자는 서늘한데 한 솥에다 삶으면 미지근해져 청열清熱하는 약도 청열하지 못하고 온리温裏하는 약도 온리할 수 없지 않을까요?" "한약이 인체 내에서 작용하는 것은 찬 물과 더운 물을 섞는 물리작용과는 다르다네. 한약에는 성미性味가 있고, 귀경歸經이 있어. 그래서 제 길 제가 가는 거지. 치자는 상초의 열을 식히는 약이고, 건강은 비양을 따뜻하게 하여 비한을 없애는 약이라 같이 쓰더라도 서로 어그러지지 않는 거야. 단순히 뜨겁고 찬 물이 섞여 미지근해지는 물리적인 현상과는 완전히 달리 체 내에서 각자의 작용을 발휘한다네." 어떤 환자가 분명히 열증이라면 한량寒涼하여 청열淸热하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쉬우며, 분명한 한증이라면 온리溫裏하여 거한袪寒하는 약을 쓰는 것은 어떤 의사라도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임상에서 실제로는 많은 환자들이 한열과 허실이 섞여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제 상황에 근거하여 그 환자에게 딱 들어맞도록 한열을 같이 쓰고 공攻과 보補를 동시에 하는 처방을 할 수 있어야 훌륭한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한론 중에 나오는, 한열을 병용하고 공보를 겸시하도록 구성된 이런 처방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는 특히 마음을 써서 이런 사고방식과 처방구성방법을 배워 나감으로써 그 처방 수준을 계승해야 합니다. 건강과 치자를 같이 써서 하나로는 위 쪽의 열을 식히고 하나로는 아랫쪽의 차가움을 덥히는 이것이 우리가 만난 한열병용의 첫 번째 처방입니다.
이어서 우리 제48쪽의 제81조를 봅시다. “범용치자탕, 병인구미당자, 불가여복지. 凡用栀子湯,病人久微溏者,不可與服之” 라고 했습니다. 치자시탕 류의 처방은 우리가 이미 앞에서 배웠던 치자시탕, 치자생강시탕, 치자후박탕 등등을 포함하는데 이런 처방들은 청열하므로 아무래도 한량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환자가 만약 평소에 오랜 동안 변을 약간 무르게 보고 있어왔다면 평소에 비양허脾陽虛, 비기허脾氣虛가 있었기 때문에 대변이 무르게 나왔다는 말인데, 이럴 때 다시 치자시탕을 ”불가여복지不可與服之”-써서는 안 된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절대로 쓸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매우 주의해서 신중히 써야 한다는 말입니다. 치자시탕 류의 처방은 결국 청열하여 한량寒凉에 치우친 처방이므로 이를 쓴 뒤 비양이 더욱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말이 다시 아까로 돌아가는데 평소 비양이 허하여 생긴 무른 변이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정말로 남은 열사가 흉격에 머물러 있어 생긴 허번증이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에게 한 번 물어 보고 싶네요. 조금 전 우리가 배웠던 제80조의 치자건강탕으로 청상온하해야 하는데 바로 이것이 매우 좋은 처방입니다. 그래서 미당微溏하더라도 허번증이 있을 때는 치자건강탕으로 청상온하하면 됩니다. 여기까지 우리는 태양병편에서 다루어진 치자시탕의 유방類方과 그 적응증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여기에서 위에서 강의했던 조문들을 간단히 간추려 정리해 봅시다. 이 증후는 허번이 주가 되므로 이 요약의 제목은 허번증치虚煩證治가 됩니다. 증證은 증후의 특점이란 말이며, 치治는 치료방법입니다.
