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상한총설傷寒總說
위에서 우리는 두 개의 관계를 이야기했는데 하나는 주도主導이었고, 하나는 체용體用이었다. 음양에서 이런 관계들을 분명히 하면 앞에 말했던 세 가지 문제에 해답할 수 있게 된다.
(1) 한寒은 겨울 기운이다.
먼저 우리 한을 보면 한은 겨울의 바른 기운인데 이는 우리가 한의학개론에서 배웠던 것이다. 춘온春溫, 하열夏熱, 추량秋涼, 동한冬寒이라 하는데 어떻게 한이 생기나?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미 양의 본성이 뜨거우며 봄여름은 양기가 풀려나는 상태라 더운 기운이 퍼져 날씨가 더워지는 것인데 봄은 여름보다 덜 퍼진 상태라서 여름보다 기온이 낮다고 이야기했었다. 가을, 겨울이 되면 양기가 풀리다가 다시 거두어들여지기 때문에 더운 기운이 감춰지고 갇히기 때문에 날씨가 점점 더 차가워지게 되는데 가을에는 겨울보다 덜 거두어졌기 때문에 겨울날의 온도가 더 낮은 것이다. 이것이 한寒의 근본적인 뜻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을 양기가 거두어들여진 상태를 반영하며, 양기가 수장된 상태가 바깥으로 드러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한은 겨울의 기운(冬之氣)일 뿐 만 아니라 실은 감춤의 기운(藏之氣)이다.
이제 우리는 잠깐 시간에 대한 생각을 제쳐두고 공간과 방위에 대해 살펴보자. 중국에서 서북지방의 기온이 동남보다 많이 낮다. 그리고 매년 겨울에 일기예보를 보면 북방의 어떤 지방은 영하 십 몇도 인데 남방은 아직 영상 이십 몇도 라고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온도 차이는 너무 커서 해남지방에 사는 사람이 북방으로 출장 갈 때 비행기 타면서는 짧은 팔 셔츠를 걸쳤다가 내리면서 가죽코트를 걸쳐야 할 정도다. 왜 이렇게 커다란 차이가 나타날까? 내경을 보면 금방 분명해진다. 소문.음양응상대론에 “서북방음야, 동남방양야.西北方陰也, 東南方陽也.”라고 했기 때문이다. 양은 바로 용用이자 풀려나는 것이고, 음은 체體이자 거두어들이는 것이지 않는가! 지역과 방위의 관점에서 보면 셔북쪽은 거두어 간직하는 편이고 동남방은 풀어놓으므로 이런 기온의 뚜렷한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의학을 공부하려면 시간 뿐 아니라 공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은 한의학에서 같은 비중을 가지며 통일된 의미가 있다는 관념을 단단히 기억해 두어야 한다.
앞에서 우리는 음양을 참으로 분명하게 알려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몇 가지 해석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고 몸으로 절실하게 느껴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일이라도 모두 음양을 가지고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남녕南寧에 사는 사람은 설날이 다 돼 가는데도 짧은 팔 셔츠를 입고 있는데 그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것도 음양의 관점에서 생각하여 밝혀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한의학을 배우는 한 사람으로서 감각이 굳어버린 것이며, 이렇게 무덤덤하면 한의학을 훌륭히 배워 낼 수는 없을 것이다.
(2)어떻게 해야 양장養藏할 수 있을까?
