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별의别义
(1)오규지특점五窍之特点
소양제강少阳提纲의 조문에서 구口、인咽、목目의 삼규三窍를 말한 것을 보면서 우리는 오규五窍의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오규는 곧 "심개규우설心开窍于舌,비개규우구脾开窍于口,폐개규우비肺开窍于鼻,신개규우이肾开窍于耳,간개규우목肝开窍于目"이다. 규窍란 무엇인가? 《설문说文》에서 “혈야穴也,공야空也.”라 했고, 《례礼·례운礼运》에서는 “지병규우산천地秉窍于山川.”이라 했는데 이를 《례기소礼记疏》에서는 “위지병지우음기谓地秉持于阴气,위공우산천이출납기기为孔于山川以出纳其气.”라 했다. 《설문说文》、《례경礼经》에서 말한 것을 묶어보면 규窍는 바로 산천山川 가운데의 공혈孔穴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동굴이다. 이런 동굴은 무슨 작용을 하는가? 지기地气를 뱉고 들이는 작용을 한다. 지地가 비록 음阴으로 장이불사藏而不泻하지만 교환交换 즉 천天과의 교환, 양阳과의 교환이 필요하며, 또 호흡呼吸도 필요하다. 이런 교환交换,이런 호흡呼吸은 바로 산천에 자리잡은 공규孔窍로 이루어진다. 이를 보면 자연히 만들어진 모든 피조물들이 쓸 모가 없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이 아닌데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이란 것을 알게 된다. 위에서 말한 이 “규窍”에 포함된 뜻을 알고 나면 우리 몸의 오장에 있는 규窍에 대해서도 매우 분명히 알 수 있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오장에만 규를 두고 있고 육부에서는 규를 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육부는 양에 속하고 오장은 음에 속하여 육부는 하늘 맞잡이이므로 사이부장泻而不藏하고 오장은 땅 맞잡이라 장이불사藏而不泻한다. 하늘은 원래 공령空灵한데 규窍가 필요할까? 땅은 실이후심实而厚深하므로 출납出纳을 맡을 규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번 한의학이론의 기초가 매우 심후하고, 그 배경도 심후하다고 강조했는데 그 배경과 기초가 바로 자연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을 말할 때 여러분은 어디서든지 잠시라도 자연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여러분들이 자연의 도리를 본받으면 여러분의 이론의 근원과 기초가 자연스럽게 심후해지면서 단계도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여러분들은 이 이론을 깊이 믿고 의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마음 속에 짐작이 있어 분명히 알게 된다. 바로 이 오장주규五藏主窍의 문제처럼 자연과 연계해보면 금방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 밖의 문제로 간, 비, 폐, 신의 규들을 보면, 《설문说文》、《례경礼经》에서 규窍가 바로 산천山川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공혈孔穴이라 했으므로 사람의 몸에서 산천이 되는 머리에 있으면서 모두 공혈空穴, 공규孔窍의 성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규라고 불리는 곳을 알 수 있다. 또 이 몇 개의 규窍 가운데 간규肝窍인 목目과 신규肾窍인 이耳와 폐규肺窍인 비鼻는 다 좌우로 두 규窍가 있으며, 비규脾窍인 구口도 비록 좌우 두 규로 나누어져 있진 않지만 아래 위 입술로 이루어져 있고 또 모든 규窍들이 모두 바깥으로 뚫려 있다. 오직 심규心窍만이 밖으로 뚫려 있지도 않고 공혈空穴인 규窍도 아니며 또 상하, 좌우로 나누어져 있지도 않은 독립된 “규窍”여서 다른 규와 같은 그런 특징이 없다. 오장 가운데 간비폐신肝脾肺肾은 다 채워져 있지만 그 규窍는 오히려 비어 있고, 심장은 본디 비어있지만 그 규는 오히려 비지 않았다. 오장 가운데 심은 군주君主여서 군주는 고孤하고 과寡하므로 좌우와 상하가 없지만 나머지 모든 벼슬은 좌우와 상하의 구별이 있다. 오규五窍의 이런 특성으로 우리는 자연自然의 일면 만이 아니라 사회社会의 일면까지 볼 수 있는데 자연과 사회는 나눌 수 없는 듯하다.
