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증證이란 무엇인가?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의 임상운용으로 본 증證의 개념
한의학개론에서는 “증證”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증은 질병과정 중에서 나타난 어떤 하나의 단계가 가진 본질과 정체整體와의 연계를 반영하는 한의학 진단개념으로, 그것은 병인病因, 병위病位, 병성 病性, 병세病勢, 병정病情, 병기病機등의 요소를 종합하여 추상해 낸 명사이다.” . 아마도 다른 여러 교재들의 해석도 이와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한의학에서 말하는 “증證”을 인식해야 할까요?
본질에 있어서 한의학과 양의학은 매우 다릅니다. 양의학은 동물실험을 통하여 질병의 특성을 파악하고, 치료법을 연구하며, 사람 전체를 보기보다는 병이 나타난 부분에 집중하고, 정확한 수치로 질병을 판단하고 기계적, 물리적, 화학적 관점으로 질병을 인식하고 접근합니다. 그래서 치료할 때는 이미 그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정해 놓고 그 방법에 따라 세균이 있으면 세균을 없애고, 혹이 나면 잘라 내고, 암세포가 보이면 화학료법을 사용함으로써 개체가 다른 특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만약 이미 알려진 그 방법을 썼는데도 효과를 보지 못하면 어쩔 도리가 없이 운명에 맏겨야 합니다.
그렇다면 한의학은 어떨까요? 한의학은 임상경험을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고대 동양의 철학으로 해석하고 그로써 뼈대를 삼아 세운 의학이론이자 방법입니다. 한의학은 적극적이며 주동적으로 건강의 내온태內穩態-항상성homeostasis신체내부가 일정한 동태평형을 유지하는 것-를 추구하는 생태의학生態醫學입니다. 질병을 치료할 때는 “근찰음양소재이조지,이평위기謹察陰陽所在而調之,以平爲期”-음양을 잘 살펴 서로 가지런할 때까지 맞추어 준다.-할 것을 주장하면서, “음평양비, 정신내치陰平陽秘,精神乃治”-음기가 고르고 양기가 지켜지면 정신이 튼튼해진다.- 를 강조합니다. 한의학은 인체가 원래 속에 가지고 있던 잠재된 힘을 힘들여 캐내고 이를 더욱 키워나가는 이론으로, “사거즉정안邪去则正安”-사기가 물러나면 정기가 가뿐해진다.- 을 두드러지게 내세울 뿐 만 아니라,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内,邪不可干”-정기가 속에 있으면 사기가 넘볼 수 없다.-에 더욱 힘을 실어, “치미병治未病”-병이 생길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도록 몸을 다스린다.-을 먼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증은 한의학에서 아주 중요한 뜻으로 쓰입니다. 한의사가 병리를 인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겨 살펴보는 것은 바로 인체의 내온태 즉 동태평형이 무너져서 음양陰陽, 한열寒熱, 승강升降, 개합開闔, 표리表裏들이 서로 균형있게 어울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증의 아주 많은 부분들이 이런 내온태가 무너진 상황에 대한 정보를 가리킵니다.
이 뿐만이 아니라 증은 복약후에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정보도 포함하고 있는데, 계지탕을 먹고 나서 “편신칩칩미사유한자遍身漐漐微似有汗者”-온 몸에 촉촉하게 땀기가 비친다.-라는 증은 나아가고 있다는 정보로 만약 땀이 “여수류리如水流漓”-물처럼 줄줄 흐른다.-하면 지나치게 땀을 흘린 것이 되어 “병필부제病必不除”-반드시 병이 낫지 않게 된다.-하게 됩니다. <상한론> 속에는 이 밖에 많은 약물을 잘 못 복용함으로써 질병을 변화시키고, 그래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 장중경은 “지범하역, 수증치지知犯何逆,隨證治之”-어디가 잘 못되었는지를 알고, 증에 따라 다스린다.-는 치법을 내 놓았습니다.
증은 또 달리 질병이 바뀌고 있는 정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외감온열편外感温熱篇>에서 온병에서 떨리며 땀이 나고 나서 “권태기와, 맥정신량倦怠嗜卧,脉靜身凉”-귀찮아 눕고싶고, 맥이 잦아들면서 싸늘해진다.-는 증상이 있으면 정기가 회복되려는 것이므로 환자를 건드리지 말고 “안서정와, 이양양기래복安舒静卧,以養陽氣来復”-조용히 누워 편히 쉬도록 하여 양기가 돌아오도록 기다린다.-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모두어 말하면 증은 한의학에서 양생치병하고, 질병을 인식하는 출발점이면서, 한의학이 자연과 사람의 사이에서 건강과 질병을 변화를 알아차리게 하는 정보이며, 한의학이 내온태의 출발점을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정보를 알아내는 근거가 됩니다.
