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만산 상한론 강의

제21강 태양축혈증-3

臥嘗 齋 2025. 2. 26. 05:03

이제 우리 태양축혈증의 두 번째 증후를 봅시다. 124조입니다. “태양병육칠일표증잉재,맥미이침,반불결흉,기인발광자,이열재하초,소복당경만,소변자리자,하혈내유,이소이연자,이태양수경,어열재리고야,저당탕주지太陽病六七日表證仍在,脉微而沉,反不結胸,其人發狂者,以熱在下焦,少腹當硬滿,小便自利者,下血乃愈,而所以然者,以太陽隨經,瘀熱在裏故也,抵當湯主之”
“태양병육칠일표증잉재 太陽病六七日表證仍在”라고 한 것은 태양병이 6-7일이 되어도 표증이 아직 있다는 말인데, 맥증은 이미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맥미이침脉微而沉” 에서 맥침은 사기가 이미 리부로 들어간 것을 나타냅니다만 그러면 이 맥미는 양기가 허한 것을 나타낼까요? 아니면 형체를 갖춘 사기邪氣가 맥도脉道를 막아 맥기가 잘 흐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맥미는 상한론에서 양허를 의미할 수도 있고, 유형한 사기가 맥도를 막아 맥기가 불리한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유형有形한 사기가 맥도를 막아 맥기가 불리한 때도 맥미가 나타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기타의 증상들과 결합하여, 같이 나타나고 있는 증상과 결합하여 그것이 양허인지, 유형한 사기가 맥도를 막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불결흉反不結胸”이라 했는데, 결흉은 상한론 중의 하나의 증후 이름으로, 사기와 담수痰水가 흉격胸膈、완복脘腹(위완과 복부)에 얽혀있는 증후입니다. 뒤에서 우리가 다시 언급할 테지만 결흉은 열실결흉熱實結胸、한실결흉寒實結胸의 구별이 있고, 열실결흉은 다시 대결흉大結胸과 소결흉小結胸으로 나뉩니다. 표表에서 리裏로 들어간 사기와 흉격 사이에 있던 담수가 서로 엉겨서 맺히면 결흉증을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한 조문은 표사가 리부로 들어간 것을 묘사한 것인데 리로 들어갔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었을까요? 맥이 침하여 부하지 않다고 한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맥이 부에서 침으로 바뀐 것이며, 이는 곧 사기가 리부로 들어간 것을 나타냅니다. 사기가 리부로 들어가면 자주 결흉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반불결흉反不結胸”이라 하였으므로 이것은 사기가 담수와 얽히지 않아서 결흉이 되지는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기인발광其人發狂”이라 하여 주증의 하나가 바로 발광인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중경은 이 발광의 병기를 “이열재하초以熱在下焦”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열사가 하초로 들어가 어혈과 서로 뭉쳐서 만들어진 어열瘀熱이 위로 올라가 심신을 흔듦으로써 심주신지의 기능이 정상적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여 일어난 것이란 말입니다. 중경이 비록 이 한 마디만 했지만 우리는 이 말에 뜻이 완벽해지도록 과정을 보충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광이 나타난 이유는 열과 어혈이 하초에서 얽혀 하초의 어열이 위로 올라가 심신을 흔듦으로써 심주신지의 기능이 이상해진 까닭인 겁니다. 만일 이 병기에 대한 추측판단이 정확하려면 “소복당경만少腹當硬滿” 곧 소복이 경만해야만 합니다. 병기를 어열이 하초에 얽혀 그 어열이 위로 올라 심신을 흔든 것이라고 추단하지 않았던가요? 만일 이 추단이 정확하다면 아랫배에는 당연히 경만硬滿한 증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경硬은 의사가 눌러 보았을 때 딱딱하다는 말로 형체가 있는 어혈이 이미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만滿은 환자가 스스로 부듯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어열이 기운의 흐름을 막아 소복의 기운 흐름이 시원치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주증은 두 개로 위로는 정신신지精神神志 증상으로 기인발광이 있고, 아래로는 국부증상인 소복경만이 있어야 하는데, 경만해진 것으로 보아 형체가 있는 어혈이 형성된 것이므로 어혈이 비교적 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열사熱邪는 어떻다고 보아야 할까요? 소복급결少腹急結이 아니고, 소복경만硬满이라고 했는데, 이것은 열사熱邪가 이미 수렴되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어열호결瘀熱互結이긴 하지만 이 때는 어혈이 더 중하고, 열사는 이미 수렴되어 있으므로 어혈을 주로 치료해야 합니다.