(2)구규지포국九窍之布局
오규五窍의 문제를 다 이야기했으니 다음으로 구규九窍를 보기로 하자. 구규는 곧 이이二耳、이목二目、이비二鼻、일규一口、일전음一前阴、일후음一后阴이다. 구규의 분포는 매우 의미가 깊은데 쌍규双窍가 셋이고, 단규单窍도 셋이다. 쌍규는 이耳、목目、비鼻로 윗 쪽에 있으며, 단규는 구口、전음前阴、후음后阴으로 아랫 쪽에 있다. 쌍규의 구성은 역괘易卦의 음효阴爻(--)와 비슷하고, 단규의 구성은 역괘의 양효阳爻(—)와 비슷한데 쌍수双数는 짝수로 역시 음이 되고, 단수는 홀수로 이 또한 양이 된다. 윗 쪽의 세 음은 곤坤이 되고 아래의 세 양은 건乾이 되는데, 위가 곤이고 아래가 건이면 무슨 괘상인가? 바로 태괘泰卦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구규의 분포는 마치맞게 자연히 이루어진 지천태괘地天泰卦가 되는데 이 하늘과 땅을 무엇이 잇고 있는가? 그것은 바로 입과 코 사이의 인중人中이다.
이 인중이란 이름을 전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입과 코 사이에 있는 홈일 뿐인데 왜 인중이라 하는 것일까? 사실 인중이란 이름을 이해하면 한의학의 참맛을 알 수 있다. 그것은 하나의 대문과 같아 이 대문을 열어젖히면 한의학의 숱한 이치들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된다. 무엇이 인중인가?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밑에 있으며 사람은 그 속에 있다. 하늘은 사람을 오기五气로 기르고, 땅은 오미五味로 기르는데, 오기는 코로 들어가 심폐心肺에 쟁여지고, 오미는 입으로 들어가 위에 갈무려진다. 그래서 입과 코는 사실 천지와 사람 사이의 중요한 이음터로 천기天气는 코로 사람과 이어지고, 지미地味는 입으로 사람과 이어진다. 경经에서 “인이천지지기생人以天地之气生。”이라 했는데 사람은 어떻게 천지의 기로 살아가나? 천지의 기운은 어떻게 사람을 살아가도록 하는가? 바로 코와 입이 이 중요한 작용을 맡아보고 있다. 비鼻는 폐규肺窍이고 구口는 비규脾窍인데 폐는 하늘을 맡고, 비는 땅을 맡으므로 비구鼻口는 천지天地를 이르는 것이다. 코와 입이 천지를 말하는데, 그 사이에 있는 이 홈이 인중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러므로 인중이란 이름은 이곳이 아니면 쓰일 수 없다.
《소문素问·육미지대론六微旨大论》에 “언천자구지본言天者求之本,언지자구지위言地者求之位,언인자구지기교言人者求之气交.”라 했는데 인人의 기교气交를 연구하는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무엇을 기교气交라 하는가? 기교는 바로 천지의 기가 엇갈리고 음양의 기가 엇갈리는 것이다. 천기는 하강하려 하고 지기는 상승하려 하며, 양기는 하강하려 하고 음기는 상승하려 하여 천강지승天降地升하는 것이 바로 기교气交이다. 기교하면 만물이 화생化生하고 기교하면 사람의 산생产生이 있게 된다. 그래서 "천지기교이인생언天地气交而人生焉"이라고 한다. 천지기교天地气交에서는 건천乾天의 기가 하강하고, 곤지坤地의 기가 상승하는데 이것은 무슨 격국格局일까? 이것은 바로 태괘泰卦의 격국이다. 사람 몸의 구규九窍의 분포는 세 개의 쌍규가 위에 있고, 세 개의 단규가 아래에 있어 이것은 바로 천지의 기교를 그대로 나타내고, 바로 이 태괘의 격국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히 둘 사이가 같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조화造化의 기묘함은 사람들을 감탄하게 한다. 천지도 기교해야 하고 음양도 기교해야 하는데 이런 기교의 과정은 하나의 길이 있어야 해서 인중이 이 홈으로 나타난 것으로 이런 구조가 바로 기교의 길로 쓰이는 것이다. 안에 있는 것은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면 밖에 있는 것도 안의 기능을 반영하는 것일 것이므로 인중도 사람 몸 안에 있는 천지기교, 음양기교의 상태를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인중의 구조, 인중의 모습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관상가들이 인중의 모습으로 사람의 수명을 짐작하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인중의 구조가 인체 기교의 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인자구지기교言人者求之气交”라 했다. 사람의 신체 상황, 사람의 건강, 사람의 장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기교气交가 좋은 사람은 건강과 장수의 기초가 잡혀져 있는 것이고, 기교가 좋지 않으면 천지의 기와 사시의 법이 모두 그 사람을 도울 수 없으니 그가 어디서 건강을 찾고 장수를 꾀할 수 있겠는가? 