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제8조를 봅시다. ‘약욕작재경자, 침족양명, 사경부전즉유.若欲作再經者,鍼足陽明,使經不傳則愈’ ‘약욕작재경若欲作再經’ 을 우리 교재에서는 ‘태양의 사기가 풀리지 않고 양명으로 전해지려고 하면’ 이라고 해석했는데, 나는 이 해석이 그 의미를 약간 제한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앞에서 칠일에 행기경진行其經盡한다고 했으므로 욕작재경欲作再經은 이 병이 두 번째 병정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칠일이 하나의 자연병정인데, 칠일 만에 좋아지지 않아서 두 번째 칠일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욕작재경을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칠일로 들어가는 병사病邪는 태양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경經으로 전해진 것일까요? 병사가 태양에 있으면서 전경傳經되지 않은 채 그대로 두 번째 칠일로 들어갈 수도 있고, 병사가 양명, 소양, 태음, 소음, 궐음의 어떤 한 경이든지 전해지면서 두 번째 칠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병사가 태양에 있어도, 아니면 병사가 이미 다른 어떤 경에 전해져 있어도 우리는 족양명足陽明에 침을 놓을 수 있습니다. 족양명을 자침하는 것은 병정을 끊는데 보편적인 의의가 있는 것이므로, 사기가 양명경에 들어갔을 경우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족양명에 침을 놓는다는 것은 주로 족삼리혈足三里穴에 침을 놓는 것을 말하는데, 족삼리혈은 매우 훌륭한 강장혈强壯穴로 면역기능을 높이는 효과가 뛰어 납니다. 십 몇 년 전인가 우리 학교의 생화학교육연구실에서 한 무리의 은퇴한 당 간부들에게 신체검사를 해 준적이 있었는데, 주로 그들의 면역기능을 검사했습니다. 이 일이백 명의 늙은 간부들 중에서 병리검사, 신체검사를 통해서 이삼십 명의 늙은 동지들에게서 면역기능의 저하가 발견되었습니다. 우리 생화학 선생이 미리 그들에게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병에 걸리고, 종양에 걸리기 쉽다고 강의를 했던 터라, 이 이삼십 명의 노동지老同志들은 자기들의 면역기능이 많이 떨어진 것을 알고 매우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실험한 선생을 찾아와 그들의 면역기능저하를 그렇게 알아냈으니 당신들이 치료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하나의 교육연구실이 무슨 경비가 있어서 그 비싼 면역증강제를 그들에게 줄 수 있었겠습니까? 그들은 한참 생각하다가 사람마다 뜸쑥을 푸짐하게 두 뭉치씩 주면서 족삼리를 매일 두 번씩, 매번 30분 동안 양 쪽을 같이 뜸을 뜨라고 시켰습니다. 이 늙은 간부幹部들은 매우 집요해서 우리 같으면 하루 쯤 뜨고 나서 방에 가득한 이상한 냄새 때문에 그만 뒀을 텐데 그들은 삼 개월을 계속했습니다. 삼 개월 뒤 다시 조사해 보니 면역기능이 전부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족삼리혈은 이처럼 면역기능을 높이는데 아주아주 좋은 혈이어서, 내가 전번에 몇 번이나 일본 장수촌의 예를 들면서 그들이 18세 이후가 되면 매년 입춘에 족삼리를 반흔구瘢痕灸방식으로 뜬다고 했었습니다. 아마도 이 또한 그들 마을 사람들이 면역기능이 비교적 좋아 장수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족삼리는 면역기능을 높이는 매우 좋은 혈입니다. 면역기능을 이렇게 높이므로 어느 경經의 병이던지, 사기邪氣가 어느 경으로 전해 졌던지 족삼리혈을 자침하는 것은 모두에게 치료와 예방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강의한 태양병의 자연병정입니다.
칠 일째가 되어 좋아진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어떤 시간대에 태양병이 좋아지기 쉬울까요? 우리 교재의 13페이지를 펴서 제9조를 보세요.
"태양병, 욕해시, 종사지미상太陽病,欲解時,從巳至未上"
육경병에는 모두 '욕해시欲解時'가 있습니다. 풀리려고 하는 때라고 한 것은 바로 어떤 경의 병이 만약 어느 날에 좋아진다면 쉽게 풀리는 시간대가 있다는 뜻으로 그 시간대가 바로 ‘욕해시’인 것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여기서 육경병의 욕해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넘어가기로 합시다.
육경병 욕해시六經病欲解時 아래 사진파일첨부
소양병 욕해시는 이른 새벽 세시에서 오전 아홉시까지입니다. 이 시간대는 바로 자연계의 양기가 발생해 나오는 때로 소양의 양기도 이 시간에 가장 왕성합니다. 그래서 소양병이 더 심해지는 것도 이 시간대에 비교적 더 심해집니다. 소양병 환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자연계의 양기가 생겨 나오고 인체의 소양양기도 이렇게 점점 강성해지므로 이때는 정기와 사기와의 투쟁이 격렬해져서 구고口苦, 인간咽乾, 두훈頭暈도 더욱 심해집니다. 소양기가 허한 사람은 소양에 사기가 있을 때는 이른 새벽 양기가 돋우어져야 할 때 돋우어지지 못함으로써 기분이 쳐지고 정신이 우울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 증상 역시 새벽에 더 심합니다. 그런데 소양병이 좋아진다면 어느 시간대가 가장 좋아지기 쉬울까요? 칠 일이 지나 일곱 번째 날에 좋아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맑은 새벽에 자연계의 양기가 솟아나고, 소양의 양기도 차올라와 사정의 투쟁이 격렬해질 때, 병이 좋아져야 한다면, 그때가 바로 정기가 사기를 몰아내는데 유리한 때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소양병의 욕해시는 새벽이며, 소양병의 정사투쟁이 가장 격렬할 때도 새벽인 것입니다.