한의학에서 병을 치료할 때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내온태의 평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증에는 그 밖에도
장상藏象을 반영하는 정보로서의 증,
치료효과를 반영하는 정보로서의 증,
병의 형상을 반영하는 정보로서의 증,
양생养生을 도와주는 정보를 거진 증,
병이 일어나도록 하는 정보를 가진 증,
병이 나아가도록 하는 정보를 가진 증,
정기를 갈무리도록 하는 정보를 가진 증,
허실의 변화를 나타내는 정보를 가진 증
........
그 이론은 <편석집碥石集> 제 1집 육광신陸廣莘 교수의 학설을 참고해서 보도록 하세요.
아래는 임상에서 보중익기탕을 썼던 몇 가지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서 간단하게 증의 내용을 말해 보겠습니다.
1. 뇨당尿糖이 이미 없어졌는데, 보중익기탕을 지나치게 씀으로써 입술이 부어오르게 되다.
2년전 외래로 한 분의 2형 당뇨병 환자가 왔었습니다. 그는 줄곧 양약으로 치료하여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는 사람인데, 뇨당은 늘 ‘++’였으며, 한약은 외래로 다니면서 일년 가까이 복용해 오던 터였습니다. 전에 썼던 처방을 보니 기본상으로 모두 음허조열陰虚燥熱로 보고 대부분 고한苦寒한 약들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환자가 이렇게 많은 고한약들을 복용하고서도 설태舌苔는 아직 누르면서 미끈거렸습니다. 내가 진찰해 보니 양쪽 맥이 모두 가늘면서 힘이 없었습니다. 다시 물어보았더니 평소에 쉬 피로해져 자주 눕게 되고 잘 먹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보중익기탕을 가감하여 7일 분을 처방했는데 약을 다 먹고 나서 뇨당이 음성이 되었으며, 설태도 벌써 희게 바뀌었습니다. 어떤 의사가 이어받아 효과가 있으면 처방을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어서 그대로 7일 분을 주었습니다. 내가 다시 보니 환자의 입술이 부어올랐기에 사군자탕에 회산약懷山藥, 감실芡實등을 더하여 5일 분을 처방하였는데 입술의 붓기가 가라앉았으므로 약을 더 먹게 하여 뇨당이 줄곧 음성이 되었고, 혈당도 안정되었습니다.
우리 첫 번째 진찰로 얻어 낸 증이 가리키는 정보를 봅시다.
:뇨당(++), 설태황니舌苔黃膩, 양맥 세이무력細而無力, 평소이권희와平素易倦喜卧,납식차納食差
앞에 봤던 의사들은 줄곧 고한약苦寒藥을 처방했는데 그 근거는 바로 설태황니였습니다. 정말 열증 熱證이었다면 고한약을 먹고나서 금방 효과를 보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진찰했을 때는 양쪽 맥이 세이무력했습니다. 다시 물어보니 ‘ 평소이권 희와 납식차’라 했는데 이들은 모두 중기휴허中氣虧虚한 증이었습니다. 내경內經 구문口問편에서 ‘중기부족, 수변위지변中氣不足,溲便爲之變’이라 한 것으로 보면 중기中氣가 하함下䧟 하여 소변의 뇨당이 양성陽性으로 나타나 없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청기清氣가 하함下䧟하면 탁음濁陰이 상역上逆하므로 설태가 황니했던 것입니다. 황은 비토脾土의 색으로 허해짐으로써 밖으로 내비치게 된 것이라 열증熱證의 모습은 아닙니다. 첫 번째 진찰로 얻어낸 증이 보여주는 정보는 중기하함中氣下䧟이었으므로 보중익기탕으로 승양거함升陽舉䧟했습니다.
두 번째 진찰에서 뇨당이 음성이 되고, 설태도 이미 희게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의사가 기기氣機의 승강升降이 이미 회복된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비위脾胃의 허약이 아직 낫지 않았다고만 생각하였고 또 소갈消渴의 병리病理가 음허조열陰虚燥熱이라 다시 올리면 지나치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대로 약을 썼기 때문에 허화虚火가 황기, 승마, 시호를 따라 위로 치받게 됨으로써 입술이 붇게 된 것입니다.
세 번째 진찰에서 비위허약脾胃虚弱한 병기를 그대로 지켜 비위를 튼튼히 하면서도 승기升氣하지 않도록 사군자탕에 회산약, 감실을 넣어 비음脾陰을 채움으로써 허화虚火가 스스로 사라지도록 하였는데 이것은 음양의 균형이 무너진 내온태를 회복시킨 것입니다.
