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만산 상한론 강의

제23강 허번증-1

臥嘗 齋 2025. 2. 26. 08:24

아래에서 중경은 바로 “수증치지隨證治之”에 대한 례를 들고 있습니다.
자! 우리 먼저 열증熱證을 봅시다.
열증의 첫 번째 증후證候는 치자시탕증桅子豉湯證입니다.
원문 제76조를 보겠습니다. “발한토하후, 허번부득면, 약극자, 필반복전도, 심중오뇌, 치자시탕주지. 약소기자, 치자감초시탕주지. 약구자 치자생강시탕주지. 發汗吐下後,虚煩不得眠,若劇者,必反復顛倒,心中懊憹,桅子豉湯主之。若少氣者,桅子甘草豉湯主之,若嘔者,桅子生薑豉湯主之。”입니다.
먼저 이 병은 발한發汗을 거치고, 최토催吐를 거치고, 사하瀉下를 거치면서 표사가 리裏로 들어가 열로 바뀐 것인데, 임상증상으로 보면 사열邪熱이 흉격胸膈에 머물러 쌓이고 그 쌓인 열이 마음을 어지럽힌 탓에 마음이 후더워 잠이 오지 않는 심번부득면心煩不得眠이 나타납니다. 중경은 왜 그것을 “허번虚煩”이라 했을까요? 이 때의 허는 정기가 허하다는 말이 아니고, 이 열사가 형체를 가진 병리산물病理產物과 얽혀 있지 않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형체를 갖춘 병리산물이란 무엇을 가리키나요? 담痰、수水、음飲、식적食積、어혈瘀血、충적蟲積 이것들을 모두 형체가 있는 병리산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상한론 중에는 단어를 쓰는 하나의 습관이 있는데, 무릇 사기와 유형적인 병리산물과 얽힌 것이라면 모두 중경이 습관적으로 “실實”자를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후 우리가 이야기할 것이지만 열사가 흉격 사이의 담수와 서로 얽힌 것을 중경은 이를 “결흉열실結胸熱實”이라 하여 “실實”자를 썼습니다. 열사가 포궁胞宮의 어혈과 서로 얽힌 것을 열입혈실熱入血室이라 하는데 중경은 이를 치료할 때도 “자기문, 수기실이취지刺期門,隨其實而取之”-기문에 자침하여 그 실實을 없애 치료한다-라고 하여 실자를 썼습니다. 열사가 어혈과 얽혀있는데 어혈이 형체가 있는 병리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양명병의 세 개 승기탕 적응증 중에서는 “조열자 차위실야 潮熱者此爲實也”라고 했습니다. "차위실"에서도 실자를 쓴 것은 열사가 양명의 조박糟粕 -찌꺼기-과 얽혔기 때문으로 양명의 조박은 형체가 있는 물질입니다. 과체산증瓜蒂散에서도 중경은 “차위흉중실此爲胸中實”이란 말을 썼는데, 왜 실자를 썼을까요? 그것은 과체산증이란 가슴 속 횡격막 위에 형체가 있는 담음, 형체가 있는 담탁痰濁이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에 실자를 쓴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한론 중의 실자가 만일 병리에 쓰였다면 그것은 늘형체가 있는 병리산물, 형체가 있는 사기邪氣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형체가 없는 병리산물, 형체가 없는 사기에 대해서는 여기 치자시탕증의 경우에서와 같습니다. 이 열사는 무형의 열사로 아직은 담음痰飲、수습水濕、식적食積、어혈瘀血과 얽히지 않았으므로 중경은 ”실實“자를 쓰지 않았을 뿐 만 아니라 도리어 “허虚”를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의 "허번虚煩”이라 이름붙인 것은 “실번實煩”과 상대적이라는 것을 가리킵니다. 대승기탕의 적응증 중에 있는 것 같은 심번은 실번입니다. 대결흉증大結胸證에도 심번이 있고, 심중오뇌心中懊憹가 있는데 그 역시 실번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말한 허虚란 사기가 형체있는 병리산물과 얽히지 않았다는 것을 뜻할 뿐으로, 정기가 허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 병기를 허번증虚煩證이라 묘사하면 여러분은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일까라고 할 수도 있어 설명하는 것입니다.
