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학方劑學상으로 보면 우리가 조금 전 이야기했습니다만 상한론에 112방이 기술되어 있는데, 이 처방들의 절대다수가 약의 선택이 정밀하고 타당하며, 처방의 조합이 매우 엄격하면서 조심스럽고, 약물의 용량도 적당하고 정확합니다. 예를 들자면 오령산五苓散으로 동물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오령산의 다섯 가지 약물 배합을 상한론 원방에 따라 택사澤瀉의 양을 가장 높이고, 계지桂枝의 량을 가장 적게 하며 저령猪苓, 복령茯苓, 백출白朮을 중간 양으로 조제하여 동물에게 먹였을 때 매우 뛰어난 이뇨利尿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가지 약물의 제량을 똑 같이 등분等分하여 만든 산제散劑를 먹였더니 이뇨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방의 제량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예를 들면 일본의 약리학연구팀이 백호가인삼탕白虎加人蔘湯으로 전제煎劑를 만들어 당뇨병 동물 모델에 구복 口服시켰는데, 당뇨병 동물 모델은 알다시피 알록산 alloxan 을 흰쥐에 주사하여 랑겔한스섬 The islets of Langerhans 세포의 분비를 억제시켜 인슐린의 분비를 감소케 함으로써 동물의 혈당을 높인 것입니다. 그 뒤 원방의 약물 구성에 따라 원방의 약물 제량 비례대로 조제한 백호가인삼탕을 이 당뇨병성 동물 모델에 복용시켜 매우 우수한 강혈당降血糖 효과를 보았습니다. 백호가인삼탕에는 멥쌀이 들어가고 감초도 들어갑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에게 멥쌀을 써도 되나요? 멥쌀은 탄수 화물인데요. 그리고 감초를 쓸 수도 있나요? 감초는 달지 않나요? 이 일본연구팀도 똑같이 이렇게 생각했 습니다. 그들은 약물 하나하나를 따로 시험해 보았습니다. 다섯 가지 약을 단독으로 사용해 보았더니 지모知母와 인삼人蔘 두 약물만 약간의 강혈당효과가 있었고 갱미粳米, 석고石膏, 감초甘草는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혈당을 내리는 효과 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이 처방의 강혈당 효과는 지모와 인삼이 합쳐져서 내는 효과가 아닐까?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두 약물 만을 사용했을 때는 원 처방보다 강혈당 효과를 높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인삼, 지모 간의 약물 비례를 바꾸어 보았더니 인삼을 많이 쓴 경우 오히려 강혈당 작용이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는 강당 작용을 가졌던 지모, 인삼이라도 같이 쓸 때는 제량 비례가 적당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강당 효과가 오히려 길항작용으로 떨어진다고 보았습니다. 지모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 보다 석고를 가했더니 강당효과가 높아 지고, 인삼을 단독으로 사용하다가 석고를 가해도 강당 효과가 높아졌습니다. 석고만 쓰면 강당하지 않지만 지모와 인삼의 강당 작용에 협동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어서 지모와 인삼 두 약을 배합하면서 인삼을 차츰 더하여 나가 다가 강당효과가 거의 사라질 즈음 석고를 넣었더니 강혈당 작용이 올라가고 여기에 석고를 늘려가자 강당 작용도 점점 더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증가되는 것도 한도가 있어서 일정 정도 올라간 뒤로는 석고를 아무리 더 넣어도 강당 작용이 더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차례로 단독 사용으로 별 다른 강당 효과가 없었던 갱미를 가했더니 강당 작용이 높아지고, 다시 감초를 더했더니 강당 작용이 또 더 높아져 석고, 갱미, 감초가 전체 처방의 강당 작용에 모두 협동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섯 가지 약물을 다 갖추었는데도 강당작용이 원방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번 실험에서는 인삼의 양을 높였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삼의 용량을 원래 처방의 수준으로 내렸더니 강당작용이 가장 뛰어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인삼을 뺀 백호탕 원방의 경우는 강당작용이 이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이런 결과들이 나오자 이 일본약물연구팀은’ 중국 옛 사람들은 어떤 방법 을 썼길래 이런 우수한 조합의 약물구성과 약물사용량의 비례를 찾아냈을까?’ 하고 매우 의아해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상한론 112방이 약물의 선택, 배합이 정밀, 정확하여 약물 하나를 더하거나 빼도 치료효과에 영향을 준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제량이 정확해야만 가장 높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처방들은 청열淸熱 한다면 청열하고 발한發汗한다면 발한하며, 사하瀉下한다면 복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하하며, 최토催吐할 때는 마시자 마자 토해 내어 그 효과를 믿을 수 있습니다. 천 백여 년 이상의 임상으로 검증되었을 뿐 만 아니라, 현대 실험 실의 약리실험으로도 검증되었습니다.
