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다른 하나 이理, 법法, 방方, 약藥의 각도에서 상한론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상한론은 외감병의 변증론치 辨證論治를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잡병의 변증론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외감병의 변증론치거나 잡병의 변증론치거나 간에 모두 이,법,방,약이 서로 결합된 이런 방식이 일관되게 사용되었으며, 이 이론으로 장중경은 육경변증체 계六經辨證體系가 만들었습니다.
장중경 이전에는 한의학 저작이 두 큰 분류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기초이론 관한 저작인데 반고班固의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에 의경醫經이라 한 것이고, 하나는 경험방을 다룬 저작으로 한서 예문지에서 경방經方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기초이론을 주로 논한 의경은 임상에서의 실제 치료가 부족하여 황제내경에는 단지 13방方만 있기도 하거니와 또 요즘까지 실제로 사용되는 처방도 별로 없습니다. 경험방인 경방은 어떨까요? 출토된 《오십이병방 五十二病方》, 《치백병방 治百病方》처럼 이론적 지침이 모자랍니다. 그러다가 장중경의 상한잡병론에 이르러서 장중경이 육경변증의 방법으로 외감병을 변증하고, 금궤요략에서는 장부경락변증의 방법으로 잡병을 변증하였는데, 이런 변증방법은 이론적 지도 아래 증상症狀을 변증辨證해낸 뒤 증證에 따라 법法을 세우고 다시 처방處方이 법法을 따라 나오도록 한 것으로, 이로써 이런 변증론치의 진료 체계가 비로소 임상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육경변증체계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 다음 다섯 번째 문제를 강의할 때에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법法이란 치측治則과 치법治法을 포괄합니다. 치측으로 보면 상한은 외감병으로, 외감병은 정기와 사기 사이의 관계에 연관되어 있으므로 상한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거사扶正袪邪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부정扶正은 거사袪邪하기 위한 것이며, 거사는 부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후세 의가들은 이를 총결하여 부양기扶陽氣, 보위기保胃氣, 존진액存津液이라고 하였는데, 진수원陳修園같은 이는 상한론을 시종일관 꿰뚫는 정신을 ‘보위기, 존진액’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판 교재 四版教材, 오판 교재五版教材에서는 그 가장 중요한 치료원칙을 ‘부양기’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은 모두 부정扶正의 각도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상한론에서 가장 많은 것은 한, 토, 하 등등의 거사袪邪방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이 원정교육遠程敎育 교재에서 상한론의 치측을 많이 써 놓긴 했지만 실제로는 부정, 거사 양대 방면으로 귀납되는 것입니다. 부정은 거사를 위함이며, 거사는 부정을 위함이므로 거사할 때 부정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상한론은 1800년 이전에 이미 부정거사란 이러한 치료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치료 원칙은 오늘날에도 매우 중요한 임상적 의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법으로 보면 상한론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팔법八法을 임상에서 아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법이 상한론에서 총결귀납總結歸納 되어 나온 것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한법汗法은 사기가 체표에 있는 것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발한發汗의 대표적인 방제는 마황탕麻黃湯, 계지탕桂枝湯, 소청룡탕小靑龍湯, 대청룡탕大靑龍湯, 갈근탕葛根湯인데 모두 상한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처방은 한사寒邪가 표에 있는 것이 맞다면 확실히 매우 뛰어난 발한 효과를 나타냅니다.
토법吐法은 요즘 우리가 늘 쓰지는 않지만 한의 역사에서 많은 복잡한 난치병들을 치료하였습니다. 토법의 대표방인 과체산瓜蒂散도 상한론에서 나왔습니다.
하법下法은 상한론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었던 방법으로 연관된 방제가 가장 많기도 합니다. 하법의 대표방인 삼승기탕三承氣湯은 조열燥熱을 설하泄下하는 처방이며, 도핵승기탕桃核承氣湯은 사열 축어瀉熱逐瘀하고, 저당탕抵當湯은 파혈축어破血逐瘀 하여 역시 하법에 속합니다. 인진호탕茵蔯蒿湯은 이습利濕, 사열瀉熱, 퇴황退黃하는 처방으로 대황大黃을 사용하여 역시 하법이라 할 수 있고, 마자인환麻子仁丸처럼 윤하潤下하거나, 밀전방蜜煎方, 토과근방土瓜根方처럼 도하導下하거나, 대함흉탕大陷胸湯처럼 사열축수瀉熱逐水하는 것도 모두 하법에 속합니다.