기초도 없고, 뿌리도 없다면 건강과 장수를 얻을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인중을 살피는 것은 바로 기교를 보는 것이고, 기교를 보는 것은 사실상 생명의 근본을 살피는 것이다. 생명의 근본을 여러분이 모두 보아 냈다면 여러분이 어떻게 그의 수명을 모르겠는가? 당연히 알 수 밖에 없다. 이를 보면 관상을 미신으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손 사막이 대의大医가 되려면 반드시 여러 사람들의 상법相法에 정통해야 된다고 말한 것이 결코 이치가 닿지 않는 말이 아니다. 여러분이 유전자로 사람의 생명상황을 알아내고, 사람의 수명이 얼만지 알아낸다면 나는 왜 인중을 연구하여 이들을 알아내면 안되는가? 유전자로 보아내는 것은 과학이고, 인중으로 알아내는 것은 미신인가? 내가 보기에 하늘아래 이런 도리는 없다. 어떻게 관리만 불을 켜고 백성들에게는 등불을 켜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알아낼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알아낼 수도 없고 정확히 알 수도 없으면서 알 수도 있고 정확히 알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 당연히 사람을 속이는 것이 되어 이 모든 것이 미신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만약 보아낼 수도 있는데 더구나 정확하기 까지 해서 유전자연구의 결과에 못지 않다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아무런 바깥 조건의 도움도 없이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높은 과학 기술과 복잡한 방법으로 얻어낸 것과 비슷하거나 딱 들어맞는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간단한 방법을 되짚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간단하다고 과학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향토색이 짙고 소박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다는 말인가! 라틴어로 된 잠언箴言에 “간단한 것이 진실의 표식이다简单是真的标志.—Simplex sigillum veri.”란 말이 있다. 과학이 찾으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진真”이 아니란 말인가? 간단한 것이 바로 참되다는 것을 뜻하고, 참될수록 더욱 간단하며, 간단할 수록 더욱 참된 것이다. 복잡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그런 것일 뿐으로, 복잡해지면 진실을 잃어버리기 쉽다.
《노자老子》는 “표풍부종조飘风不终朝,취우부종일骤雨不终日。”-돌개바람은 한나절이 끝나기 전에 멈추고, 소낙비는 하루내내 내릴 수 없다.-이라 했는데 이것이 간단하지 않은가? 참으로 간단한 말인데 이 간단함때문에 진실을 나타내고 있다. 인생의 진실, 사회의 진실이 모두 이 간단한 가운데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간단하기 때문에 “천하막능지天下莫能知,천하막능효天下莫能晓”-아무도 알아내지 못하고, 누구라도 깨닫는 사람이 없다.-하게 된다. 인성人性은 모두 복잡한 것을 즐기지 않는가? 원래 벌거숭이로 태어나 오나가나 아무 거리낌이 없어야 겠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간단하면 성에 차지 않아 하면서 복잡한 것을 좀 더 좋아한다. 여러분이 맥을 짚어 무슨 병인지 알아내어도 환자는 믿지못해 마음을 놓지 못하고 현대적인 수단으로 검사해 보려고 한다. 그 밖에 여러분이 한의원을 차려 망望、문闻、문问、절切로 며칠 분의 한약을 지어줌으로써 환자의 병을 낫게 해 주어도 한의원은 오히려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왜 그럴까? 돈을 벌지 못하는데, 여러분이 버는 돈이 한의원을 유지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문을 닫지 않을 수 있겠는가? 외국에 가서 개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여러분은 반드시 한 무더기의 검사를 하면서 양방적인 치료수단도 쓰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의사도 밥은 먹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여러분은 시속의 유행을 따라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이다.