이제 감별진단을 해봅시다. 먼저 태양축수와 태양축혈은 모두 방광부의 병변으로 하나는 기분에 있고 하나는 혈분에 있습니다. 태양축혈증은 소복경만少腹硬滿이 있고, 태양축수증은 소복고리급이少腹苦裏急 있어 소복부에 모두 증상이 있기 때문에 감별이 필요합니다. “소변리자, 하혈내유 小便利者,下血乃愈”라고 할 때의 소변리는 소변이 정상이라는 뜻으로 이는 병이 기분에 없다는 것을 설명합니다. 이 말 속에는 또 병이 혈분에 있다는 뜻이 숨겨져 있는데 왜냐하면 이것이 하초방광의 병인데도 소변이 대체로 정상이란 말은 병이 기분에 있지 않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병이 기분에 있다면 소변불리少便不利하면서 소변소少便少해야 합니다. 지금 소변이 대체로 정상이므로 그러면 병이 혈분에 있다는 의미이니 이것으로 태양축혈증 임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하혈내유下血乃愈”는 하혈시키는 방법, 어혈을 사하하는 방법을 써서 치료하라는 말인데 어떤 처방을 써야 할까요? 마지막 한 마디가 “저당탕주지抵當湯主之”입니다. 저당탕은 파혈축어破血逐瘀하는 처방 중 하나입니다. 저당탕주지는 당연히 “하혈내유 下血乃愈”란 말의 뒤에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소이연자. 이태양수경, 어열재리고야而所以然者,以太陽隨經,瘀熱在裏故也”는 태양축혈증의 형성원인을 보충해서 해석한 말로 이래서 이런 정황이 출현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연然”은 바로 이러하다는 말입니다. 그것은 태양표사가 경맥을 따라 리부로 들어가 열로 바뀐 것입니다. 왜 열로 바뀌었을까요? 체내의 양기가 왕성하였기 때문입니다. 사기가 리부로 들어가 바로 양기를 따라 열로 바뀐 것입니다. 그 뒤로 열과 어혈이 방광, 하초에서 얽히게 됩니다. 상한론에서는 방광이라는 말도 썼지만 하초라는 말도 쓰고 있습니다. 열과 어혈이 방광에서 얽힘으로써 어열이 호결한 태양축혈증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치료하는 방법은 파혈축어破血逐瘀인데, 그것은 이 증후가 어열호결瘀熱互結이 되어 어혈이 중하고 열세는 이미 수렴되어 나타난 것이므로 파혈축어가 주가 되고 사열은 주가 되지 않습니다.