화법和法의 화和를 우리는 자주 ‘화해和解’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 화해를 조화調和라고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는 조화가 아니라고 이해하는데 그 까닭은 화해의 방법이 주로 추기樞機가 잘 움직이지 않아 나타나는 증후를 치료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추기는 두 곳으로, 하나는 소양반표반리少陽半表半裏라는 추기이고, 하나는 중초반상 반하中焦半上半下라는추기입니다. 소양반표반리 추기는 기氣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조절하고, 중초반상반하 추기는 주로 기의 승升과 강降을 조절합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한 모금 기에 의지하므로 인체의 기는 반드시 시원하게 흘러야 하고 막힘이 없어야 합니다. 많은 질병들이 기의 불화不和로 일어납니다. 우리가 이런 기가 불화하여 일어난 증후를 만났을 때 어느 마디 어느 관건을 잡고 조절해야 할까요? 소양반표반리 추기로 보든지 중초반상반하 추기로 보든지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해和解는 화추기和樞機, 해울결解鬱結로 해석해야 합니다. 추기가 잘 움직이지 않으면 기운의 흐름이 반드시 맺히게 되고, 이렇게 기운의 흐름이 뭉쳐 맺히면 바로 각종 질병이 발생되므로 화해를 화추기, 해울결로 이해해야 되는 것입니다. 이 두 마디의 첫 번째 글자를 조합한 것이 화해입니다. 화법의 대표방은 시호제柴胡劑로 소시호탕小柴胡湯, 대시호탕大柴胡湯, 시호계지건강탕柴胡桂枝乾薑湯은 소양반표반리 추기를 화해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한 조의 대표방은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 생강사심탕生薑瀉心湯 및 감초사심탕甘草瀉心 湯으로 중초반상반하 추기를 화해하는 것입니다.
온법溫法의 대표방은 모두들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중탕理中湯, 사역탕四逆湯, 통맥사역탕通脈四逆湯과 같은 조양助陽, 거한袪寒하는 방제들입니다.
청법淸法의 대표방은 치자시탕梔子豉湯처럼 격중膈中의 울열鬱熱을 청선淸宣하거나, 백호탕白虎湯처럼 신한절열 辛寒折熱하여 중초中焦의 열을 식히거나, 황금탕黃芩湯처럼 소양少陽의 담열膽熱을 식혀 담열이 장관腸管을 내박內迫하여 생긴 열리熱痢를 치료하는 처방으로 모두 청법의 범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보법補法의 대표방은 자감초탕炙甘草湯처럼 기혈양허氣血兩虛로 심장이 제대로 영양을 얻지 못하여 맥박이 이어지지 못하는 맥결대脈結代, 심동계心動悸를 기혈을 같이 보함으로써 치료하는 처방이나, 소건중탕小建中湯처럼 온중보허溫中補虛 , 화리완급和裏緩急하는 작용을 가져 심중계이번心中悸而煩을 치료하며, 또 기혈양허氣血兩虛로 복부의 근맥筋脈 이 실양失養되어 일어나는 복중구급동통腹中拘急疼痛을 치료하는 처방입니다. 이들이 다 보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법消法은 저당환抵當丸처럼 화어완소化瘀緩消하는 작용을 가져서 태양축혈증太陽蓄血證에서 보이는 어瘀와 열熱을 모두 천천히 삭히는 처방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후세에 와서 말하는 팔법은 실제로 상한론의 구체적인 치법 중에서 귀납되어 나온 것입니다.
나는 상한론에는 팔법 외에도 삽법澁法이 있다고 보는데, 적석지우여량탕赤石脂禹餘糧湯과 도화탕桃花湯처럼 삽장 고탈澁腸固脫하여 하리 활탈下利滑脫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 역시 매우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그리고 이 밖에도 상한론에는 침과 약을 병용하는 방법과 침과 구를 병용하는 방법이 있으며 약물과 식용을 병행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런 방법들은 임상에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상이 우리가 ‘법法’의 관점에서 본 것으로 치측治則과 치법治法까지 살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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