약물학상으로 보면 상한론에서 쓴 약물은 다 해야 76가지 입니다. 그러나 먼저 설명해야 할 것은 통계 방법 혹은 통계의 표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끓인 물, 청장수淸漿水, 빗물과 같은 약 달이는데 쓰인 물도 계산에 넣었는데 그러면 약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내가 여기에서 말한 76가지에는 특수한 물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청주淸酒는 당연히 포함시켰는데 청주는 용매이므로 포함시킨 것입니다.
이런 약들은 포제炮制할 때 매우 엄격한 과정을 거치는데 예를 들면 마황麻黃의 마디를 잘라내는 것을 들 수 있습니 다. 어제 어떤 교수가 마황의 마디를 왜 잘라내야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나는 마황은 땀을 내기위해 쓰는데 마황의 마디와 뿌리는 땀을 그치게 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황탕에서 마황을 쓰는 것은 발한작용을 기대 하기 때문이니 당연히 마황의 마디를 잘라 내야죠. 계지의 경우는 거피去皮하라 하였지만, 계지가 이미 계수나무의 가는 가지인데 긁어낼 껍질이 있을까요? 실제로 한나라 때는 계지를 육계와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계지를 거피하라 하는 것은 한 무더기의 채취한 계피에서 껍질이 너무 두터운 굵은 가지를 골라내라는 말로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껍질이 두터운 것은 표로 들어가지 않고 안쪽으로 약의 힘이 작용하여 온리溫裏하기 때문으로 이것이 바로 후세의 육계입니다. 그래서 이 온리 작용을 하는 굵은 가지를 골라내는 것입니다. 행인은 껍질과 꼭지를 잘라내야 합니다. 부자는 회양구역回陽救逆하기 위해서는 생용生用하고, 온리산한溫裏散寒하기위해서는 포炮하라 하였는데, 상한론에서는 생부자生附子를 써야 할 때 포부자炮附子를 썼다든지, 포부자를 써야 할 때 생부자를 썼던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잘못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 약물학상에 끼친 상한론의 거대한 공헌입니다.
우리는 이, 법, 방, 약의 각도로 상한론의 거대한 공헌을 토론하였는데, 그 밖에 약제 기술상에도 매우 큰 공헌이 있었 습니다. 무엇이 약제기술인가요? 한약의 제형은 탕제湯劑, 환제丸劑, 산제散劑가 있는데, 상한론에서는 관장제灌腸劑, 함제含劑까지 나옵니다. 요즘에는 입에 넣어 녹이는 함편含片이 있지만 상한론에는 함편은 아니더라도 함제는 있습니 다. 또 항문좌약肛門坐藥이 있으며, 금궤요략에는 취비제吹鼻劑, 적이제滴耳劑, 음도좌약陰道坐藥까지 있어 제형이 더욱 많은데 이것이 약제 기술입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약제기술들이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기본내용에 근거하고 있습 니다.
이 밖에도 간호지식까지도 언급되어 있는데, 약을 먹은 뒤 어떤 음식을 삼가야 하는지, 어떻게 땀을 내는지 하는 것들은 모두 간호지식과 연관된 것입니다. 그래서 상한론은 한의 임상의학에 기초를 다졌을 뿐 만 아니라 약제 발전의 주춧 돌을 놓고 한의 간호학의 기초까지 다졌습니다. 간호학 강의에 있어서도 처음 중의간호기초를 강의할 때에 .먼저 이야 기하는 것이 황제내경이고, 이어서 언급하는 것이 상한론입니다.
상한론의 내용과 공헌을 이렇게 간단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상한론은 동양의학사에서 현존하는 완전한 계통을 갖춘 가장 오래된 임상의학저서이며, 기원 2세기전의동양의약학 성취의 총화이다’. 이 두 마디 말은 상한론이 가지는 동양의ㅏ학사 속에서의 지위를 말해줍니다.
그 다음으로 강의한 내용은 상한론이 이, 법, 방, 약이 서로 결합된 형식으로 여러가지 외감병의 변증론치를 논술하고, 또 한의학의 약제 기술과 간호 지식에 까지 언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우리가 앞으로 자세히 강술할 내용으로, 아래에서는 상한론의 공헌을 귀납 총결하겠습니다.
‘상한론은 육경변증방법을 창립하고, 그를 임상에 응용하였으며 이로써 변증론치라는 진료 원칙을 한의임상의학에서 확립함으로써 한의학 특색의 하나로 만들어 지금까지 쓰이게 하였다. 그 두 번째 공헌은 방제학상 상한잡병론에 기술된 많은 복방複方에서 선약選藥이 정당하고, 조방組方이 엄근하며, 약량藥量이 정확하고, 치료효과가 우수하여 방제 발전의 기초가 된 것으로 그로 인하여 후세 의가들에게 '중방衆方의 조祖'라고 칭송 받았다.’
이 때문에 상한론의 출현은 한의임상의학 발전에 이정표를 세웠고, 아울러 한의 방제학, 한의 약제학, 한의 간호학 등등 여러 학과의 발전에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래요. 오늘 강의는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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