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십이 좀 지나서야 첫 번째 해외여행, 그것도 패키지로 가까운 중국여행을 하게 되었다. 평소에 우리나라도 볼 만한 곳과 모르는 곳이 많은데 구태여 해외까지 갈 필요가 있겠느냐는 막연한 생각과, 해외여행으로 들어갈 경비가 걱정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국비로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고위자 과정에 다닐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서 같은 기수의 여러분들과 하얼빈에 같이 여행을 가자는 의견이 나와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해외여행은 어떤가하여 살펴보다가 북경의 패키지 여행의 경비가 매우 싸서 우리 일가족 네 명이 다 가도 하얼빈 여행보다 많지 않았다. 물론 질적인 면은 차이가 나겠지만 그럴 바에야 한 번도 국외로 데리고 나간 적 없는 집사람과 두 아이들과 같이 북경에 한 번 가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은 혼자 하얼빈 간다고 했더니 부러워 하다가 나의 이런 제안에 대학에 다니던 딸과 마침 방학 중인 중학생 아들과 함께 기대에 들떠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해외로 여행을 가고 싶다고 가끔 말해 왔던 것이 생각나서 살짝 미안했던 것을 고백한다. 여하튼 북경에 도착해 보니 날이 매우 추웠고, 안 사람이 얼음에 미끄러지기도 하였지만 눈에 덮인 자금성, 이화원, 천단공원 등 명승고적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였다. 그리고 숙소인 경광월드와 경극 및 서커스 관람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 주어 대체로 만족하였다. 특히추위에 덜덜 떨면서 미끄러지면서 올라갔던 팔달령 만리장성은 북방의 침입에 시달려왔던 중국이 호족의 방어를 위해 힘들여 쌓았다는 그 역사적 의미와 함께 달에서도 보인다는 그 웅장함이 살짝 감회에 젖게 하는 바가 있었다. 여행은 일상에 침몰되어 있었던 틀을 깨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 준다는 옛 사람들의 말도 생각났다. 나도 안 사람도 그렇지만 더욱 아이들에게 여행은 필요하다고도 느껐다. 어쨌던 첫 번째 해외여행은 무사히 끝났고 보람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 뒤로 내가 한의사라 중국에 관심도 있고, 경비도 많지 않아 온 가족이 중국에만 네 차례 다녀왔는데 후배인 대전대 교수 한 사람은 한의학을 주제로 삼아 여러 역사적 유적을 찾아 보고 한의학 관연 신문인 민족의학지에 기행 겸 탐사현황을 연재해서 매우 부러웠다. 그래서 시간과 돈이 허락하면 중국의 방방곡곡을 여행하면 좋겠다고 집사람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중국 밖에 갈 데가 없느냐고, 중국은 낙후된 데가 많아 볼 것이 없지 않느냐고 한의사라고 중국에만 가느냐고 말해서 상당히 어색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은 적도 잇었다. 여하튼 그 뒤도 지인들과 홍콩, 해남도, 청도 등을 다녀 오게 되어, 혼자 다녀와 미안하기도 하고 하여 집사람이 늘 가고 싶어했던 유럽에 둘이서 또 페키지 여행을 거게 되었는데 여기서 나는 심각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서양인은 나에게 감정적으로 생소하였고 아는 것이 없었던 만큼 야만스러운 사람들로 치부하고 있었는데 정말 나의 고루과문을 폭로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서유럽 여행이었다. 나도 유럽을 더 많이 봐야겠다.아이들에게도 유럽을 보여줘야겠다, 결심을 하고 그 뒤로 여건이 허락되면 해외로 나가보려고 하고 대체로 실행하고 있는 편이다. 경제적 부담과 체력의 소진에도 불구하고 가족과의 여행은 늘 나에게 만족을 주고 지친 일상에 활력을 준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아 은퇴 후 생활을 계획해야 하는데 마음으로는 연금생활자가 되면 집 사람과 해외로 다니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에 이바지할 길을 찾고 싶지만 아마도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울 것 같아 약간은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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