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떻게 해야 경전을 잘 배울 수 있나?
(1)직감과 도구가 중요하다.
경전을 배우려면 반드시 옳은 방법이 필요한데, 기본적인 하나의 방법은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경전은 늦어도 동한시대 이전에 만들어졌는데, 특수한 역사적인 제한 때문에 매우 정밀한 언어문자로 깊고 넓은 내용을 드러내도록 이야기해야만 했던 것으로 이것이 경전의 하나의 특색이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으로 지금 배우는 경전을 이해하는가? 다른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오직 문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문자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경전을 배울 때는 그럴듯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책이 필요한데 신화자전新華字典만으로는 모자란다.
옛 사람이 문이재도文以載道-글로 도를 싣는다.-라고 했다. 우리가 도를 분명히 알려면 당연히 먼저 글을 알아야 한다. 강희자전康熙字典은 책상머리에서 가장 많이 들쳐보는 책이다. 많이 만져보다 보면 글자에 대해 느낌이 생기고 한자가 얼마나 뛰어난지 깨닫게 되어 친밀해지게 된다.
한자는 상형문자에서 출발한 문자로서 형태와 의미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는 문자이다. 그래서 하나의 글자를 보았을 때 도구로서의 역할을 살피는 것만이 아니라 그 구조를 분석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형태를 나타내는 부분인 형부形部의 구조를 분석하여야 하고 소리를 나타내는 부분인 성부聲部의 구조에도 분석이 필요한데 그것은 이 둘이 모두 의미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미味자를 예로 들어보자. 맛은 입으로 느끼는 것이므로 구口자가 형부이고 성부는 미未이다. 이 글자의 뜻은 형부와 관련이 있지만 성부와는 더욱 특수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미는 십이지지(十二地支)의 하나로 서남쪽으로 오행 중에서는 토에 속하고, 계절로는 장하長夏가 되며, 후천괘로는 곤坤에, 오장은 비脾에 비정된다. 그래서 우리는 미未가 위와 같은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이 글자로 성부를 삼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의학개론을 배우고 나면 비脾의 외계와의 통로가 구口이며, 비와 구로 오미五味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는 또한 미각은 비脾가 맡아보며, 비는 토에 속한다는 것을 말하는데, 토는 서남방으로 미가 속한 방향이므로 비가 관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 되는 것은 미未자 하나를 써서 이미 이와 같이 비와 상관된 생리적 인식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첫 번째 인식이다.
그러면 두 번째는? 옛날에는 미味의 의미가 더욱 넓었다. 내경에서 오미라는 말은 실제로는 모든 음식물을 가리켰는데 그 중에는 약물도 포함되어 있다. 대지에서 자라는 먹을거리는, 특히 곡식과 같은 것은 어느 때에 주로 익을까? 장하-늦여름-이다. 맛은 늦여름에 익어 가므로 미未와 관련이 있다. 이 밖에도 미는 서남방인데 중국에서 서남쪽은 사천四川으로 특별히 천부지국天府之國이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왜 천부지국이라고 할까? 그것은 이 지방의 농작물이 특히 풍부하고, 맛도 아주 좋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이 지방의 농작물이 잘 되고 맛이 특별히 좋은 것일까? 그것은 미에 속하고, 서남에 속하고, 토에 속하기 때문인데 토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자의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 속에 매우 깊은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미味자는 그 형形, 성聲, 의義 구조에 이미 아주 깊으면서도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한자가 아닌 다른 문자로 이렇게 깊고 넓은 의미를 녹여 품기 어렵다.