한 낮은 자연계의 양기가 가장 왕성한 때인 삼양三陽이며 인체 태양의 양기도 한 낮에 가장 왕성합니다. 태양병을 보면 일곱 번째 날 스스로 좋아지려 할 날이 되면 언제가 한출汗出, 열퇴熱退하기 가장 쉬울 시간일까요? 바로 한 낮 이 시간대, 한 낮의 앞 뒤인 이 시간대가 태양병이 한출, 열퇴하면서 좋아지기가 가장 쉽습니다.
모두들 양명병은 심해지는 시간이 오후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포소발조열日晡所發潮熱곧 해질 녘에 조열이 난다는 것이죠. 오후 세시부터 저녁 아홉시까지 이 시간대가 양명경의 양기가 가장 왕성합니다. 만약 이 병이 오늘 좋아질 날이 아닌데, 좋아질 날이 된 것이 아닌데도 오늘 하오가 되어 고열이 난다면 이것이 바로 일포소발조열日晡所發潮热로 섬어譫語, 복만통腹滿痛, 요제통繞臍痛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양명병에 사하약瀉下藥을 썼을 때 어느 시간대에 좋아질 가능성이 가장 클까요? 그것도 바로 하오 이 시간대 입니다. 이렇게 양명경기가 가장 왕성한 이시간대가 되었을 때 다시 여러분이 쓴 약물과 배합되면 정기가 사기를 몰아내는 이런 기전이 가장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양명경의 욕해시는 바로 하오입니다.
삼음병三陰病은 모두 음증으로 거의 다 양기허쇠陽氣虛衰한 증후입니다. 음증陰證이건 혈분증血分證이건 모두 밤에 심해집니다. 밤은 음이 다하고 양이 생겨나는 때로 특히 자시子時이후는 음이 극도로 성하고 양이 극도로 쇠약한데, 음기가 극도로 성하다는 것은 바로 음기가 시들기 시작한다는 뜻이며, 양이 극도로 쇠약하다는 것은 바로 양기가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삼음증은 야간에 가장 심한데 동시에 야간에 양기가 다시 생겨나므로 삼음병이 좋아질 수 있는 시간대도 야간입니다. 설사하는 태음병 환자는 밤에 아주 더 심하게 설사할 수 있는데, 어느 날 설사를 밤이 되어도 하지 않는다면 양기가 회복되어 음한이 물러 난 것을 뜻하므로 이 병은 곧 낫습니다. 육경병의 욕해시는 실제로 육경병이 심해지는 시간과 일치합니다. 그 이치는 그 시간에 그 경의 양기가 가장 왕성하여, 정사의 투쟁이 격렬하므로 병이 좋아질 때가 안 되었다면 그 때의 증상이 가장 심하고, 좋아질 때가 되었다면 그 경의 양기가 가장 왕성한 그 때가 사기를 내 쫓을 가장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주는 때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론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소양병에는 새벽에 약을 약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우리가 우울증 환자를 치료할 적에 일부 항우울약은 새벽에 먹도록 건의합니다. 태양병이 한 낮에 좋아진다면 아침 아홉시, 열시 쯤 약을 먹이는 것이 한 낮에 한출, 열퇴하게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양명병의 경우는 한 낮이 좀 지난 뒤 약을 쓰면 청열淸熱, 사하瀉下가 더욱 쉽습니다. 삼음병에는 밤에나 저녁 무렵 약간의 온리산한温裏散寒하는 약을 쓰는 것, 이것이 바로 시간치료학입니다.
다만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시간 리듬이 인체의 시간 생리리듬이든, 시간 병리리듬이든 간에 이것은 사람과 대자연의 리듬이 발맞춰 나가는 상태라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우리 현대인들은 어떤가요? 자주 대자연의 리듬에 따르지 않습니다. 밤의 세계에 빠져 늘 하루 이틀 밤새 춤을 추면서 피곤해 하며, 사흘 나흘 술 마시면서 취하고, 닷새 엿새 노름하면서 고단한 것을 즐깁니다. 이런 생활로 그와 대자연의 리듬이 삐걱거리는데 이런 고유의 리듬에 따라 그를 치료한다면 치료효과가 결코 이상적이지 못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학생이 자오류주子午流注를 이삼년 연구관찰하고는 내게 관찰보고를 하면서 말하더군요. "교수님. 제가 자오류주를 임상에 사용하였을 때의 치료효과가, 변증한 뒤 체침치료하는 효과보다 못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이게 무슨 이유인지 해석 좀 해 주세요. 자오류주가 좋은 학설이 아닌가요?" "그런 게 아닐세. 자오류주는 훌륭한 학설로 대자연의 시간리듬에 맞춰 계산된 거네. 문제는 사람인데 그들의 시간리듬이 대자연과 맞지 않았던 것뿐일세. 그래서 자네가 대자연의 고정된 시간리듬에 맞춰 혈을 열었지만 그 사람은 이미 대자연의 리듬과 달라졌기 때문에 당연히 치료효과가 떨어진 거라고 보아야 하네."
여기에서 우리는 시간의학時間醫學이란 문제를 다루었는데, 이 문제를 아직 다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이어서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학만산 상한론 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0강 태양중풍증치-2 (0) | 2025.02.12 |
---|---|
제10강 태양중풍증치-1 (0) | 2025.02.11 |
제9강 태양병병정의 시간절율-4 (0) | 2019.05.05 |
제9강 태양병병정의 시간절율-3 (0) | 2019.05.04 |
제9강 태양병병정의 시간절율-2 (0) | 2019.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