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만산 상한론 강의

제21강 태양축혈증-4

臥嘗 齋 2025. 2. 26. 05:11

저당탕抵當湯, 이 처방은 한방처방 중 파혈축어역량이 가장 강한 처방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임상에서 일반 정황 아래서는 사용할 기회가 결코 많지는 않지만 잘 낫지 않는 어혈에 이를 사용하면 때로는 비교적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습니다. 30년 전 내가 송효지宋孝志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불러주시는 처방을 기록하고 있을 때였는데 한 환자가 선무의원宣武醫院에서 전원하여 왔습니다. 그녀의 임상증상은 시야결손visual field defect을 동반한 극렬한 두통이었는데, 선무의원에서 당시에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고 나서 뇌혈관종腦血管腫cerebral hemangioma이 시신경의 통로를 압박한 것으로 진단하였으나 그 때는 뇌의 이 부분을 수술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양의사가 자기들은 더 해 볼 다른 방법이 없고 수술은 매우 위험하니 차라리 한의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습니다. 우리 중국의 양의사들은 한의학에 매우 협조적이라 그들이 별 방법이 없다고 판단되면 환자에게 한의학적 방법을 써보도록 추천합니다. 그래서 이 환자도 한 가닥 희망을 안고 한방치료를 받기 위하여 동직문의원으로 송 교수님을 찾아 온 것입니다. 송 교수께서는 한참을 깊이 생각에 잠겨 계셨습니다. 내가 이 환자에게서 받은 인상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머리가 아파 눈을 뜰 수가 없고, 시야에 결손이 있어 매우 괴로워하면서 절망하였던 이 환자를 나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40세 가량의 이 여자 분에게 송 교수님은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드디어 파혈축어하는 저당탕을 처방하셨는데, 다만 달여 먹는 탕제가 아니라 이 처방을 산제散剂로 만들어 캡슐에 넣어 복용하게 했습니다. 한 캡슐에 0.3g씩 담아 처음에는 아침, 저녁으로 각각 한 캡슐씩을 먹게 하고 살펴보다가 만약 그래도 대변을 하루에 한 번씩 보면서 조금이라도 묽어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하루 한 캡슐을 늘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한 캡슐씩 먹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이렇게 늘려나가는데 주로 대변을 관찰하여 하루에 한번 비교적 무른 상태로 보면 그대로 복용방법을 지키고, 만일 하루에 두 번 이상 보면 감량하는데, 하루 대변이 한두 번일 때는 감량하지 않도록 하면서 오랫동안 먹게 하였습니다. 이 환자가 일 개월을 먹었는데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지만 송 교수님은 그대로 달아서 먹였는데 2개월을 먹고 나자 두통이 많이 감소되었고, 시야도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삼 개월째 먹자 두통은 거의 사라졌으며, 합해서 반년을 복용한 뒤에 시야가 완전히 회복되고, 머리도 안 아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선무의원으로 가서 진찰해보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기에 나는 이 혈관종도 없어진 것인지 궁금하여 다시 뇌혈관 조영을 해보시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알다시피 당시에는 MRI, CT는 물론 초음파진단기도 없었습니다. 30년 전의 그 시대에는 뇌혈관종을 진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뇌혈관조영뿐이었는데, 이 뇌혈관 조영은 어느 정도 위험하면서 또 상당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환자가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 환자의 증상이 무엇 때문에 좋아졌는지, 뇌혈관종은 그대로인지 없어졌는지 늘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송 교수님이 들으시도록 할 수는 없어 송 교수님 모르게 따로 환자에게 말했습니다. " 환자분! 이 검사는 반드시 해야 되요. 이 종류腫瘤가 옮겨갔을 수도 있습니다. 더 위험한 다른 곳으로 옮겼을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그게 갑자기 터지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뇌혈관조영을 해서 증명을 해봐야 합니다. 그 종류는 없애기가 아주 힘든 거거든요." 그 분은 내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되어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고 나중에 내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는 내가 아직 어려 그런 짓을 했는데, 그래서는 안 되었던 겁니다. 그 분은 다음 날 바로 선무의원으로 조영사진을 찍으러 가셨는데 다 찍고 나서 사진을 가지고 그분이 그 사진을 찍은 방사선과 기사에게 "선생님! 먼저 번 찍은 것과 이게 어떻게 달라졌나요? "라고 물었습니다. 대조를 마친 그 기사가 "이 사진이 당신 것이라 구요? 아닌데. " " 이게 왜 내게 아니 예요?" "이 쪽 사진은 뇌혈관종이 있는데 여긴 없잖아요." "이 사진도 내거예요. 처음에 찍어서 보고한 사람도 당신이잖아요. " "이럴 수가 없어요." 선무의원에서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원래 있었던 혈관종이 지금은 왜 없지? 그 사람은 당연히 반 년 사이의 변화를 대조했는데 혈관종이 사라진 거지요. "어떻게 치료하신 거죠" "한의사를 찾아가 줄곧 캡슐을 먹었는데 좋아졌어요." 