그러므로 경전에 감추어진 내용을 다 찾아내는데 한자는 하나의 초인종, 한 개의 열쇠가 된다. 그리고 이 한자를 풀어내려면 당연히 도구에 기대야 하고, 문자 구조에 대한 직감에 기대야 한다. 이 둘 중의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2)증국번曾國藩의 경전을 읽는 비결
경전은 여러 번 찬찬히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옛 사람들이 책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을 저절로 알 수 있어진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경전을 배울 때 더욱 맞는 말이다. 후세의 책을 읽을 때는 백 번씩 읽을 필요도 없고 어떨 때는 한 번만 읽고도 알 수 있지만 경전은 백 번 쯤 읽지 않으면 그 깊은 내용을 알 수 없는데 상한론傷寒論같은 책이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은 경전을 한두 번 읽고 그 뜻을 알아내려고 하다가 잘 모르겠으면 한 구석으로 밀쳐놓고 만다. 이것이 어떻게 경전을 읽는 방법이 되겠는가? 이는 차를 인스턴트 음료처럼 다루는 것이다. 바하의 곡을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을 듣듯이 듣는다면 어떻게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증국번의 독서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도광道光23년에 그의 동생들에게 쓴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경전을 깊이 연구하려면 반드시 하나의 경전에 집중해야 하며 여러 경전을 들추어 보지 말라. 경전을 읽을 때는 그 속뜻을 찾는 것이 먼저이고 사물을 이름 지은 근거를 찾아 문헌을 살피는 것은 나중이다. 경전을 읽을 때는 내耐자를 명심해야 한다. 한 구절의 뜻을 모르면 그 다음 구절로 넘어가지 말고, 오늘 모르면 내일 다시 읽고, 올 해 모르면 다음 해에 다시 읽는 것을 바로 내耐라고 한다." 증국번의 이 내耐자 비결은 경전을 읽는 방법을 깊이 이해한 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증국번의 이 비결을 융통성있게 생각해야 한다. 한 구절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다음 구절을 읽지 말라는 것은 좀 그렇지만 오늘 이해하지 못하면 내일 읽고, 올 해 이해하지 못하면 내년에 읽으라는 말은 따르는 것이 좋다. 어찌 됐던 경전을 읽는 것은 이삼년에 끝낼 일도, 이삼 개월에 끝낼 일도, 한 학기에 마칠 일도 아니고 한 평생에 걸쳐 해 나가야 할 일이다. 경전은 책상머리에 놓아두고, 마음속으로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경전은 평생에 걸친 필수과목이므로 여러분이 한의학을 잘 익히고, 경전을 잘 배우려면 반드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3)기본조건
경전을 배우는데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기본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떤 사람은 이것을 기본 자질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바로 신수봉행信受奉行-믿고 받아들여 받들고 따름-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경전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배우면서 이것도 과학적이 아니고 저것도 과학적이 아니라고 하는데 여러분이 경전보다 훨씬 똑똑하고 훌륭하다면 왜 경전을 배우는가? 여러분이 부담스런 감정으로 경전을 흘러간 구시대의 유물로 여긴다면 어떻게 경전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경전을 배우고 익히는 데는 이런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분이 완전히 믿고 받아들인 뒤에 어떻게 하면 경전의 사상에 따라 받들어 나갈까를 생각해야 한다. 이래야만 경전을 배워 얻어 낼 수 있다. 경전은 그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뎌내었고, 경전을 거쳐 많은 사람들이 명의가 되었는데 여러분은 무엇이 걱정되는가? 그러므로 경전은 완전히 신수봉행信受奉行해야만 된다.