하늘과 땅의 기운이 바뀌면 바로 태泰의 격국이 되는데, 사람은 천지기교天地气交의 산물产物이므로 사람에 있어서는 바로 이 구규의 분포로 이 격국格局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천지天地의 기교气交는 어떤 길을 따라 진행되는가? 바로 이 인중이란 길을 따라 진행된다. 그래서 인중의 길은 깊고, 길고, 넓어야 한다. 인중이 깊고 길고 넓으면 그것이 나타내는 속에 숨겨져 있는 길도 반드시 깊고 길고 넓은 것이어서 기교气交하는데 매우 좋은 조건이 된다. 기교가 잘 되면 생명도 당연히 오래 가는데 이는 필연적인 이치이다. 사람이 정신을 잃고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두 인중을 눌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숱한 사람들이 이렇게 인중에 자극을 받은 뒤 깨어나는데 왜 그런 것일까? 기교의 길이 뚫리고 열려 기교가 회복되었기 때문에 생명도 자연히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중이 중요한 기관이 아니겠는가? 인중이라는 이 이름이 참으로 한의학의 참맛을 알도록 하지 않는가? 모두들 잘 생각해 보라.
(3)비극태래否极泰来
구규의 분포가 태泰의 격국格局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데, 이 태泰는 사실 바로 우주宇宙가 생명이 있도록 변화시켜 온 이 단계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식이다. 그리고 인체의 외부 구조가 바로 이 표지를 잘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생명의 과정을 철저히 이해하려면 태괘泰卦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태괘泰卦의 분포는 앞에서 이미 말했는데 이는 비괘否卦의 분포와 완전히 반대된다. 그래서 “역易”이 시작되면서부터 비否와 태泰는 선악善恶,호괴好坏,길흉吉凶,소인군자小人君子등과 같이 완전히 반대되는 사태들을 나타내는데 쓰여 왔다. 태괘泰卦는 당연히 좋은 쪽이고, 비괘否卦는 나쁜 쪽을 대표한다. 비태否泰는 왜 이런 차별이 있을까? 《역경易经》에서 비태否泰 두 괘의 상사象辞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비否의 포국布局은 건천乾天이 위에 있고, 곤지坤地가 아래에 있는 까닭에 비괘否卦의 괘사卦辞에서 “비지비인否之匪人,불리군자정不利君子贞,대왕소래大往小来。”-막히지 않아야 할 사람이 막혔으니 군자가 도리를 지켜 바뀌지 않기가 어렵고, 크게 가지만 작게 온다.-라 했고, 상병화尚秉和는 주注에 “양상승阳上升,음하강阴下降。내양즉재상乃阳即在上,음즉재하阴即在下,유거유원愈去愈远,고천지불교이위비故天地不交而为否。비폐야否闭也。”-양은 위로 오르고 음은 아래로 내려가는데, 지금 양은 위에 있고, 음은 아래에 있어 갈수록 서로 멀어지게 되므로 천지가 서로 사귀지 못하고 막히게 된다. 비는 닫히는 것이다.-라 했으며 또 단彖에서는 “비지비인否之匪人,불리군자정不利君子贞,대왕소래大往小来。즉시천지불교则是天地不交,이만물불통야而万物不通也。상하불교上下不交,이천하무방야而天下无邦也。내음이외양内阴而外阳,내유이외강内柔而外刚。내소인이외군자内小人而外君子。소인도장小人道长,군자도소君子道消。”-비지비인하여 불리군자정하니 대왕소래라 한 것은 하늘과 땅이 서로 사귀지 못하여 모든 사물이 서로 다니지 못함이니 윗 사람과 아랫 사람의 뜻이 어긋나므로 천하가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안(아래)은 음인데 밖(위)는 양이며, 안은 부드러운데 밖은 딱딱하니 안으로는 소인인데 밖만 군자이므로 소인의 길이 길어나고, 군자의 길은 줄어든다.-라 했는데 상병화尚秉和는 이에 대한 주注를 “천기본상등이재외天气本上腾而在外,지기본하강이재내地气本下降而在内。유거유원愈去愈远,고기불교故气不交。기불교고만물불통이사의气不交故万物不通而死矣。”-하늘기운은 원래 위로 오르면서 바깥에 있고, 땅기운은 본래 아래로 내려가면서 안에 있어야 하는데 막히게 되면 갈수록 멀어지므로 기가 사귈 수 없다. 기가 서로 사귈 수 없으므로 모든 사물이 서로 다니지 못하므로 죽는다.-라고 달았다. 이렇게 볼 때 비否가 비否된 까닭, 비否가 여러 막히고 어려워 힘들어지는 까닭의 핵심은 천지불교天地不交에 있는 것이다.
