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은 어떤 병원의 양의가 전에 서학중반西學中班-양의가 한의학을 배우는 강의프로그램-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까닭에 내게 묻더군요. "학 교수님. 환자 한 분을 입원시켰는데 정말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어떤 병인데요?" "신경성 구토증神經性嘔吐症을 앓는 여자분인데, 물을 먹으면 물을 토하고, 밥을 먹으면 밥을 토하고, 약을 먹으면 약을 토합니다. 가장 이상 한 것은요. 우리가 수액주사를 해 주는데, 만약 오늘 링거를 세 병 이상 맞으면, 아니 참 두 병을 넘으면 모두 멀건 점액으로 게워낸다는 점입니다. 두 병까지는 토하지 않는데, 수액을 많이 공급하면, 네 병을 맞는다 해도 반드시 토해내는데 모두 점액입니다. 이런 환자는 생전 처음 봤습니다." "토한 지 얼마나 됐죠?" "삼 개월 동안 토하고 있습니다." " 무슨 검사들을 했나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이런 구토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병증들을 다 검사해 봤지만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지금 신경성 구토로 진단한 상태입니다."
이런 환자는 반드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 병원에 갔었습 니다. 그 환자에게 어쩌다가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는지를 물었더니 그녀는 남편과 말다툼한 뒤에 생겼다고 했습니다. "왜 말다툼을 하게 되었죠?" "남편이 바람을 피웠어요." 그렇다면 이해가 됩니 다. ‘음. 당연히 무척 화가 났겠군.’ 이전에 썼던 한약 처방을 보니 짐작한대로 역시 화위강역지구和胃降逆止呕하는 약이었습니다. 정향丁香, 시체柿蒂, 선복화旋覆花, 대자석黛赭石도 썼었고, 이중탕理中湯, 찬 약, 더운 약 모두 써 봤고, 보하는 약, 사하는 약 안 쓴 약이 없을 정도인데, 먹으면 다 토해버렸다고 합니다. 혀는 광택이 나면서 붉고 설태舌苔는 없었으며, 맥은 세현細弦하면서 빨라 모두 음허陰虛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잠은 잘 주무시나요?" "어휴, 매일 한숨도 못 자고 있어요." "구토한 뒤로 잠을 잘 못 자는 건가요? 그전부터 그랬나요." "전에도 신경쇠약으로 늘 잠을 잘 이루지 못했어요." 그러면 이렇게 음의 손상이 심한 구토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음이 손상되어 있었던 것인지를 반드시 물어봐야 했습니다. "이번에 이 신경성 구토를 앓기 전에 무슨 병을 앓았나요?" "전에 만성비뇨기 감염을 앓았었고, 자주 재발했었는데, 이번에도 소변이 잘 안나오고(소변불리小便不利) 오줌줄이 깔깔하면서 아픈(뇨도삽통尿道澁痛 )증상 이 생겼어요." ‘아! 위로는 구갈口渴, 심번心煩이 있고, 아래로는 소변불리, 뇨소尿少가 있다면 이건 바로 저령탕증豬苓湯證이 아닌가?’ 저령탕의 적응증을 보면 그 병기가 음허수열호결陰虛水熱互结 입니다. 수水와 열熱이 서로 뭉쳐 방광의 기화氣化가 어려우므로 소변이 불리하며, 소변이 적고 심지어는 뇨도삽통尿道澁痛, 소변단적小便短赤까지 생깁니다. 수열이 서로 뭉친 데다 또 음이 상해 있어 진액을 고루 퍼뜨리지 못하기 때문에 구갈, 번갈, 갈욕음수渴欲 飮水가 나타납니다. 아래로는 신음腎陰이 허하고, 위로는 심화心火 가 치밀어 오르기 때문에 심신心腎이 불교不交하여 심번부득면心煩 不得眠이 생깁니다. 이 세 가지 묶음의 주증이 모두 갖추어졌지만, 그녀에게는 이 세 가지 증상이 모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고, 두드러진 것이 구토였던 것입니다.