한의 속성과 의미를 알면 겨울의 추위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한의 이러한 겉모습 즉 추위의 정도로 양기가 얼마나 거두어들여졌는지를 알 수 있는데 이것으로 본체의 정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겨울의 날씨는 추워야 하는데 이것은 바로 겨울에는 양기가 간직되어 가두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럼으로써 이 본체가 길러지고 닦아져야하기 때문이다. 소문에서는 이 양장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언급하고 있어 겨울 삼 개월은 양장養藏하고 가을 삼 개월은 양수養收하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사실 가을 겨울에는 양음養陰하라는 말로 수收와 장藏을 가을 겨울에 다 해당되는 말로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소문 사기조신대론四氣調神大論이 바로 이 방면의 문제를 전문적으로 토론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연관되는 겨울 삼 개월만 보기로 하자. “동삼월, 차위폐장, 수빙지탁, 무요호양, 조와만기, 필대일광, 사지약복약익, 약유사의, 약이유득, 거한취온, 무설피부, 사기기탈, 차동기지응, 양장지도야. 역지즉상신, 춘위위궐, 봉생자소 冬三月, 此謂閉藏, 水氷地坼, 無擾乎陽, 早臥晩起, 必待日光, 使志若伏若匿, 若有私意, 若已有得, 去寒就溫, 無泄皮膚, 使氣亟奪, 此冬氣之應, 養藏之道也. 逆之則傷腎, 春爲痿厥, 奉生者少 ”-겨울 삼 개월은 폐장이라고 하는데 물이 얼고 땅이 갈라지므로 양을 잘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느지막이 해가 뜨면 일어나며 뜻을 감추고 숨겨 다른 생각을 가진 듯, 이미 무엇을 얻은 듯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또한 춥지 않게 몸을 따뜻이 하며 기운이 자주 빠지지 않도록 땀을 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겨울기운에 몸과 마음을 맞추는 방법이며 양장하는 도리이다. 이를 어기면 신장腎臟을 손상시켜 봄에 위궐痿厥이 생겨 봄기운을 제대로 맞이할 수 없게 된다.-
소문의 이 한 편은 ‘사기조신四氣調神’을 말하고 있는데 사기란 봄, 여름, 가을 , 겨울의 기운을 가리키며, 또 생生장長수(쇄)收(殺)장藏하는 기운을 가리킨다. 조신調神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사람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춘삼월에 이 생기生氣에 적응해야 하며, 하삼월에는 어떻게 이 장기長氣에 적응하며, 추삼월에는 어떻게 해야 이 수(쇄)기收(殺)氣에 적응하며, 동삼월에는 어떻게 이 장기藏氣에 적응해야 하는가? 그래서 양생, 양장, 양수, 양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의 사람들은 겨우 양생養生만 말할 뿐, 양장養長, 양수養收, 양장養藏은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는데 이것은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위의 내경 구절은 주로 양장을 말하고 있다. 겨울 세 달에는 어떻게 양장하며, 어떻게 해야 이 폐장閉藏의 상태에 적응할 수 있는가? 그것은 무요호양無擾乎陽에 달려 있다. 동삼월은 음陰에 속하며, 또 소문에서도 분명히 ‘추동양음秋冬養陰’이라 했으며, 여기서는 ‘무요호양’이라 하고 있으니 춘하추동의 생장수장은 이로 볼 때 확실히 양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무요호양은 바로 동삼월이어서 이미 폐장되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가리키는데 무엇이 폐장되고 있는 것일까? 양기가 폐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폐장되고 있는 것을 다시 쑤석거리면 안 되므로 무요호양이라고 한 것이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호텔에 투숙해 잠을 잘 때 ‘깨우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다. 잠이 든 뒤 누가 깨우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여러분들은 아마도 모두 겪어 봤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무요호양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위의 내경 구절에서는 네 가지 방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첫 째는 신기거愼起居, 즉 생활습관을 알맞게 하는 것이다. 겨울 세 달 동안의 생활은 ‘조와만기, 필대일광早臥晩起, 必待日光’이라야 한다. 나는 늦잠 자는 것을 나쁘게 보고 있으며, 또 늦잠 자는 습관을 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겨울철은 예외이다. 약간 더 일찍 자고, 약간 더 늦게 일어나 해가 뜬 뒤에 일어나도 관계가 없는데 이것이 내경의 가르침이다. 그래서 나는 줄곧 한의과 대학의 수업 커리큘럼을 여름에만 일광 절약 시간제(日光節約時間制, 미국 영어: Daylight saving time, DST) 또는 서머 타임(영국 영어: summer time)을 둘 것이 아니라 사철시간제를 만들어 사기조신대론에 뿌리를 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의학 원리에 맞고 그래야 사기조신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겨울철에는 ‘조와만기’하여 ‘필대일광’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여러분들도 매우 좋아할 것이다. 겨울에 늦잠 자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여러분들은 여기서부터 내경을, 한의학을 좋아하게 될 것 같다.