그러면 태泰는 어떤가? 태泰의 포국布局은 상곤하건上坤下乾으로 괘사卦辞에서 “태泰,소왕대래小往大来,길吉,형亨。”이라 했고 상병화尚秉和의 주注에서는 “양성상승阳性上升,음성하강阴性下降。내음재상乃阴在上,양재하阳在下,고기기상접상교이위태故其气相接相交而为泰. 태통야泰通也.”라 했으며, 또 단彖에서는 “태泰,소왕대래길형小往大来吉亨. 즉시천지교이만물통야则是天地交而万物通也,상하교이기지동야上下交而其志同也。내양이외음内阳而外阴,내건이외순内健而外顺,내군자이외소인内君子而外小人。군자도장君子道长,소인도소小人道消。”라 했다. 이로써 태泰가 태泰된 이유와 태泰가 두루 통달길형通达吉亨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데 그 핵심은 바로 천지교통天地交通이다.
위에서 말한 비태否泰 두 괘의 상사象辞에서 우리는 비태否泰 두 괘에 포함된 뜻이 매우 깊고 넓어 자연과학적인 면도 있고, 사회과학적인 면도 있으며, 또한 매우 깊고 두터운 인문적인 내용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여러 방면에 걸쳐 포함된 내용은 모두 우리가 연구하고 실천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자연방면으로 말하자면 《역易·계사系辞》에 “천지인온天地絪缊,만물화순万物化醇。남녀구정男女构精,만물화생万物化生。”이라 했는데, 천지는 왜 인온絪缊하는 것이며, 남녀男女는 왜 구정构精하는가? 사실 이것이 바로 태泰의 상태로 뒤집히면 천지가 비否의 상태가 되는데 그러면 천지가 인온絪缊할 수 없고, 구정构精할 수도 없다. 인온絪缊할 수 없고, 구정构精할 수 없으면 만물의 화순化醇과 만물의 화생化生은 가능하지 않다. 화순化醇이 없고 화생化生이 없으면 생명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겠는가? 탄생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건강하게 생명을 유지해 나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가 생명의 산생产生과 생명과정의 여러 정상正常과 비정상을 하나의 근본의의에 따라 귀납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비태否泰의 문제이다. 비否는 불건강한 상태를 나타내는데 이는 질병상태이기도 하며, 태泰는 당연히 건강상태를 대표한다. 그래서 이런 각도로 보면 의학의 근본적인 목적은 실제로 비否를 태泰로 바꾸는 것이다.
비否는 건상곤하乾上坤下로 이런 상태라서 천지가 교통할 수 없어 음양의 기가 잘 실현되기가 어렵고 오장의 원진元真이 시원하게 오가지 못하는데, 사람의 여러 질병도 실은 이런 요인이 쌓여 점점 변화해감으로써 생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비否를 태泰로 향하도록 바꿀 수 있을까? 하나는 건양乾阳이 아래로 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고, 하나는 곤음坤阴이 위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두 방법 중에 어느 것이 더 쉬운지, 그리고 두 가지 방법을 같이 해나갈 수 있는지는 비否를 일으킨 요인이 무언지에 달려있다. 천지인온天地絪缊하고 남녀구정男女构精한 뒤에는 생명이 본래 태泰의 상태, 건강한 상태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왜 비否의 상태가 되어버린 것일까? 결국 이것은 음양의 문제이자 승강升降의 문제이다. 한 쪽으로는 건양乾阳이 너무 지나쳐 올라간 채 내려오지 못하므로써 비否가 만들어진 것이고, 다른 쪽으로는 곤음坤阴이 너무 무거워 내려간 채 올라가지 못해서 비否가 되는 것이다. 더 중요한 쪽은 승강升降을 조절하는 추기枢机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로 이 때는 더욱 쉽게 비否가 형성된다. 당연히 비否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이리저리 설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비否에서 태泰로 바뀌는 구체적인 과정은 태양편太阳篇의 비증痞证 속에 잘 반영되어 있는데, 이 “비痞”는 사실 위에서 말한 “비否”의 상태가 사람 몸에 나타난 구체적인 표현이다. 비痞는 매우 많은 증상들이 있어야 하지만 《상한론》속에서는 여러 증상들을 “심하心下”에 집중하여 표현되어 “심하비心下痞”라고 불리고 있다. 왜 이렇게 매우 중요한 증证을 “심하心下”로 이야기하고 있을까? 이 심하心下는 오장五藏에서의 심하心下가 아니라 검상돌기 밑, 복부 위의 완역脘域을 가리키는 말로 이 심하로 불리는 완脘의 구역은 바로 비위脾胃가 있는 부분이다. 