여기에서 이런 조건과 소질을 왜 이야기하는가? 이것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경전을 배우기 어렵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읽을 때 백출白朮 조에서 이시진이 장예張銳가 쓴 계봉비급방雞峰備急方을 인용한 의안 하나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빨이 나날이 길어나 밥을 못 먹을 정도가 되는 병을 수일병髓溢病이라 하는데 이때는 백출을 달여 입에 머금었다가 삼키면 바로 낫는다.’ 여러분이 이 의안을 보고나서 처음에 어떤 느낌이 들었는가? 여러분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 ‘ 아는 어느 정도 자라면 멈추게 되어 있는데 어떻게 점점 길어지나? 너무 터무니없는데? 설사 이런 수일병이 있고 치자. 그렇더라도 단단한 이빨이 어떻게 백출 달인 물로 입을 헹구고 삼킨다고 줄어들까? 너무 비과학적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우선 믿은 다음 그 이치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먼저 이 병명이 매우 재미있다. 치아는 뼈의 끄트머리로 신腎이 맡아보는데 신은 골骨을 맡아보고 수髓를 만든다. 골과 수는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종류이다. 치아가 자꾸 길어나는 것이 마치 골수가 가득 차서 넘치는 것 같으므로 수일병이라 한 것 같은데 왜 이빨이 점점 길어나지? 골수는 왜 넘치게 되었을까? 틀림없이 골수를 억제하는 계통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골수는 신이 맡아보는데 신은 수장水臟이므로 골수는 수水의 부류가 된다는 이런 관계를 알게 되면 골수를 단속하는 기능이 토계통土系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토극수土克水이기 때문이다. 지금 토계열의 기능이 허해졌기 때문에 당연히 수일水溢 즉 물이 넘치게 되어 수일髓溢하게 되고 그래서 치아가 자연히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 도리를 깨닫고 나면 백출로 보토제수補土制水-토를 보하여 수를 억누름-하여 수일水溢을 잡을 수 있다고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것이 바로 내가 수일병과 그 치료에 대해 생각했던 과정이다.
1991년 근골跟骨에 골자骨刺-골극骨棘bone spur-가 생긴 환자를 치료했는데 이 환자는 양 쪽 발뒤꿈치 뼈에 뼈가 자라나 너무 아픈 탓에 발뒤꿈치로 땅을 딛지 못하고 들고 걸어야 해서 살아가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내가 보통의 치료방식으로 보신補腎하고, 활혈活血, 제통除痛, 견비蠲痹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았으나 모두 뚜렷한 치료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진퇴양난이라고 느낄 즈음에 갑자기 앞에서 말한 그 의안이 생각났다. 골자도 골질이 증식하는 것인데, 그것은 뼈의 칼슘이 뼈의 바깥으로 흘러나와 뼈 성질의 혹이 생겨난 것이다. 뼈에서 칼슘이 흘러나와 혹이 생긴 것이나 수일병髓溢病이나 무슨 구별이 있겠는가? 차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수일병의 치료방법 그대로 백출을 달인 물에 매일 세 번, 한 번에 20분 씩 발뒤꿈치를 담그게 하였더니 뜻 밖에도 며칠이 지나지 않아 통증이 크게 줄어 발뒤꿈치를 딛을 수 있게 되었고 달포 가까이 계속해서 완전히 나아버렸다.
앞에서 말한 이 의안으로 느낀 바가 매우 컸는데 무슨 느낌일까? 그것은 바로 이 신수봉행信受奉行에 대한 믿음이다. 이 일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우선 이를 믿었고 믿었기 때문에 위에 말한 사고과정을 겪을 수 있었다. 만약 이 의안을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 뒤의 사고를 이어갈 수 있었겠는가? 이런 사고가 없었다면 이렇게 백출탕으로 골극을 치료할 생각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믿는 것이 가장 처음이고, 그래야만이 그 뒤로 연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먼저 믿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들을 여러분들이 거부하는 것이어서 모든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 모두들 그런지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래서 여기에서 말한 그 조건이 한의학을 공부하는데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상 첫 번 째 장에서는 거시적인 관점, 이성적 관점 그리고 어느 정도 감각적으로 한의학 학습과 연구의 일부 기본적인 문제들을 강의하였는데, 사상적으로 이런 문제들을 참으로 해결해 낸다면 비로소 한의학을 배우고 익히는데 걸림돌을 없앤 것이 되며, 또 경전을 배우고 익히는데도 걸림돌을 치워버린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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