겨울에는 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할까? 바로 양장養藏하기 위해서다. 잠을 자는 과정은 양기를 간직하기 매우 좋은 상태이므로 겨울이 양장을 강조하는 계절이기에 잠자는 시간도 적당히 늘려야 하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낮이 짧고 길며, 먼저 이야기한 귀영晷影도 겨울에는 한 길이 넘는데 여름에는 한 뼘이 조금 넘는다. 귀영이나 밤의 길이가 모두 장藏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므로 사람이 이에 맞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입으로는 늘 하늘의 뜻에 맞게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맞게 사는 것인가? 겨울에 양장을 하는 것이 바로 맞게 사는 것이며, 겨울에 ‘조와만기, 필대일광’ 하는 것이 하늘의 뜻에 맞게 사는 것이다.
맞춘다고 할 때는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천지가 수장收藏할 바로 그 때 여러분도 거두어 간직해야 하며, 천지가 석방釋放할 때 여러분도 풀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잠자는 것은 수장이고, 일하는 것은 석방이다. 요즘 숱한 사람들이 밤에 일하고 낮에 잠자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은 천지의 변화에 맞추지 못한 것으로 음양이 거꾸로 된 것이므로 몸에 이롭지 않다. 젊었을 때는 별 문제가 안 될 수 있어도 늙어지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한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반드시 이런 어그러짐을 꺼려야만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조정지調情志, 즉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겨울철의 마음가짐은 ‘사지약복약익, 약유사의, 약이유득.使志若伏若匿, 若有私意, 若已有得’이라야만 한다. 여기서의 ‘지志’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심지心志로 마음이 가는 곳이란 말이다. 강희자전에서는 ‘심지소지위지지心之所之謂之志-마음 가는 곳을 지라고 한다.’고 하였다. 또 하나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정서情緖인데 좌전에서는 희노애락호오喜怒哀樂好惡를 육지六志라고 하였으므로 우리는 이들을 한꺼번에 정지情志라고 부른다. 겨울철의 정지는 ‘사지약복약익’해야 한다고 하는데
복이던지 익이던지 숨긴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때의 정지는 어느 정도 감춰야 하고 너무 분명히 드러내서는 안 된다. 평소에 우리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터놓으라고 하지만 이 철에는 조금 내향적이 될 필요가 있다. ‘약유사의若有私意’란 하고 싶은 말이나 속셈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말고 마음속에 넣어두라는 말이다. ‘약이유득若已有得’은 이미 바라던 것을 얻어 또 다시 밖에서 찾지 않아도 되므로 맘 편히 가만있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말한다. 뭉뚱그리면 이런 심지, 이런 정서는 숨기고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이래야만 비로소 양장養藏에 이롭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적한온適寒溫, 즉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철에는 ‘거한취온去寒就溫’해야 하는데 이 점은 매우 중요하여 앞에서 토론했던 숱한 문제들이 모두 이 한 점과 연관되고 있다. 왜 찬 것을 멀리하고 따뜻하게 하라는 것일까? 우리는 일찍부터 잔 것이 겨울기운이고, 감추는 기운이라고 말해왔는데 그렇다면 양장養藏하려면 좀 더 차갑게 해야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왜 여기서는 찬 것을 멀리하고 따뜻하게 하라고 하는 것일까? 사실 이 말들이 서로 어그러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이 잘 알다시피 우리는 여름에 내복을 벗고 짧은 팔 셔츠를 입고, 여자들은 스커트를 입어 감춘 데 없이 드러낸다. 이런 옷차림은 시원해지려고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여름철의 조신調神과 어울린다. 왜냐하면 천지가 이때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으며, 낮은 길어질 대로 길어져 있고, 땅은 내 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내보내고 있어 이와 서로 맞는 옷차림이며 이것이 양장養長의 길인 것이다. 그렇지만 겨울철은 달라 특히 북쪽으로는 두터운 솜옷과 가죽옷에 장갑과 모자에 목도리까지 둘러 꽁꽁 싸매니 이것이 바로 ‘장藏’이 아닐 것이며, 또 ‘거한취온去寒就溫’이 아닐 것인가? 온 몸을 휘둘러 감아 감추는 것도 계절에 맞추는 것으로 동장冬藏과 어울리는 양장養藏의 길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풍속은 달라 여성들이 겨울에도 스커트를 입는데 한의사들은 이런 풍조를 걱정한다. 그래서 나는 내 여자 친구들이 겨울에 스커트를 입으면 그러지 말라고 권한다. 지금은 젊어서 견뎌낼 수 있지만 나이가 좀 더 들게 되면 관절이 아프고 뼈가 불거지게 돠는데 그때는 이미 뉘우쳐도 늦다. 당연히 ‘거한취온’에는 다른 보온하고 방한하는 방법도 들어가야 한다.