비위는 여기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 가장 중요한 의의는 바로 승강의 추뉴枢纽이다. 만약 비위에 문제가 생기면 승강에도 반드시 문제가 일어난다. 승강에 장애가 생기면 천지의 기가 어떻게 서로 닿아 교류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비否가 형성된다. 그래서 이 하나의 심하비心下痞가 사실은 이미 비否를 만드는 문제점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비증痞证을 치료하기 위해 《상한론》에서는 사심탕泻心汤을 쓰는데 대황황련大黄黄连、부자附子、반하半夏、감초甘草、생강生姜의 다섯 개 사심탕이 있다. 비痞를 왜 사심탕으로 치료하는가? 사泻는 보사补泻란 의미의 사가 아니라 통하게 한다는 말이다. 여기의 삼은 위에서 말했던 완역脘域으로 비위脾胃 곧 승강升降의 추뉴枢纽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이 막혀 통해 않으면 승강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비증痞证이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사심泻心이란 말은 뭉친 곳을 트고,막힌 곳을 뚫어 승강을 회복한다는 뜻이다. 오르내림이 회복되어 올라갔던 것을 내려오게 하고, 내려갔던 것을 올라가도록 하면 자연히 비否가 태泰로 바뀐다. 그래서 사심탕은 사실상 비否를 태泰로 바꾸는 처방이다. 위에서 말한 여러 사심탕들을 따로 살펴보자면 대황황련사심탕大黄黄连泻心汤은 강양降阳하는 처방이다. 양명阳明의 위胃가 강降하지 못하면 건양乾阳이 불강不降하는 것이고, 건양이 내려가지 못해 비否가 생긴 경우는 이 대황황련사심탕이 알맞다. 복용하면 건양乾阳을 하강下降하도록 하여 스스로 태泰의 격국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반하半夏、생강生姜、감초甘草의 이 세 사심탕은 강양승음降阳升阴하는 처방들이다. 양명위阳明胃가 내려가지 못하면 건양乾阳도 내려가지 못하고, 태음비太阴脾가 올라가지 못하면 곤음坤阴도 오르지 못하므로, 건양불강乾阳不降,곤음불승坤阴不升으로 막히게 된 경우는 이 사심탕들이 알맞다. 처방 중에 쓰인 금련芩连은 강양降阳하고, 삼参、강姜、초草、조枣는 승음升阴한다. 반하半夏는 막힌 곳을 뚫어 아래 위를 잘 오가도록 한다. 이들을 복용하면 자연히 양은 내려가고 음은 올라가 비否한 상태에서 태泰한 상태로 바뀌게 된다. 부자사심탕附子泻心汤도 강양승음降阳升阴하여 비否를 태泰로 바꾸는 처방이다.
비否는 닫혀있다는 말이다. 닫히면 천지가 서로 오가지 못하여 비否가 된다. 사심탕은 막힌 것을 뚫어 천지가 서로 오가도록 하기 때문에 이 처방들을 쓰면 “천지교이만물통야天地交而万物通也,상하교이기지동야上下交而其志同也”의 상태에 이를 수 있고 “군자도장君子道长,소인도소야小人道消也”가 될 수 있다. 사심탕은 비록 처방이 다섯 뿐이지만 그 뜻을 끌어와 처방을 만들고 비슷한 성질의 약을 더한다면 천지간에 사심파泻心派를 세워 뭇 질환들을 쓸어버리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일찌기 지난해에 장족藏族 동포同胞 한 사람을 치료한 적이 있는데, 그는 간병肝病으로 설사한 뒤 가슴은 불이 타는 듯 화끈거리고 허리 아래로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어떤 현의원县医院에서 양방치료를 받고 설사는 멈췄지만 다른 증상은 덜해지지 않았으며, 낮이 되면 답답하고 화끈거려 버둥거리게 되고, 밤이 되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런 가슴이 타는 듯이 뜨거운 증상은 양阳이 내려가지 못했기 때문이고, 다리가 얼음처럼 차가운 것은 음阴이 올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이 내리지 못하고 음이 오르지 못하니 비否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그래서 반하사심탕半夏泻心汤에 육계肉桂를 더하여 투약하였는데 육계를 더한 것은 육계를 황련에 배합함으로써 교태交泰의 추세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고방古方에 교태환交泰丸이 있는데 황련黄连과 육계肉桂로 만들어져 있다.)이를 보름정도 먹고나서 흉열胸热이 차차 가라앉고 각냉脚冷도 점점 따뜻해지면서 여러 증세들이 다 없어지면서 비否가 가고 태泰가 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