저당탕抵當湯을 쓴다고 했는데, 이 처방의 약물구성을 보기로 합시다. 수질水蛭,오熬;맹충거시족虻虫去翅足,오熬;오가 무슨 뜻이었죠? 오熬는 초炒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앞에서 중경의 일생을 이야기했을 때 중경이 하남 남부사람으로 고대에는 초국楚國땅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사용된 오熬가 초나라 지방의 사투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서한西漢의 양웅楊雄이 지은 방언《方言》에서 말한 한 구절의 글인 “오는 불로 말린 것이다. 무릇 불로 오곡의 종류들을 말리는 것을 태산에서 동쪽 제초까지는 오라고 했고, 관서농기까지는 배라고 했으며, 진초 사이는 초라고 했다.熬,火乾也,凡以火而乾五穀之類,自山而東齊楚以往謂之熬,關西隴冀以往謂之焙,秦晋之間或謂之炒”를 인용했습니다. 이 귀절은 우리가 전에 여러분에게 써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쓰지 않고 한 번 읊고 지나갑니다. 중경은 하남 남부 사람으로 여기가 옛날에는 고대 초 나라 북부지방이었기 때문에 그가 책을 쓸 때는 초국의 방언方言으로 썼는데, 그래서 이 오熬는 바로 초炒,배焙의 뜻입니다. 맹충虻虫은 볶게 되면 날개와 다리가 오그라들어 바로 한 번에 떨어져 나갑니다. 이 처방이 얼마나 재밌는지 보세요. 거머리는 논에서 살면서 가장 피를 잘 빨아들이는 말거머리인데, 과거에 논에 들어 갈 때는 맨발로 들어가기 때문에 주둥이가 빨판으로 되어 있는 이놈 들이 살갗에 찰싹 붙습니다. 그런 뒤 입에서 용혈소溶血素를 뱉어내 피를 잘 굳지 않게 한 다음 원래 빼빼했던 몸이 거의 공처럼 동그래질 때까지 피를 빨아들입니다. 떼 낼 때 절대로 잡아당기면 안 되는데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더 단단히 붙어있기 때문으로 이때는 탁하고 때리면 바로 떨어지게 됩니다. 거머리는 수생동물 중에서 가장 피를 잘 빠는 놈입니다. 두 번째인 맹충은 날아다니는 것들 중 가장 피를 잘 빠는 놈으로 소와 말을 가장 즐겨 무는데 그 두꺼운 가죽을 뚫고 피를 뽑아갑니다. 그래서 우리 사람들도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할 때 특별히 이것들을 겁냅니다. 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과거에는 농촌전시관 동쪽에 가면 여기 저기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큰 웅덩이가 있어서 그 곳으로 헤엄치러 가는 수가 있었는데 그 때는 특별히 이놈 들을 겁냈습니다. 이놈에게 한번 쏘이면 큼지막이 부풀어 올라 그 어떤 것에 쏘인 것보다 대단히 크게 부어오릅니다. 이것이야말로 나는 곤충 중에서 가장 피를 잘 빠는 동물입니다. 도인桃仁은 나무에서 여는 과일의 씨 중에서 가장 활혈화어를 잘 하며, 대황大黄은 풀 들 중에서 파혈축어破血逐瘀에 가장 능합니다. 이 네 가지 약에는 해군도 공군도 있습니다. 대황은 육군이라 치면, 도인은 공군의 육상전투대일까요 아니면 육군의 공중전투대일까요? 이 네 가지 약을 각자 다른 생태환경으로 부터 골랐으니 활혈화어약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입체작전으로 사면팔방을 포위한 육해군 협동작전인 것입니다. 내가 말한 이 말을 한 번 웃고 끝내진 마세요. 이 한 가지 약들 마다의 생태환경은 그 성미性味, 귀경歸經, 공효功效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약을 쓸 때 활혈화어약을 고르는데 만약 모두 초목 종류 한 기지로만 활혈화어약을 골라 쓴다면 그 역량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만약 여러 다른 생태환경에서 활혈화어약을 찾아 쓴다면 역량이 집합되어 여러 방면들을 모두 다 고르게 돌볼 수 있습니다. 이런 처방구성에 대한 생각방법은 배울 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한 지방의 환경이 그 땅의 사람을 만들고, 한 지방의 환경이 그 지방의 특산 약재를 만듭니다.  
