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저원위론癰疽原委論 제일第一
옹저발배위하생 호호신구출차형癰疽發背爲何生 好好身軀出此形
옹저, 발배는 왜 생기는가 멀쩡한 몸에 돋아나오네.
살아가면서 질병이 없는 사람은 수승화강水升火降하고 정비혈영精秘血盈한 사람이다. 양생편養生篇에서 무요이정무로이형귀심정묵가이장생毋搖爾精毋勞爾形歸心靜默可以長生-네 정을 흔들지 말고 네 몸을 힘들게 하지 않으며 마음을 고요하고 잠잠하게 하면 오래 살 수 있다.-이라 하였다. 대개 고요하면 수水가 생기고 움직이면 화火가 생기는데 수는 생生하는 기운이고 화는 극剋하는 기운이라 모든 병이 화에서 생기는 것인데 바깥으로 터져 나온 것을 옹저癰疽라 하는 것이다.
옹癰은 옹壅-막힐 옹-한다는 말로 양陽이 되고 육부六腑에 속한다. 독이 밖으로 터져 나오며 확 드러나면서 부위가 얕고 병세가 가벼운데 이는 병이 양陽쪽의 기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양기陽氣는 가볍고 맑으면서 위로 떠오르는데 떠오르기 때문에 붓고 곪고 썩고 아무는 것이 모두 빠르며 근육과 뼈를 다치지 않고 치료가 수월하다.
저疽는 저沮-가로막을 저-한다는 말로 음陰이 되고 오장五臟에 속한다. 독이 안으로 파고들어 천천히 나타나고 병든 부위가 깊이 가라앉아 있는데 그것은 병이 음陰 쪽에서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음혈陰血은 무겁고 흐리면서 아래로 가라앉는데 가라앉기 때문에 붓고 곪고 썩고 아무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근육을 다치고 뼈를 삭혀 고치기 어렵다. 또 젊고 기혈氣血이 왕성하여 독기를 이겨낼 수 있으면 예후가 좋고 늙고 독이 기혈보다 세면 예후가 나쁘다. 치료법은 제이론 중에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라.
내피칠정간장부 우수사려총관심內被七情干臟腑 憂愁思慮總關心
안으로는 칠정이 장부를 건드려 근심걱정그리움 마음에 걸리고.
칠정육욕이라는 것들은 모두 원기를 훔치는 도둑과 같다. 희는 심을 상하고, 노는 간을 상하고, 우는 폐를 상하고, 사려는 비를 상하고, 비는 혼백을 상하고, 경은 간을 상하니 이것이 바로 칠정이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며1) 귀로 소리를 듣고 눈으로 만물의 모양과 색을 보며,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보고, 마음으로 대지를 살피고, 뜻으로 만방을 헤아리니 이것이 육욕六欲2)으로 진실된 성품을 바꾸게 하는 것이니 온갖 질병과 모든 외상들이 여기에서 비롯되므로 의사나 환자 모두가 모두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마땅하다.
1) 내 블로그의 칠정론을 참고하시오.
2) 육욕은 안,이,비,설,신 眼,耳,鼻,舌,身의 오관으로 느끼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온열감각 포함)과 의意를 채워주는 욕망을 말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은 식과 색으로 식은 개체의 생존에, 색은 종족의 보존에 필수적이며 빠져서는 안되는 욕망이므로 공자는 식색을 성이라 하였다. 그러나 지나치면 개인과 종족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므로 삼가야 하는 것이다.
미안楣按-정문正文에 칠정만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도 주에는 육욕까지 보태어 쓸 데 없는 말이 너무 많아서 글에 맞도록 잘라내어 정문의 뜻이 잘 드러나도록 하였고 원 뜻은 그대로 살려 고치지 않았다. 이 뒤로도 이처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