허번증은 태양병을 잘 못 치료한 뒤 형체없는 사열이 흉격에 머물다가 심흉에 쌓인 열이 마음을 어지럽힌 것으로 가벼우면 심번부득면心煩不得眠하는데 이는  심번하여 눈을 감고 조용히 쉬고 있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여기서의 이 면眠이란 글자는 잠을 자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중경은 잠자는 것을 매寐자를 써서 표현하였습니다.  이 면眠은 명瞑과 통하는 글자입니다. 명瞑은 무슨 뜻인가요? 그것은 눈을 감는다는 의미로, 속담에서 말하는 “사불명목死不瞑目”-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다-에서의 “명목瞑目”이 바로 이 뜻입니다. 면眠과 명瞑은 성조만 살짝 바뀐 것으로 명瞑과 면眠은 둘 다 눈을 감는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여 두 눈을 뜬채로 감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약극자若劇者” 만약 더 심하면 “반복전도反復顛倒”하는데 이는 엎치락뒤치락 뒤척거리며 누워도 앉아도 편치 않은 것입니다. “심중오뇌心中懊惱”는 마음이 후덥고 그득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는 것입니다. 이 심중오노心中懊憹는 실제로 위완부와 가슴부분의 조잡嘈雜증상의 하나로 배가 고픈 듯하지만 고픈 것도 아니고, 열이 나는 듯한데 열도 아니고, 부듯한 것 같은데 부풀지도 않고, 아픈 듯한데 아프지도 않아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듭니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우리 반에 정말 배우는데 열심이었던 한 학생이 있었는데 모든 일에 꼬치꼬치 캐물어 끝까지 파고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습니다. 교수님이 “반복전도, 심중오노反復顛倒,心中懊憹”를 강의하실 때 였습니다. 그 때 우리 상한교육연구실의 주임교수님은 진신오선생陳慎吾先生이셨는데 그가 교수님을 따라 다니면서 " 선생님 무엇을 심중오뇌라고 하는지 가르쳐 주세요. 네?" 하고 귀찮게 했습니다. 우리 동직문東直門의 그 큰 교정에 진교수님의 연구실은 백육루白六樓에 있었고 그 교실은 교학루에 있었습니다. 그는 교학루에서 진교수님의 교수실까지 줄기차게 쫓아가자 진교수님은 어쩔 도리가 없어 “생오두生烏頭를 먹었을 때의 느낌일세.”라고 하셨는데 그러자 그는 "교수님 생오두를 좀 주실 수 없으세요? 제가 맛을 한 번 보려고요."라고 졸랐습니다. 교수님이 생오두를 어떻게 함부로 주실 수 있었겠습니까? 생오두에는 aconitine이 함유되어 있으니 먹고나면 중독되어 죽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교수님은 하릴 없이 "그럼 이렇게 해 보게! 정말 심중오뇌를 몸으로 겪어보고 싶으면 마늘 한 통을 공복에 먹고나서 어떤 느낌인지 느껴보게."라고 하셨습니다. 어느 날 하루 점심때가 되었는데 그가 나를 불러 세우더니 "너 아직 밥 먹으러 가지 말고 기다려 봐. 내가 한번 심중오뇌를 경험해 보려고 해."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경험하는데?" "진교수님이 내게 마늘 한 통을 먹어보라고 하셨어." 그는 호주머니 속에서 마늘 한 통을 꺼내어 한 쪽을 까서 먹더군요. 막 두 쪽을 먹고 나더니 콧물, 눈물을 줄줄 흘리며, 침까지 흘리더니 가슴을 쳤습니다. 게우려고 해도 게워지지 않았고, 꺼내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었습니다. 여러분도 위 속이 쓰라리면서 화끈거리는 느낌을 한 번 생각해 보세요. " 야! 너 뭐 먹을 거 없냐? " "나도 빈 손이라 지금 아무 것도 먹을 게 없어."" 그럼 빨리 식당으로 가자." "너 왜 나머지 마늘 쪽들을 다 안먹냐." "나 이걸로 충분히 심중오뇌가 뭔지 알았으니 됐어." 