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생이란 곧 수양섭생(修養攝生)으로 건강을 유지하며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갈고 닦음을 이르는 말이다.
예로 부터 태식법(胎息法)처럼 호흡을 고르게 하거나, 도인안교(導引按蹻)와 같이 몸을 움지이며 문지르거나, 여러 가지 보양제를 먹는다등지 하는 양생법이 있어 왔으며, 요즈음 중국기행 TV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태극권(태극권)이나 인도의 요가, 심지어 에어로빅, 테니스까지도 적당히만 하면 훌륭한 양생술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참다운 양생의 마음가짐이 따르지 않는다면 '수박겉핧기'가 되어 '호랑이를 그리기는 했는데 그 기상은 나타내지 못하는 꼴'-畵虎畵皮難畵骨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기에 그 심법(心法)을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인용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황제내경은 한나라 때 만들어진 한의학 최고 경전으로 중국의 전설적 제왕인 황제와 그의 신하들이 자연의 이치와 그에 거스를 때 발생하는 질병 및 그 치료에 대해 묻고 대답하는 형식으로 씌어져 있는데 이 책의 첫 편인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 첫머리에서 황제가 그의 스승인 기백(岐伯)에게 묻는다.
"옛날 사람들은 백살이 넘어도 정정했는데 요즈음은 50세가 채 못 되어 시들어가니 무슨 까닭인가요? 세상이 바뀐 겁니까, 사람들이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까?"
그러자 기백이 아뢰기를, "옛 사람들은 수양하는 도리를 잘 아는지라 추위와 더위가 바뀌는 계절변화의 규율을 본받아 자연과 조화할 줄 알았으며, 음식을 알맞게, 고르게 먹고 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함부로 고되도록 하지 않았으므로 몸과 정신이 다 같이 어우러져 자연이 인간에게 준 생명을 다할 수 있었기에 백살이 넘어도 정정했던 것입니다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옵니다. 술을 국물 마시듯이 하고, 예사로 자연의 법칙을 어기며, 취한 채로 방사(房事)를 가집니다. 바라는 것을 무리하게 쫒다가 몸의 활력을 다 써버리고, 쓸 데 없는 것에 정신을 쏟다가 정신력을 흩어버리니 몸을 쾌적한 상태로 지킬 수 없고, 정신도 늘 맑고 깨끗할 수가 없습니다. 마음이 기껍게 하려고 참다운 생명의 즐거움을 거스르니 생활도 흐트러져 50살도 되기 전에 다 시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옛날 성인(聖人)께서는 '자연의 이치에 맞추어 살면서 마음을 고요하고 말갛게 비우면 참된 기운이 흘러 정신이 몸을 지킬지니 어찌 병이 생길 수 있으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적으면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고, 마음이 편하면 두려움이 없으며, 몸을 움직여도 고단하게는 하지 않으면 기운은 고르게 흐르며 바라는 것은 다 뜻대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거친 음식도 맛있게 먹고 험한 옷이라도 갖추어 입고 그들이 가진 습속을 누렸으며 지위가 높다고 뻐기지 않으며 낮다고 부끄러워 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박(朴)이라 합니다. 이들은 욕심에 눈멀지 않고 지나치고 비뚤어 진 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아 어리석거나 똑똑하거나 어질거나 못난 모든 사람들이 바깥의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생명의 길로 나아감으로써 백세가 넘어도 정정헐 수 있었던 것으로 이는 덕을 온전하게하여 허물어 지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종종 건강하게 장수하시는 분들에게서 티없이 맑은 마음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를 자연에 순응하며 굳건하게 절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분들은 비록 옛 사람들은 아니지만 박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모두 이분들과 같이 양생의 큰 길을 함께 걸어간다면 백세 장수를 누릴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요즘같이 혼탁하고 이지러진 사회도 맑고 바른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해인한의원 원장 /성 우용
198*년 어느 달 대구 동아백화점 사보에 기고한 글을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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