여러분 수박을 한 번 떠올려 봅시다. 수박은 여름 날 가장 더울 때 태양이 바로 내리쬐는 동안 익어가므로 햇볕이 따가울수록 수박은 더욱 답니다. 올해 비가 많이 오고 구름이 낀 날이 많았다면 수박 농사꾼들은 수박이 크기는 해도 달지 않다고 말합니다. 한 해 내가 수박특산지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수박 밭에서 수박이 얼마나 햇볕을 쬐고 있는지 경험해보려고 서 있어봤는데 5분쯤 서 있으니 온 몸에 땀이 흥건하게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수박 농사꾼이 "뭐하세요?" 라고 물어서 내가 수박의 자라는 환경을 체험하고, 내가 수박이 그 햇볕을 쬐면서 어떻게 열을 견뎌내는지 겪어보면서 내가 열을 견디는 힘을 단련해 보려 한다고 하자 수박농부가 웃으면서, 수박하고 더위 견디기를 겨루는 당신 같은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군요. 사실 그 때 나는 ‘수박아 네가 내리쬐는 햇빛아래서 더위를 견디는 힘을 길렀기에 우리 사람들이 진액이 모자라 목마르고 괴로울 때 너를 먹어 열을 식히고 더위를 풀며 진액을 생기게 하고 목마름을 가시게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철에 먹으면 이렇게 이로운 수박이지만 겨울에 먹으면 어떨까요? 겨울철이었는데, 잇달아 윗배가 아프다는 몇 명의 중학생을 진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중 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왜 윗배가 아프게 됐나?" "며칠 전 누가 수박을 보냈는데 아빠, 엄마는 두 분 다 안 드시는 거예요. 저는 여름에는 보통 수박 반 덩이에서 한 덩이까지도 먹기 때문에 쪼개서 두 조각 먹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윗배가 아프더라고요." 그때가 무슨 계절이라고 했었나요? 한 겨울이라 밖에는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수박 두 조각을 먹고 위가 아팠습니다. "여름에는 수박을 먹어도 괜찮다고 했지?" "여름에는 배가 빵빵하게 먹어도 아무 탈도 없었어요." "그게 시령時令이라는 것이야. 바로 대자연이 수박을 여물게 할 그 때는 먹어도 네 몸에 좋은 점이 있지만, 맞지 않는 계절에 자란 과일을 먹으면 몸에 해롭기 쉬운 거야. 조금만 먹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기네. "
한 해 그 때는 내가 아직 대학에 다닐 때였는데, 교수님들이 우리를 데리고 약을 캐러 갔습니다. 하북성 흥륭興隆의 있는 어느 산에 올라가 만리장성의 북쪽에서 약을 캐는데, 양달 비탈에서 햇볕이 내리쬐어 뜨거워져서 앉을 수도 없게 된 돌을 발견했습니다. 그 근처 식물들은 대개 항열抗熱하는 것으로 대부분이 청열약淸熱藥이었습니다. 산비탈의 응달에서 자라는 것은 산 윗부분이라면 이른 아침과 저녁에는 해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대개 양음養陰하는 약이 자랍니다. 나는 저 깊은 산골짜기 바닥에는 무슨 식물이 자라나하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는 곧 아무런 말도 없이 골짜기 아래로 내려갔는데 거기에는 식물이 매우 적어 간간이 고사리류의 식물들이 보일 뿐 다른 식물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거기는 여름인데도 아직 눈과 얼음이 녹지 않은 곳이 있었는데 그 옆에 나보다 더 키가 큰 식물들이 무리지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푸른 잎에 자줏빛 꽃이 피어있었는데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식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곡괭이로 캐 내어보니 그 뿌리가 작은 고구마 같았습니다. 산 위로 뿌리 채 가져왔더니 교수님이 멀리서 보시고 "자네 어디서 부자附子를 캤나?"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원래 부자는 이런 곳에서 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 부자로 수많은 세월 동안 이런 추운 곳에서 살면서 대대로 스스로 추위를 이기는 능력을 일궈 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체가 추위를 견뎌낼 수 없을 때 자연계에서 추위를 잘 견디는 식물을 먹습니다. 우리 한약은 부자가 대신대열大辛大熱하여 온양산한温陽散寒하고 지통止痛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바로 대자연이 우리 인류에게 베풀어 준 선물로, 대자연이 우리의 흐트러진 건강을 조정하도록 우리 인류에게 제공하는 천연 약물입니다. 