이렇게 무슨 느낌인지 체험해보고자 했던 이 친구는 지금 임상에서 매우 뛰어난 솜씨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떤 느낌인지 겪어보고 싶었던 것이죠. 그래서 이 심중오뇌의 느낌은 바로 그런 조잡嘈雜한 느낌이어서 사열비열似熱非熱,사창비창似脹非脹,사통비통似痛非痛합니다.  내가 그렇게 많은 말로 묘술하려고 해도 분명하게 말할 수 없었지만 내 친구는 빈 속에 두 쪽의 마늘을 먹고 바로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열이 쌓여 마음을 어지럽힌 것으로 오직 울열요심鬱熱擾心이 있어야만 이렇게 심한 심번心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치자시탕으로 치료하는데 치자시탕으로 쌓인 열을 깨끗이 풀어냅니다-청선울열清宣鬱熱-. 모두들 치자가 삼초의 열을 맑게 하는 약이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시豆豉는 펴서 흩는-선산宣散- 약이어서 두 약을 결합하면 쌓인 열을 맑히고 풀어내는 작용을 합니다. 상초의 열은 상초가 표부와 매우 가까우므로 청선清宣해야 하는데 이는 열을 흩어내는 것입니다.
“약소기자若少氣者” 이는 화열火熱이 기를 손상한 것인데, 화열火熱한 사기邪氣는 쉽사리 사람의 정기正氣를 손상하여 소모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한 “소화생기, 장화식기少火生氣,壯火食氣”입니다. 소화少火란 인체의 양기를 가리키는 말인데 인체의 양기에는 온후温煦하면서 기화氣化시키는 작용이 있어 인체의 정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장화壯火는 사열邪熱을 말하는데 곧 사기邪氣이므로 장화가 왕성하면 사열이 높아져서 인체의 정기를 소모시키고 정기가 소모되기 때문에 소기少氣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기는 단기短氣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단기는 형체가 있는 사기에 막혀 기운이 흐름이 시원치 않은 느낌이고, 소기는 기운이 모자란 느낌입니다. 치자감초탕으로 치료하는데, 이는 치자시탕에 감초 한 가지를 더한 처방으로 그 치료작용은 울열鬱熱을 청선清宣하면서 익기益氣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감초는 보기하는 약인데 자감초炙甘草를 씁니다. 왜 인삼을 쓰지 않았을까요? 이 증상이 열증이므로 인삼을 쓰면 열을 도울까봐서 감초로 보기補氣한 것입니다.
“약구자, 치자생강시탕주지 若嘔者,桅子生薑豉湯主之。” 이 구토는 화열이 위를 자극하여 위기를 위로 치밀게 함으로써 일어난 증상이기 때문에 생강 한 가지를 더하여 화위和胃강역降逆지구止嘔하는 작용을 아우르게 한 것입니다. 치자와 두시의 청선울열하는 기초 위에 생강을 더 넣음으로써 화위, 강역, 지구하는 작용을 겸하도록 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책장을 뒤로 넘겨 치자시탕, 치자감초시탕, 치자감초시탕, 치자생강시탕의 처방을 보겠습니다. 치자시탕은 우리가 본초학 강의 때 배웠을 것이 틀림없고, 방제학 시간에도 강의를 들었는데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치자시탕방桅子豉湯方 치자桅子십사매十四枚벽擘 향시香豉사홉四合면과綿裹
“상이미, 이수사승, 선자치지, 득이승반, 납시, 자취일승반, 거재, 분위이복 上二味,以水四升,先煮桅子,得二升半,内豉,煮取一升半,去滓,分爲二服。” 치자시탕은 14개의 치자와 네 홉 곧 한 홉이 20mg이므로 80ml의 두시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두 번 복용량입니다. “온진일복, (득토자, 지후복.) 温進一服。(得吐者,止後服)” 입니다. 이 "득토자지후복得吐者止后服”도 상한론의 원문이므로 사실 괄호 안에 넣어서는 안 됩니다. 뒤의 치자감초시탕은 치자시탕에 감초2냥을 더한 것인데, 역시 두 번으로 나누어 먹기 때문에 감초도 한 번에 한 냥을 쓰므로 한 번 복용 분량은 15g입니다. 처방 바로 뒤에 마찬가지로 득토자, 지후복得吐者,止後服이란 말이 있습니다.
