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심리학

칠정연구七情硏究-황제내경의 정서론을 중심으로-12

臥嘗 齋 2017. 12. 24. 12:27


4. 내경의 사상기초

우주는 덕()의 원리에 의해 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천지재아자덕야, 지지재아자기야영추본신(天之在我者德也,地之在我者氣也靈樞本神) 기의 운동과 변화가 만물과 자연현상을 생성하는 근원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변화하고 있는데,41)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는 맑은 기운을 양이라 하고 아래로 내려와 땅이 되는 흐린 기운은 이라 한다. 이 오르내림이 하늘과 땅의 도리이며, 만물을 다스리는 법도이자, 변화를 일으키는 근원이며, 죽이고 살리는 이치이자 생명이 나타나는 곳집이다. 양은다시 상승하는 기운과 확산하는 기운으로, 음은 하강하는 기운과 응집하는 기운으로 나누어져 사시가 생기는데, 사람도 천지의 기로 생하고 사시의 법으로 이루어지며, 만일 승강출입이 없으면 생장장노이, 생장화수장이 이루어질 수 없다.- 비출입즉 무이생장장노이; 비승강즉무이생장화수장소문육미지대론(非出入无以生長壯老已,非升降无以生長化收藏素問六微旨大論)

지금의 내경은 오행학설로 가득하지만 황제- 소사(少師) 사이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몇 편처럼 오행에 관계없이 음양만 다룬 곳이 있다. 이것은 서한(西漢) 초기에 유학(儒學)이 점점 정통의 길로 발전해 가지만, 한 편으로는 고대 여러 다른 철학, 특히 도(), (), 음양(陰陽) 등 학파의 전통이 아직 얼마쯤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내경의의 사시(四時)에 유관한 기재에서 다른 의학이론이 오행학설로 변화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오행의 규범에 부합되도록 사시 중에 장하(長夏)를 넣어 오행, 사시, 오장을 완벽하게 배합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오시(五時)를 사용한 것은 반드시 사시설 보다 시기가 늦다. 오행학설은 전국시대 추연(鄒衍) 등이 제창한 이후로 서한시대 초기에 까지 일반적으로 오행상극설(五行相剋說)로 쓰여졌고, 오행상생(五行相生)의 이론은 동중서(董仲舒)의 춘추번로(春秋繁露)에 이르러 완비되었다고 할 수 있어 지금 내경에서 오행상생에 대해 말하고 있는 많은 부분들은 그 후에 완성된 것이 틀림없다. 14.55)

내경은 천자감응(天地感應)과 천지인일체관(天地人一體觀)을 주장하는 황노사상(黃老思想)을 바탕으로 기일원론(氣一元論), 음양오행학설로 인신(人身)의 규율성을 설명하고 있다.53,54) 내경이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BC99-26에는 서힌 시대가 중기를 지나면서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문물이 발전하자 의학에 대한 수요와 우수한 의서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자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이론 서적인 황제내경을 포함한 의경7(醫經 7)와 임상의방(臨床醫方) 서적인 경방11(經方11) 등 많은 저작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황제내경은 사용된 문자, 언어, 단어 및 사회배경으로 보아 많은 부분이 춘추전국시대에 씌어졌으나 그 연대가 각 편에 따라 몇 백 년의 차이가 나므로 한 시대나 한 사람의 손으로 써진 것은 아니며, 내용으로 보아 한 학파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12) 각파의 많은 논문들이 하나의 관점에서 한 학파에 의해서 회집, 정리되어 이루어진 책이며 아울러 그 뒤 많은 산일(散佚)과 보충을 겪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완벽하게 통일된 이론핵심이 부재가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