상한론의 저령탕증 중에서 보면 수사水邪의 흘러서 움직이는 성질 때문에 수사가 폐肺를 침범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해수咳嗽가 있고, 위胃를 범했을 때의 구토嘔吐가 있으며, 장도腸道로 스며들었을 때의 하리下利가 있습니다. 그래서 해수, 구토, 하리는 저령탕증 중에 세 개의 부증副證입니다. 이로 볼 때 나는 환자가 음허陰虛한 데다 수열호결증水熱互結證으로 수사가 위를 범함으로써 매우 심한 구토를 일으킨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 내 변증이 맞든 그르든 시험해 볼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저령탕을 처방했습니다. 그리고 그 남편에게 "반드시 하루도 빠짐없 이 늘 환자 곁에 있으면서, 약이 잘 달여서 한 시간마다 한 숟갈씩 떠 먹여야 합니다. 절대로 한꺼번에 많이 마시게 하지 마세요."라고 지시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한 데는 두 가지 목적이 있는데, 첫째는 그녀는 약을 마셔도 토하고, 물을 마셔도 토하므로 약을 한 번에 많이 먹다가 또 토해버린다면 약효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매번 약간씩 먹여 천천히 적응하도록 한 것이고, 둘째는 남편이 늘 곁에 있으면서 한 시간에 한 모금씩 약을 먹이게 하여 행동으로 속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부인이 감동하여, 양해하고 관용해 줄 것을 바란 것 입니다.
이틀 뒤 그 의사가 전화를 걸어 와서"학 선생님. 놀랍습니다!" "왜 그러시죠?" "한 숟갈씩 먹였더니 나중에는 한 숟갈씩 먹는 것이 감질난다고 합니다. 안 토해요. 약이 아주 입에 맞는다고 하네요. 음, 아주 입에 맞는다고 해요." "입에 맞는다고 하니 다시 더 드시도록 하세요." "이번에도 한 숟가락씩 먹일까요?" " 남편이 한 숟가락씩 먹여주는 걸 환자가 좋아하면 그대로 먹이도록 하고, 만약 남편이 힘들겠다고 걱정하면 스스로 사발로 마시게 하던지 환자 뜻대로 하시게 하면 됩니다."
이렇게 한지 또 일주일이 지난 뒤 유동식을 먹을 수 있었고 다시 일주일 뒤는 수액을 뗐습니다. 그러다가 기분이 좋은 김에 그만 찬 토마토를 먹었다가 이 차가운 토마토를 토해내 버렸답니다. 그 뒤 의사가 내게 전화로 부인이 찬 토마토를 먹고 토한 사실을 알려 왔습니다. 나는 관계없으니 그 처방을 계속 쓰라고 했고, 삼 주일 뒤 에는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신경성구토는 늘 쉽게 재발하기 때문에 그 환자를 이 의사가 수방 随访follow-up했는데, 나중에 나도 그 환자의 전화번호를 알게 되 었을 정도입니다. 음. 5-6년을 수방했었는데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내가 외래를 보고 있는데 그녀가 왔더군요. "학 선생님. 저를 아시겠어요?" 내가 아무리 보아도 알 수 없는 뚱뚱한 사람 하나가 눈앞에 있었습니다. "제가 그 때 35kg까지 되도록 깡말라 아무아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그 신경성 구토 환자예요." 내가 그 병원에 서 회진할 때 딱 한 번 보았었고, 수방은 전화로 했었거든요. "살 좀 빼 주실 수 있나요?"
이 병례 역시 부증副證을 파악한 경우입니다. 왜 저령탕豬苓湯을 썼을까요? 저령탕의 주증에 구토는 없고, 다만 수사가 위를 침범 했을 경우라야 비로소 구토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환자가 입원했을 때의 가장 고통스럽고 중요했던 증상이 구토였을 뿐이었 습니다. 그러나 저령탕증으로 보면 그것은 오히려 하나의 부증이었던 것이죠.
이런 사로도 상한론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상한론을 배우는 과정에서 기본 지식과 기본 내용뿐 아니라 그렇게 변증하게 된 사로와 방법, 처방을 사용하는 사로와 방법까지를 배워야 합니 다. 이런 사로와 방법은 모두 강의과정 중에 여러분에게 구체적으로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으로 어떻게 배워야 할 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나는 여기에서 1 2 3 4 5 6 7 8 여덟 개의 과정을 이야기하겠지만 사실 학습방법은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그래도 어떤 학습방법을 쓰든 대체로는 이 여덟가지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훈사訓詞, 석구釋句, 농통본의弄通本意입니다.