진찰할 때 마다 한 가지의 증이 있고, 증마다 모두 내온태가 무너진 정보를 담고 있으며, 약을 쓰는 법칙은 바로 내온태를 회복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 병안 중에는 승강의 이치가 가장 중요했는데, 하함한 기운이라도 지나치게 올리면 안되며 고르게 할 정도여야 했습니다.
2.기허발열에 보중익기탕을 썼는데 열이 내리지 않은 것은 허중유실하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다시 한 병례를 말하겠습니다.
40여세의 남성으로 8월에 진료받으러 왔습니다. 그 1개월 전에 걸린 외감外感을 제 때 치료하지 못하여 줄곧 체온은 37.8 °~39.0 °C사이를 넘나들면서 열이 내리지 않았고, 양약의 항생제 치료에도 효과가 없었으며, 아직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의진료로 바꿨던 것인데, 몸은 말랐으며, 열이 나고, 추위를 꺼려 이불을 덮으려고 하며, 기침을 했는데 묽은 가래를 뱉았고, 하루 종일 맑은 콧물이 흘렀습니다. 고단해서 누우려하며, 팔다리가 피로했으며, 움직이면 숨이 차 숨을 잘 수 없었고, 밥을 잘 먹을 수 없었으며, 소변은 찔끔찔끔 자주 조금씩 나왔는데 색갈이 누르지는 않았습니다. 대변은 자주 보지 않았으며, 입은 마르지 않았고, 혀는 혈색이 모자랐는데 설태는 희면서 엷게 깔려 있었으며, 맥은 허하면서 크고 빨랐습니다.
첫 번째 진찰에서 의사가 중기허발열中氣虚發熱로 진단하고 보중익기탕 가감을 5일 분 처방하였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고, 환자의 친구가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서 그 소개로 내게 처방해 달라고 했습니다.
두 번째 진찰에서 나도 중기허발열인데 담탁痰濁이 복폐伏肺한 것을 겸한 것으로 보아, 처방을 바꾸어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상백피桑白皮, 맥문동麥門冬등을 넣고 3일 분을 처방했는데, 열이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한 번 봐 봅시다.
첫 번째 진찰에서 환자의 증이 보여주는 정보는 중기휴허中氣虧虚로 인한 발열인데 왜 보중익기탕이 듣지 않았을까요? 여기에서 우리는 보중익기탕이 순허純虚한 증에 쓰는 감온甘温제열除熱한 방제로 승청升清하는 힘은 넘치지만 강탁降濁하는 힘은 모자라므로 상실중허上實中虚, 담음내조痰陰內阻한 고열해수환자高熱咳嗽환자에게는 결코 마땅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바로 보중익기탕을 써도 그 처방의 승강작용을 아직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청강탁升清降濁하는 효과를 볼 수 없었다는 말도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의 탁濁이란 폐에 있는 담탁을 가리킵니다.
기허발열氣虚發熱에 대해 등철도鄧鐵濤노선생께서는 “대우허실협잡지증, 제료가채용보중익기탕작위기본방지외, 환응근거중기허약지경중, 루급장부지다과, 겸협증지유무등변증가감, 영활운용....감온제대열, 기용방불가구니우보중익기탕. 對于虚實挾雜之證, 除了可采用補中益氣湯作爲基本方之外, 還應根據中氣虚弱之輕重, 累及臟腑之多寡,兼挾證之有無等辨證加减, 靈活運用.... 甘温除大熱, 其用方不可拘泥于補中益氣湯”-허실이 협잡된 증은 보중익기탕으로 기본방을 삼아야 하지만 중기허약의 경중과, 장부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겸협된 증이 있는지 없는지를 변증하여 가감하고, 원활하게 운용하여야 하는데....감온으로 고열을 없애는데, 그 처방을 쓸 때 보중익기탕에 구애되면 안된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육군자탕가감으로 바꾸었는데, 처방 중의 사군자는 감온으로 중을 보하고, 진피, 반하는 강탁降濁하면서 化痰화담하는 약으로 여기에 맥문동麥門冬, 상백피桑白皮의 감한甘寒으로 사화瀉火하게 한 것입니다. 이는 바로 “유당신감온지제보기중승기양, 감한이사기화즉유의. 惟當辛甘温之劑補其中升其陽, 甘寒以瀉其火則愈矣.”-오직 감온한 약제로 중을 보하고 양을 올려주면서, 감한한 약제로 화를 빼주면 낫는다.-의 뜻에 맞아떨어지면서 또 보중익기탕이 강탁降濁에 힘을 못쓰는 폐단을 없애주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진료에서 효과를 봤던 것은 바로 증에서 허중협실虚中挾實한 정보를 잘 잡아내어 옛법을 지키면서 원활하게 처방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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