치자생강시탕은 치자시탕의 처방 속에 생강 5냥을 더한 것인데 넣은 생강의 분량이 비교적 많습니다. 이 처방도 두 번에 나누어 복용해야 하므로 생강은 한 번에 2냥 반씩이 되므로 37.5 mg입니다. 이 처방 뒤에도 역시 "득토자지후복得吐者止後服”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발한방發汗方의 “득한자지후복 得汗者止後服”이나 사하방瀉下方의 “득하자지후복得下者止後服”과 같은 그런 로직으로 추측한다면 치자시탕 부류의 처방들의 뒤에 나오는 “득토자지후복得吐者止後服”을 보았을 때 우리는 이 처방들이 최토작용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오해를 하지 않겠습니까? 땀이 나면 그 뒤로는 먹지 말라는 것은 이 처방이 땀을 내는 처방이란 것을 알려주는 것이며, 설사가 나면 더 먹지 말라는 말은 그 약이 설사시키는 작용이 있는 약이라는 것인데, 이런 로직으로 보면 토하면 먹지 말라는 것은 치자와 두시에 최토작용이 있다고 미루어 단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치자와 두시에 최토작용은 결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 처방을 먹으면 구토를 하게 될까요? 그것은 열이 흉격에 쌓여 있을 때 치자시탕과 같은 이런 부류의 처방을 써서 심중의 울열을 선산宣散하여 풀어주는데 울열이 어느 정도 풀리고 나면 정기가 사기를 몰아 낼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정기가 사기를 밖으로 몰아낼 때가 되면 늘 한꺼번에 몰아치게 되므로 한 번 토해버리는 것으로 사열을 체외로 몰아내는 그런 기전이 작동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기가 작용한 것일 뿐 약물이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한의학은 몸의 상태를 먼저 살펴 될수록 심한 자극을 주지 않으려하는 인자한 의학이어서 사기가 체표에 있을 때는 피부라는 반투막半透膜을 통해 땀을 내는 방식으로 체표의 사기, 체표의 독소를 체외로 배출합니다. 무엇을 반투막이라 하나요? 우리의 피부는 호흡을 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산소를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피부는 땀을 내고, 대사산물을 배출할 수는 있지만 우리 인체 내의 영양물질이나 우리 인체 내의 혈액은 피부를 거쳐 밖으로 스며 나오지 않기 때문에 반투막이라 합니다. 인체의 쓸모 있는 물질은 남겨두고 인체의 대사산물은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반투막이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사기가 체표에 있고, 독소가 체표에 있으면 우리는 그 위치적 특성에 맞게 사기가 나갈 길을 열어주려고 피부라는 이 반투막을 통해 발한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체외로 배출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울열이 흉격을 어지럽힐 때는 약을 먹어 울열이 느슨해지도록 합니다. 이 때 정기는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하여 여기에 맞는 또 하나의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일까요? 그것은 위의 내용물을 체외로 배출하면서 바로 이어서 흉격 중의 독소, 흉격 중의 열사들을 같이 체외로 배출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바로 치자시탕을 먹은 뒤 구토가 나는 원인이라고 보는데, 이것은 유기체가 독소를 배제하는 일종의 반응입니다. 흉격 중에 사기가 있을 때 여러분은 흉격 중의 어떤 반투막을 통해야 외계와 서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식도의 점막, 위의 점막인데 이들이 상부에 몰려 있습니다. 식도의 점막, 위의 점막을 통해 일부 대사산물을 분비하면서 바로 이어 흉격 중의 울열을 데리고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토하게 되면 어느 정도 열량을 같이 데리고 나가지 않을까요? 