네 번째는 절동정節動靜, 즉 절도 있게 움직이는 것이다. 겨울에는 ‘무설피부, 사기기탈無泄皮膚, 使氣亟奪’해야 하는데 설피부는 피부가 열리어 기운이 새어 나가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때 피부가 열려 기운이 새어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격렬하게 움직일 때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살갗이 열리면 땀이 나고 땀이 많이 나오면 양기가 따라 새어 나가며 그럴 때마다 자주 기운이 빠져나간다. 겨울철은 양기가 갈무리되는 때이므로 피부도 이에 걸맞게 폐장되어 지나치게 열려서는 안 된다. 이는 겨울철의 활동이나 운동이 겨울철의 특수성이 있어 다른 계절과 달라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특히 운동과 단련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점을 주의하여 겨울철에 단련할 때 지나치게 땀을 흘리는 운동보다는 정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래야 비로소 겨울철에 걸맞으며, 양장養藏에 도움이 된다.
(3)상한즉상장 伤寒即伤藏-상한이란 바로 상장이다.
앞에서 내경을 간추려 말한 네 가지 방면은 모두 겨울에 알맞은 방법으로 이 모두가 양장養藏의 도리를 말하고 있으면서 또 이들은 무요호양無擾乎陽이란 하나의 원칙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상한이란 무엇이며 상한은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상한의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이 하나의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겨울은 장藏을 맡아보는데 한寒은 바로 이 “장藏”에 따르는 현상이므로 겨울에서 이 한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겨울이 춥지 않다면 이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퍼져 있는 기운이 아직도 거두어 들여 쟁여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래서 겨울이 춥지 않고 따뜻하면 농민들은 좋지 않다고 느낀다. 다음 해의 수확이 좋지 않은 것이다. 옛사람들은 이럴 때 “미귀장안米貴長安”-서울에 쌀값이 비싸진다.-이라 했다. 우리 고향 호남지방에선 ‘겨울에 우레가 울리면 외양간이 텅텅 빈다.’라는 속담이 있다. 우레는 언제부터 울리기 시작할까? 당연히 봄 이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입춘 뒤 세번째 절기를 경칩이라 하는데 대개 봄 우레는 이 때 울리기 시작한다. 봄 우레가 천지를 떨어 울리면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봄의 우레 소리는 양기가 기지개를 켜면서 모두 풀려나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레가 겨울에 울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겨울 우레는 폐장闭藏 상태가 깨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폐장이 풀려 양기가 미리 풀려나 쌓이지 못하게 되므로 양기의 양이 모자라게 된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다음 해에 양기가 힘을 써야 할 때 해야 할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양기를 충분히 얻지 못한 모든 사물들의 질서가 흐트러지게 된다. 천재天灾와 지화地祸가 일어나 식물은 물론 동물까지 영향을 받으니 어찌 외양간이 텅 비지 않겠는가? 민간에서는 “서설조풍년瑞雪兆丰年”이란 또 다른 말도 전해온다. 서설瑞雪-겨울에 내리는 눈을 통칭함-로 어떻게 풍년을 미리 짐작할 수 있을까? 지금 사람들은 눈이 내리면 병충해가 얼어 죽기 때문에 다음 해에 수확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당연히 이렇게 볼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한 요인은 바로 겨울에 내리는 눈이 양기를 매우 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기가 잘 쟁여지면 양기의 량이 충분해져서 내년에 쓰여야 할 때에 잘 풀릴 수 있는 것이다. 만물에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는데 어째서 오곡이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이 밖에도 서설은 음양의 질서가 잘 잡혀 흐트러지지 않아 자연재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서설조풍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의 이런 과정은 경전经典으로도 증명된다. 