다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당탕을 산제로 만들어 뇌혈관종을 치료했어도 이렇게 좋은 효과를 보았던 경우는 이 한 케이스밖에 없습니다. 뒤에 내가 비슷한 환자를 만났을 때 써 봤지만 혹 환자가 계속 약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었든지, 아니면 현대의 수술기법이 향상되어 환자가 어느 정도 계속 약을 먹다가는 증상이 너무 느리게 풀린다고 보고 수술을 해버렸기 때문이었든지 어쨌든 어떤 환자도 반년을 계속 약을 먹으면서 뇌혈관종이 완전히 없어지고 임상증상이 다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그 환자에 대해 내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처음에는 계속 이름과 주소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여러 번 이사하는 바람에 그 자료들을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아직도 유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만약 내가 아직도 그분을 팔로우 업 할 수 있다면 당시 40여 세이었다고 볼 때 30년 이 지났으므로 지금은 70여 세 일 텐데 도대체 장기적인 예후는 어떤지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런 장기적인 예후를 팔로우 업 할 수 있는 자료를 찾을 수 없어 한 무척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태양축혈증에서 저당탕의 적응증으로 또 한 조문이 있는데 바로 125조입니다. 우리 지금 다시 교재 70쪽을 봅시다. “태양병. 신황, 맥침결, 소복경, 소변불리자, 위무혈야, 소변자리, 기인여광자, 혈증체야, 저당탕주지.太陽病,身黄,脉沉結,少腹硬,小便不利者,爲無血也,小便自利,其人如狂者,血證諦也,抵當湯主之。” 이것이 125조입니다. “태양병 신황太陽病身黄” 이 신황은 태양축수에서 나타날 수도 있고, 태양축혈에서도 보일 수 있습니다. 태양축혈太陽蓄血은 혈열이 서로 얽혀 기운의 흐름을 막습니다. 전신의 기기氣機는 간담肝膽이 흩어 내보내게 되어 있는데, 지금처럼 혈열이 호결하여 기기를 조체阻滯하면 간담의 소설疏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 온몸이 노랗게 됩니다. 이것이 태양축혈로 발황發黄하는 병기病機입니다. 태양축수太陽蓄水에서도 같은 이치로, 수사가 안에 쌓여 기운의 흐름을 막아 간담의 소설에 영향을 끼치면 간담의 소설기능이 방해를 받음으로써 발황하게 됩니다. 발황發黃에 대한 구체적인 병기는 양명편을 강의할 때 자세히 이야기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혹은 혈열호결血熱互結이 기기를 막든지 혹은 수사내류水邪内留가 기기를 막든지 간에 간담의 소설에 영향을 주어 발황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혈열호결이 간담의 소설에 영향을 미쳐 생긴 발황을 우리는 축혈발황이라 부르며, 수사내류로 발황이 생겼을 때는 우리가 이를 축수발황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이 한 조문에서 말하는 태양병신황은 축수발황일까요, 아니면 축혈발황일까요? 아래의 증상을 보아야 합니다. “맥침결脉沉結”이라 했는데,  이 침沈은 병이 리裏에 있다는 말입니다. 결은 맥결대脉結代로 맥박이 고르지 못하고 한 번씩 쉰다는 말인데, 형체가 있는 어혈이 혈맥을 막아 혈맥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것을 나타냅니다. ‘소복경少腹硬’은 어혈이 하초에 머물러 있다는 표시입니다. 그렇지만 축수에도 소복고리급少腹苦里急이 있을 수 있고 발황도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때 축수인지 축혈인지를 어떻게 감별해야 할까요? 소변을 보면 됩니다. 소변불리小便不利는 축혈이 아닙니다. 소변자리小便自利하면서 다시 정신증상인 “기여여광 其人如狂”이 있을 때라야 확실하게 축혈로 진단내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축수와 축혈을 진단하는 관건은 소변이 잘 나오느냐 아니냐를 보는 것인데, 소변불리, 소변소하면서 소복경, 맥침결, 신황이 있으면 축수이고, 소변이 정상이면서 정신증상인 기인여광과 맥침결, 신황, 소복경이 있으면 이는 바로 축혈입니다. 축혈은 저당탕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한 조문에서 특별히 축수와 축혈의 구별이 소변리와 소변불리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아래의 제126조 “상한유열, 소복만, 응소변불리, 금반리자, 위유혈야, 당하지, 불가여약, 의저당환. 傷寒有熱,少腹满,應小便不利,今反利者,爲有血也,當下之,不可餘藥,宜抵當丸。”이 경우는 어열이 호결하여 비록 어혈이 있긴 하지만 어혈의 병세가 매우 완만하여 겨우 소복만만 나타납니다. 여기에서는 소복급결도 말하지 않았으며, 소복경만도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열호결하여 어혈이 비록 있긴 하지만 병세가 화완和緩하여 겨우 소복만만 보이는 것입니다. 이 때 열사熱邪는 중할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열사도 중하지 않아서 열이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열이 약간 있는 것 같을 뿐으로 이때는 겨우 혀만 조금 붉거나, 맥박만 약간 빨라진 정도이지만 이것이 바로 열이 있다는 표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어열호결인 것은 맞지만 어혈이 있어도 병세가 화완하고, 열사도 있다고는 하나 열세가 매우 경미합니다. 이런 정황 아래서는 저당환抵當丸을 써서 어혈을 천천히 삭여 없애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법消法의 대표방으로 저당환으로 어혈을 천천히 없애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또한 태양축수증과 감별해야 합니다. 소변불리면 축수이지만, 만일 소변이 잘 나오면 축혈이므로 마음 놓고 저당환으로 치료하면 됩니다. 이리하여 우리는 태양축혈증의 세 가지 방증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우리 간단히 태양축혈증에 대해 요약해 보기로 합시다.