먼저 그 원인을 말하겠습니다. 태양병 한, 토, 하 후에 남은 열사가 흉격에 머물러 어지럽히면서 심흉에 쌓여 열울흉격증熱鬱胸膈證을 만드는데 이것은 그 형성 원인을 말한 것입니다. -태양병,한토하후,여열류요흉격, 여열온울심흉太陽病 汗吐下後 餘熱留擾胸膈,餘熱蘊鬱心胸-
그 다음은 주증과 주증의 구체적인 병기病機입니다. 울열이 심을 자극하면 가벼울 때는 심번부득면心煩不得眠이 나타나고, 심할 때는 반복전도反復顛倒,심중오뇌心中懊憹가 나타납니다. -울열요심, 경즉심번부득면, 중즉반복전도, 심중오노鬱熱擾心,輕則心煩,不得眠,重則反覆顛倒,心中懊憹-
이것은 우리가 앞의 원문 중에서 언급했던 것이므로 그 병기와 임상증상은 모두들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화가 기운의 흐름을 막으면 아울러 흉중이 막힌 듯 답답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화울기기겸현흉중질火鬱氣機兼見胸中窒-
가슴이 기해气海이므로 쌓인 열이 흉격을 어지럽히면 흉중의 기기气机에 영향을 주어 그 기운이 시원하게 흘러가지 못하기 때문에 가슴이 막혀 답답한 느낌이 나게 되는 것입니다. 기가 뭉치면 혈도 뭉치게 됩니다. 기행하면 혈행하고 기는 혈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기가 뭉치고 나면 혈액의 운행에도 영향을 주게 되어 혈락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氣鬱及血,血絡不和-
그렇게 되면 심중결통心中結痛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兼見心中結痛-
심중心中이란 실제로는 흉중胸中으로 심중에 맺힌 느낌, 굳어지는 느낌, 아픈 느낌이 있는 것입니다. 남은 열이 흉격을 어지럽히고, 남은 열이 없어지지 않아서 신열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조금 전에 말했던 그 조문입니다.-餘熱未退,可伴身熱不去或煩熱-
신열身熱이 아작 남아 있거나 혹은 번열煩熱한 것이 바로 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조입니다. 이를 허번이라 합니다.-名曰“虚煩-
왜 이 증후를 허번이라 하나요? 허번이라는 것은 사열이 형체있는 병리산물과 얽히지 않았다는 것을 말합니다.-是言其邪熱未與有形之病理產物相結合.-
그러므로 이 허는 정기가 허한 것이 아닙니다. 열사가 형체있는 병리산물과 얽혔을 때 중경은 실이라고 했습니다. 이 허번은 실번實煩과 상대적인 것입니다. 그래서 허번의 증상을 “고기증당안지심하연故其證當按之心下濡(ruan)”라 했는데, 이 유濡는 ruan으로 읽어야 하며 유연하다할 때의 연軟과 통합니다. 이후로 우리가 다시 이 글자를 보게 될 때 좀 더 깊이 강의하겠지만 여기서는 유ru라고 읽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연과 통하는 글자로 발음과 뜻이 유연柔軟의 연軟자와 같은 글자이기 때문입니다. 열사가 형체있는 병리산물과 결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곳을 누르면 물렁합니다. -故其證當按之心下濡-.
치자시탕으로 다스려 쌓인 열을 식혀 풀어냅니다.-治以栀子豉湯、清宣鬱熱-。
이것이 허번증의 가장 주요한 증후입니다.
우리는 그 다음으로 이어서 그 겸증兼證을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화열이 기를 손상하여 소기한 증상이 나타나면 이 때 무슨 처방을 쓰죠? 치자감초시탕으로 울열을 청선하고 아울러 익기하는데 이것은 하나의 가감방입니다.- 若火熱傷氣,而兼見少氣者,用栀子甘草豉湯——清宣鬱熱兼以益氣。-
만약 화열이 위를 자극하여 구토증상이 같이 나타나면 치자생강시탕으로 청선울열하고 아울러 화위강역하는데 이 또한 하나의 가감방입니다. -若火熱擾胃,兼見嘔吐者用栀子乾薑豉湯——清宣鬱熱兼和胃降逆。
만약 화열이 아래를 자극하여 복부의 기운흐름이 늦어지면 심번복만心煩腹滿하고,와기불안 卧起不安하는데 이때는 치자후박탕으로 청열행기清熱行氣,관중소만寛中消滿합니다.-太陽虚煩證,若火熱下擾,使腹部氣機不暢,而見心煩氣滿,則用栀子厚朴湯——清熱行氣、寛中消滿。
마지막 하나의 가감방은 허번하면서 비허변당脾虚便溏한 데 쓰이는 치자건강탕으로 청상온하清上温下합니다. -若虚煩兼見脾虚,便溏者,則用栀子乾薑湯——清上温下
이렇게 해서 우리는 태양병편에서 허번증에 관련된 증치를 그 가감방증을 포함해서 모두 정리했습니다. 끝으로 꼭 한 마디를 더 보태야 하는데 바로 치자시탕의 사용금기입니다. 무릇 평소 체질이 비양이 허하여 중초에 한이 있으면서 대변이 무른 사람은 치자시탕과 같은 처방을 쓰지 말거나 쓰더라도 매우 주의합니다. 치자시탕의 적응증은 우리가 양명병편에서 또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 때 가서 우리 다시 태양병편의 치자시탕 적응증의 임상증상과 연계해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이렇게 해서 태양변증에서 열증 중의 첫 번째 증후 묶음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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