상한론은 아무래도 1800년 전의 사람이 쓴 책이라, 언어의 의미에 매우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 본뜻을 알지 못하면 읽을 때 잘 못 해석하거나, 우스개꺼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29조에 각연급脚挛急이란 말이 나오는데 내가 어떤 교수님께 강의를 들을 때 발에 쥐가 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작약감초탕芍藥甘 草湯을 발에 쥐가 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내가 "왜 각연급을 발에 쥐가 나는 것이라고 하셨나요?" "각脚이 발이잖아. 내가 작약감초탕으로 발에 쥐나는 것을 치료한 적이 있어. 그러니 각연급은 발에 쥐가 나는 것이야." "제가 작약감초탕 으로 복직근腹直筋에 경련痙攣이 나서 배가 아픈 것을 치료한 적이 있는데, 그러면 제가 각연급의 각脚을 배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 선생님이 나이가 젊어서 시시비비를 따져들었던 것입니다. “설문해 자說文解字에 ‘각, 경야脚,胫也’라 되어 있던데요?”소퇴小腿가 경입니다. ‘각, 경야.’는 소퇴-종아리-를 가리키므로 각련급은 종아 리 배장근腓腸筋의 경련입니다. 이것이 바로 상한론에서의 원래 의미입니다.
다시 예를 들면 이 전煎자를 요즘은 자煮자와 거의 구분하지 않고 씁니다. 우리는 약을 자煮하라고 하면 ‘아. 약을 오熬하거나, 전煎하라는 말인가 보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상한론에서는 이런 뜻이 아닙니다. 《방언方言》에서 "유즙이간위지전有汁而干謂之煎" 이라 하여 바로 액즙상의 물질에 열을 가하여 농축하는 과정이 전 이라고 하였습니다. 원래 달이던 약에 다른 약을 조금 씩 조금 씩, 예를 들면 망초 芒硝를 약간 씩 넣으면서 달이면 자라 합니다. 이 런 사용법은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습니다.
상한론에서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 생강사심탕生薑瀉心湯, 감초사 심탕甘草瀉心湯, 선복대자탕旋蕧黛赭湯 이 네가지 처방은 중초반상 반하中焦半上半下의 추기樞機를 조화시키는 약으로, 약을 달일 때 약을 달이다가 약 찌꺼기를 걸러내 버린 뒤 남은 약을 다시 가열하여 농축합니다.
소시호탕小柴胡湯, 대시호탕大柴胡湯, 시호계지건강탕柴胡桂枝乾薑湯은 반표반리半表半裏의 추기를 화해和解하는 처방으로 이 약 들을 달이는 방법도 약 찌꺼기를 버린 뒤 다시 달여 약즙을 가열 농축합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이 방제들이 모두 화해제에 속하 며 약을 쓰는 방법의 특징이 한열약寒熱藥을 같이 쓰고, 공보攻補 를 아울러 시행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달인 뒤 약 찌꺼기를 버리 고 다시 가열하여 농축하는 것이 한열寒熱한 약들 사이의 성질을 어울리게 하는데 유리하고, 공과 보를 아울러 시행하는데도 유리하여 더 우수한 화해작용이 나타나도록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의 약리 연구로도 이렇게 하는 것이 전체 처방의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 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구체적인 강의에서 자세히 강의할 것입니다. 만일 그 본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전과 자를 혼동하게 되면 사실을 잘 못 알게 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예는 아주 많습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확실히 알아두어야 합니다. 책을 펴 놓았을 때는 그 의미를 알았다가 책을 덮으면 깡그리 잊어버린다면 임상에 어떻 게 응용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두 번째로 나는 숙독묵기熟讀默記하여 마음에 훤하도록 익힐 것을 요구합니다. 상한론의 육경병증편은 바로 태양병맥증병치상제오편에서 변음양이차후노복병증병치제십사편까지입니다. 이 열편은 겨우 398조입니다. 나는 중의약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이 112조문을 외우게 합니다. 이 원문을 외우면 한편으로는 독서백편讀書百遍에 의자현義自見이 됩니다. 읽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해의 정도가 점점 깊어집니다. 또 한편으로는 처방을 사용할 때인데, 사람들 은 늘 책을 읽었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좀 더 읽어둘 걸하고 후회들을 합니다. 음, 쓸 때가 되면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죠. 에, 우리가 원문을 외워 놓으면 처방을 쓸 때, 병력을 쓸 때, 강의 할 때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원문을 외우게 하는 것은 하나는 이해를 더 깊이하기 위해서, 하나는 쓰기에 편하도록 하기 위해서인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될 지는 조금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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