1、태양축혈증은 어열호결瘀熱互結한 증후이다. 태양축혈증은 어열이 하초에서 호결한 증후로 태양의 표사가 경맥을 따라 이로 들어가 하초에서 피와 얽힘으로써 태양축혈증을 형성한다. 만일 혈열이 초결初結로 막 시작되었으면 열이 중하고 세勢가 비교적 급하다. 이때 어혈은 막 형성되어 비교적 어혈이 비교적 얕고 가볍다. 증상은 소복급결少腹急結,기인여광其人如狂한데 표사가 이미 풀린 경우는 도핵승기탕을 써서 사열화어瀉熱化瘀한다. 이것이 첫 번째 유형이다.
2、만약 혈열어결血熱瘀結로 혈과 열이 한 곳에 어결하여 있을 때는 어혈이 이미 형성되었기 때문에 어혈 병세도 비교적 무겁다. 열은 이미 수렴되어 열세가 이미 거두어졌기에 열세가 비교적 미약하다. 증후로는 소복경만少腹硬滿, 여광如狂 혹 발광發狂, 혹 신황身黄, 맥침미脉沉微가 보인다. 이때의 미는 형체를 가진 사기가 피의 흐름을 막아 맥기가 순조롭지 못한 것을 나타낸다. 혹은 맥이 침미沉微하지만 침결沉結할 수도 있는데 이 결結도 유형한 사기가 피의 흐름을 막아 맥기가 불리해 졌다는 표시이다. 침하면 병이 리裏에 있다는 말이다. 소변자리小便自利는 감별진단의 요점으로 이럴 때는 저당탕으로 파혈축어破血逐瘀하는데 이것이 태양축혈증의 두 번째 유형이다.
3、세 번째 정황은 혈열호결血起互結로 어혈이 형성되었지만 병세가 약하고, 열사가 비록 있긴 하나 열세가 비교적 미약하므로, 증상은 열이 조금 있고, 소복이 만하다. 소변이 자리自利한 것이 또 태양축수증과의 감별점이 된다. 소변자리하면 저당환으로 치료하여 어혈을 천천히 삭인다.
우리가 막 언급했던 태양축혈증의 마지막 방증인 저당환 방증 126조에서 “불가여약不可餘藥”이라고 했는데 이 불가여약이란 말은 엄격히 말해서 현대중국어 어법에 맞지도 고대 한어어법에도 맞지 않습니다. 다만 의성으로 불리는 사람의 책에 이 말이 씌어져 있기 때문에 후세 사람들이 이를 해석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런 어열호결은 어열이 모두 비교적 미약한 증후이어서 약의 힘이 지나치게 강한 (병에 비하여 약이 센) 저당탕을 쓰면 안 되므로 마땅히 저당환으로 어혈을 천천히 삭여야 한다는 말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불가여약不可餘藥”에 대한 또 다른 해석 방법도 있습니다. 그것은 저당환 이 처방은 위 네 가지 약을 찧어서 네 개의 환을 빚은 뒤 한 환을 물 한 되로 끓여 칠 홉을 만들어 먹는 방법을 씁니다. 이것을 자환煮丸이라 합니다. 그런데 이 때 생기는 약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바로 저당환을 먹을 때 찌꺼기조차 함께 먹기 때문에 찌꺼기가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불가여약不可餘藥”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해석이 모두 약간 억지스럽지만 주가들의 이런 두 가지의 해설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두 해석을 모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환丸은 완緩 곧 느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당환은 화어완소化瘀緩消하는 작용이 있어 환약을 다 먹은 뒤 쉬시晬時가 되어야 하혈下血합니다. ”쉬시晬時”란 주시周時로 시간이 한 번 두루 돌았다는 말인데, 예를 들어 첫 날 아침 8시에 약을 먹으면 다음 날 아침 8시에 비로소 대변으로 더럽고 탁한 물질을 싼다는 뜻이며 이를 대두24소시對頭24小時라고 부릅니다. “약불하자, 갱복若不下者,更服” 만약 설사하지 않으면 다시 더 먹으라는 말인데, 이는 바로 저당환이 화어완소하는 작용을 가진 화완한 처방이기 때문입니다. 이 처방은 어열호결瘀熱互結로 어혈이 형체를 이루어 세가 완만하며, 열이 있긴 하나 세가 미약한 이런 태양축혈증을 치료합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태양축수증과 태양축혈증으로 이루어진 이 태양부증에 대해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수업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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