설련화雪蓮花는 해발4000m 이상에서 자라는데, 모두들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 지 추측해 보세요. 꽃은 흰색인데, 사실상 이 식물은 뜨거운 성질로 만약 열성이 아니라면 거기에서 얼어 죽고 살아 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온양温陽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뒤에 내가 약물재배에 관한 한 작은 책자를 보았는데 부자를 양달의 따뜻하고 비옥한 곳에 심으면 수확량이 늘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확실히 그럴 것입니다. 부자는 그렇게 환경이 열악한 데서도 살아갈 수 있는데 그것을 비옥하고 온난한 토지에 심으면 당연히 산출량이 많겠죠. 내가 약물을 재배해 온 늙은 농부에게 "부자를 여기에 심으시면 산출량이 높을까요?" "당연히 많이 수확할 수 있지요." "효과는 어떤가요?" "내가 산에서 옮겨 심어 봤더니 첫 해에 자란 것, 바로 첫 대에 생장한 것은 물건이 매우 좋고 효과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 뒤 내가 첫 대에서 생산한 종자를 쓴 두 번째 대에서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두 번째 대에서 얻은 종자로 심은 세 번째 대에서 거둔 부자를 내가 시험해 봤더니 내가 첫 해, 둘째 해의 부자는 먹고 나서 후끈해 졌지만 세 번째 대 뒤로는 압력밥솥에 삶아 익힌 뒤 설탕을 찍어 고구마 먹듯이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었는데도 후끈거리는 느낌이 없었어요." 이 때 나는 속으로 매우 놀랐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아무리 정성껏 변증辯證하고, 아무리 신경을 써서 약을 쓰더라도, 이미 마음속으로 이 약을 먹으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라고 확신하였을 때라도 결과적으로 환자가 약을 먹고 기대하던 효과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꼭 우리가 변증을 잘못했거나, 잘못된 처방을 쓴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삼대까지 직접 기른 부자를 맛본 뒤 그것이  약물의 성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공재배는 자연생태의 그러한 환경을 비슷하게 모방할 수는 있지만 그 약성을 바꿔 약효가 전만큼 좋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약은 반드시 원래 원산지의 약재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산 인삼인 고려삼은 매우 유명하며 그만큼 고려삼의 역량은 확실히 뛰어납니다. 내가 한국에 있을 때 많은 인삼재배지를 둘러보았는데 토양의 성분을 반드시 화학시험을 거쳐 산 속에서 인삼이 자생하는 곳의 성분, 미량원소와 같도록 만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빛의 쬐임도 자연환경 아래서의 광도와 같았습니다. 중국 동북지방에도 인삼을 재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 반의 한 학생도 너른 땅에 인삼을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한 해 그가 작은 무 같은 인삼을 한 무더기 가져다준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때 기허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가끔 혈압이 올라가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인삼의 약효가 대단할 것이라 짐작하고는 겁이 나서 뿌리채 먹지 못하고 잔뿌리만 씹어 먹었는데 아무 일도 없고 반응이 없었습니다. 고려인삼을 먹고 난 뒤처럼 생기가 돌지도 않고 열도 오르는 것 같지 않아서 반 뿌리를 먹어보았는데도 역시 반응이 없기에 한 뿌리를 먹어도 반응이 없었고, 나중에는 두 뿌리를 끓여 먹어보아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가 뿌린 인삼 씨가 몇 대를 거쳤는지 이미 무처럼 되었더군요. 한 다발을 다 먹어도 보기補氣하는 효과를 느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열이 오르는 부작용조차 느끼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이 실례를 통해 한의, 한약의 효과를 높이려면 좋은 약재를 생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알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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