소문《素问》에 “선양생자善养生者,필봉우장必奉于藏。”라는 말도 있고 어떤 사람은 “봉음자수奉阴者寿。”라고 하기도 한다. 이 봉음자수란 말은 여러분들이 앞에서 말했던 양의 쓰임과 서로 모순되는 것 같 다고 볼 수도 있다. 양이 수명을 맡아보는데 어째서 “봉양자수 奉陽者寿”라 하지 않고 봉음자수“奉阴者寿”리고 하지? 지금은 모두들 양생养生만 알고,생명이란 움직이는 것으로만 알고 있는데 생生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은 장藏 가운데서 나오지 않는가! 수생목水生木 이란 이 도리를 여러분들이 모른단 말인가? 자연계自然界 특히 동물의 영역을 살펴보면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동물들이 오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북, 뱀, 두루미 같은 동물들은 목숨이 비교적 긴 반면에 바쁘게 움직이는 동물들은 수명이 대체로 길지 않다. 도가道家에서는 치허극致虚极,수정독守静笃 하라 하고, 유가儒家에서는 연좌燕坐,지지知止하라고 말하며, 불가佛家에서는 禅定을 내세운다. 이들은 모두 정静과 장藏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운동만 알 것이 아니라 동정动静을 적당히 결합하여 생활해야 한다. 이런 도리들에 거슬림이 없어진 다음에야 우리는 앞에서 든 키 포인트가 되는 문제로 돌아가 생각을 이어 나갈 수 있다. 겨울철에 날이 차다는 것은 천지의 양기가 잘 감춰져 있다는 말이 므로 사람이 천지의 법도에 따르려 하면 이 때 사람의 양기도 잘 쟁여 두어야 한다. 겨울은 날이 원래 춥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하려면 양기가 더욱 많이 풀려져야 함에도 도리어 쟁여 두어야 되는 이러한 모순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것은 우리가 능동 적으로 “거한취온去寒就温”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해결된다. 이 때는 옷을 두텁게 여미고 심지어는 따뜻하게 하는 장비까지 가동 해야 한다. 우리들은 이러한 인공적인 환경에 기대야만 양기가 제대로 길러져 늘어나도록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양기가 길러져 쌓여가는 과정이 잘 이루어져야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去寒就温”이 잘못되면 그 때 몸이 “상한伤寒”하는데 그러면 어떻게 될까? 모두들 생각해 보자. 이리되면 양기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으므로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바로 퍼져 나가지 않겠는가? 이렇게 양기가 흔들리면 이 “양장养藏”하는 모양새가 뿌리째 찢어지게 되고 “체体”가 부서짐으로써 여러 방면에서 “용用”도 영향 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상한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무나 중요하다! 상한은 사실상 바로 상장으 로 이 “양장养藏”이 파괴된 것이다. 양기의 “체体”가 손상 되어 기초가 다져지지 않았는데 “용用”이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까? 양이 역할을 못하면 목숨을 지키기도 어렵고, 몸을 단단히 둘러싸는 면역기능도 떨어져 중풍中风、 상한伤寒、 습온湿温、열병热病、온병温病 뿐 아니라 온갖 병들까지 모두 생기게 된다. 그래서 상한은 다섯 가지가 있다지만 열, 백, 천, 만 가지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의 상한이 곧 위에서 말한 주도主导와 체용体用이란 두 관계를 모두 파괴 하므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상한의 의의가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지 않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이 절에서부터 드러낸 세 가지의 문제 곧 《내경内经》은 왜 열병을 상한의 범위에 넣었으며, 《난경难经》에서는 왜 상한을 다섯으로 나누었으며, 장중경 은 왜 상한으로 책이름을 지었는지 하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의 주제에 대한 탐구와 토론을 거치면서 이와 상관된 또 한 꾸러미의 문제를 끌어내게 되는 것이 바로 경전经典의 실마리이자 경전을 배우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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