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딜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도 하고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도 한다. 또 현명한 사람은 역사에서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으로 배운다고도 들었다. 과연 그런 것 같다.
우리 어릴 적 살던 읍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등의 포스터가 담벼락에 붙어 있기도 했고, 확성기를 달고 먼지 풀풀 날리는 신작로를 달리며 기호 몇 번 자유당 혹은 민주당 누구누구라고 외치던 찦차들도 있었던 것 같고, 동네 어귀 정자나무 및 평상에 앉아서나 장터거리에서 쪼그리고 앉아 막걸리 앞에 놓고 어떤 사람이 민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참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고담준론하던 어른들도 있었던 듯 하다. 후보자가 동네 친구나 되는 듯 이름을 함부로 불러대던 어른들 흉내내어 우리 아이들도 멋도 모르고 덩달아 아무렇게나 외다가 혼이 났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학교수업을 제치고 전 학생들이 기찻길 가에 늘어서서 하야하신 이승만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지나가시면서 출입구에 손잡이를 잡으시고 손을 흔드시던 모습을 보았던 것 같은 어렴풋한 기억도 있다.
어쨋던 대통령은 가장 높은 사람이고 국회의원은 무언지 모르지만 대단한 사람이라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보니 대통령이고 국회의원이고 간에 일반 사람보다 나은 것 이 조금도 없을 뿐 아니라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람이 많아 놀랍다.
왜 그럴까? 자기가 투표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면 비난하고 멸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비난받고 멸시받는 일이 조금도 즐겁지 않을 텐데 그래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려고 기를 쓴다.
왜 그럴까? 권력이 쥐여지고 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꿀에 달려드는 개미처럼 국회의원 등의 선거에 출마했다가 몇 번 떨어지고 온 재산을 털어먹고 나서도 정치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뭐 먹을 건 없는지 여기기웃 저기넘싯 이 정당 저 정 정당 돌아다니다가 가족에게도 버림받고 폐인이 되는 사람도 있었던 것 같다. 선거가 도박인가?
정치는 바르게 다스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자질이 되는 사람이 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런지 모르거나 일부러 눈능 감는 사람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보면 학창 시절에 데모했던 것을 코에 걸고는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 각자의 분야에서 나라에 이바지해 온, 조금씩 모아 겨우겨우 어느 정도 살게 된 사람들보다 나은 사람인 양 하면서 스스로 민주화에 한 몫했으니까 너희들보다 우리가 누리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평소부터 연마해 온 대중들을 움직이는 기술들을 십분 발휘해서 지자체장,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쉽게 당선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여 이익을 챙김으로써 서민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뺏어 간다. 그들은 평생 자기가 스스로의 힘으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젊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일해서 돈을 벌 생각은 않고 정치에 뛰어드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부려 자기들의 울타리로, 추종자로 삼아 온갖 궂은 일을 시키면서 술수를 가르친다. 이런 사람들이 서민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정치인 들 중에는 검사, 판사, 언론인 출신도 많다. 그들도 처음에는 어땠을 지 몰라도 정치마당이라는 진흙탕에 들어 서면 금방 동화되어 니전투구의 달인이 된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는 털끝만큼도 생각지 않고 오로지 개인과 무리의 이익을 위해서 긴 안목을 가지고 패를 나누어 싸운다. 이러니 나라가 어지러워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조선의 붕당정치의 폐해를 배우면서 자랐다. 그들은 역사에서 배울 게 없는가?
우리는 예부터 관존민비에 젖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를 쓰고 명함에 새길 버젓하다고 생각하는 자리를 두고 다툰다. 장관에 지명이라도 되면 자기가 그 자리에 앉았을 때 펼 칠 어떤 포부도 갖지 못한 채 환호작약하다가 혹시 드러난 이전의 비리로 낙마하거나 혹은 임명되고 나서도 그냥 월급만 받다가 퇴직하고 그 덕으로 선출직에 나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이 그 뒤로 연금도 받고 경호도 받는다. 그들이 그럴 자격이 되나? 요즘은 서민이 높고 벼슬아치는 서민에게 봉사해야 하는 민주주의사회라고 배웠다. 대통령도 국민의 공복이라고 배웠다. 국회의원, 지자체장, 시도군의회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들은 나라 세금으로 외유하고 보좌관두고 건방지게 군다. 당선되기 전에는 굽실거리다가 당선되고 나면 서민은 찬 밥이다. 이들은 어렵게 얻은 자리에 올라 국민을 위해 헌신할 생각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를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하고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렇게 만든 데는 서민들의 잘 못도 크다. 알음알음으로 취직 부탁, 이권 청탁 등 끝도 없이 당선자에게 요구한다. 이러니 정치인들은 콩고물이 손에 묻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배보다 배꼽이 커서 더 문제지만 말이다. 이런 국민들은 좋은 정치지도자들을 가질 자격이 없다. 정치의 수준은 그 국민의 수준을 나타낸다고 한다. 언론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딸깍발이 남산골 샌님들의 후예가 아니던가! 정론은 내팽개치고 제 입맛에 맞고 제 이익을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곡학아세한다. 부끄럽지 않은가? 국회도 이지경, 언론도 이지경인데 , 사법부는 또 어떤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런 사람들을 역사에서는 어떻게 기록할까?
우리는 나라를 바꿔야 한다. 우리가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꿔야 할까? 여러분들이 다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몇 가지 대책을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선출직 공직자의 월급을 줄이고 보좌관도 줄이야 하며 퇴직 후 받는 연금 등 여러 혜택도 없애야 한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도 퇴직 후 경호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들에 가해지는 위해는 법으로 엄정히 다스리면 된다. 대통령은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공무원 연금은 줄이면서 자기들의 세비와 혜택은 갈수록 늘리고 있다. 직업 공무원 들은 부정하지 않으면 너무 어려운 박봉으로 살다가 현직에서 받는 박봉을 보전하는 의미로 연금이나 퇴직금을 받는데 잠깐 자리에 앉았었다 해서 연금도 받고 각 종 혜택을 받는다. 각종 의회사람들은 나라 돈으로 자기 이익을 늘리는데 얼마나 열심인지 모른다. 처음에는 무보수로 봉사하는 자리라고 만든 기초의회조차도 월급받고, 외유하고, 갑질한다. 가소롭다. 그들이 아니라도 자기 돈으로 봉사할 사람은 많다.
둘째, 나라가 잘 되려면 나라일 하는 사람이 올발라야 한다. 공무원이나 선출직이나 부정, 부패가 있으면 추호의 망설임 없이 엄벌해야 한다. 그리고 잘한 일이 있으면 훤히 드러내어 표창해야 한다. 세무 관리들은 기업이나 개인 업체에 가서 세금을 깎아주고 대신 깎아준 돈의 상당부분을 받기도 하고, 경찰, 소방서, 보건소 등도 자기 관할에서 돈을 뜯어 아래 위로 나눠 먹는 경우가 많다고 듣고 있다. 잘 못 하고서도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철밥통이라는 관념을 깨 부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경력에 뚜렷이 새겨 넣어 혹시 다른 직장에서 모르고 모셔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대신 부패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봉급은 시의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경제인들도 금전으로 공직자를 현혹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또한 하청업자 등에 손실을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 놓았더니 대기업에서 뺏아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야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과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들은 행동해야 한다. 가만히 참고 있지 말고 사회의 부정과 비리에 과감히 맛서야 한다. 이미 알고 있지만 하지 못하던 일들을 과감히 실행하여야 한다. 국민이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사회가 바뀔 것인가? 잘못한 사람들의 행위가 미화되어 기록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남겨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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