어떤 젊은이가 “교수님 , 저는 왜 오줌을 다 누고 나면 왜 온 몸을 부르르 떨죠?"하고 묻었을 때 나는 “자네가 소변 볼 때 소변으로 일부 에너지가 빠져나가 자네의 양기가 한 순간 부족하여지기 때문에 흠칫하면서 선뜻하고 떨리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지."라고 했는데 바로 이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흉격의 울열이 한꺼번에 배출될 수 있는 방식은 바로 위 속의 내용물을 토해내는 것으로 이렇게 함으로써 에너지를, 사기를, 독소를 함께 데리고 나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득토자지후복 得吐者止後服”이라고 하는 까닭을 살펴봅시다. 구토는 약을 먹은 뒤에 나타나는 일종의 반응입니다. 열이 많이 쌓여 있을수록 구토의 기전이 더욱 세게 나타나며, 심번이 엄중할수록 구토가 나타나는 정황도 더욱 많습니다. 당연히 열이 많이 쌓이지 않았을 때는 약을 먹은 뒤에도 구토가 나오지 않고 그저 덤덤할 뿐입니다. 그래서 구토가 나온 뒤에는 약을 더 먹을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구토를 그치게 하는, 화위강역지구和胃降逆止嘔하는 생강이 든 치자생강시탕을 먹는다 하더라도 결국 이 처방을 먹은 뒤에 인체의 정기가 고르게 바뀌긴 하지만 그래도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려면 구토라는 기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치자생강시탕을 먹은 뒤 구토하는 것은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현상이며, 약을 먹기 전의 구토는 화열이 위를 자극한 때문이므로 우리는 이 점을 모두들 명백히 구분해야 합니다. 치자시탕증에서 치료하기 전에 구토가 같이 나타나는 것은 화열이 위를 어지럽힌 것이어서 병리적인 것이므로 독소와 열사를 체외로 배출하도록 할 수 없습니다. 치자생강시탕을 먹은 뒤 정기가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한꺼번에 힘을 몰아 씀으로서 나타나는 이 구토는 사기를 밖으로 내모는 현상인 것입니다. 그래서 토하고 나면 원래 있었던 그 심번 증후가, 원래 있었던 그 구토 증후가 완해됩니다. 이는 계지탕증이 약을 쓰기 전에 이미 “자한출自汗出”이 있으나 이 자한출은 병리성이지만, 계지탕을 먹은 뒤 뜨거운 미음을 먹고 이불을 쓰고 누워 보온保温함으로써 다시 발한發汗케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복약 후의 발한은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므로 약한藥汗이라고도 하는 것으로, 이렇게 병리적 자한출과 약을 쓴 뒤의 자한출은 다릅니다. 치자생강시탕증에서도 원래의 구토는 병리적이지만 약을 먹은 뒤 정기가 사기를 밖으로 내보내면서 한꺼번에 힘을 모음으로써 나타나는 구토는 사기를 밖으로 몰아내면서 나타나므로 이것과 원래의 구토는 다릅니다.
이어서 우리 제77조를 봅시다. “발한, 약하지이번열, 흉중질자, 치자시탕주지 發汗,若下之而煩熱,胸中窒者,桅子豉湯主之。” 한법을 쓰고 나거나, 하법을 쓰고 나서 그 결과 남은 열이 흉격을 어지럽히게 되면 번열과 심번이 나타나는데, 원래의 번열과 심번은 쌓인 열이 심을 어지럽혀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여기서의 이 열은 다 없애지 못해 남은 열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흉중이 막히는 것은 화가 흉중의 기운 흐름을 막았기 때문으로 그래서 가슴이 갑갑하고 답답하여 시원치 않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아래에서도 치자시탕으로 심중의 울열鬱熱을 청선清宣 해야 하는데, 여기에 행기하는 약을 다시 더하지 않고 이렇게 쌓인 화를 흩어서 빼내기만 해도 기운이 자연히 막힘없이 흐르게 됩니다.
제78조 “상한오륙일, 대하지후, 신열불거, 심중결통자, 미욕해야, 치자시탕주지. 傷寒五六日,大下之後,身熱不去,心中結痛者,未欲解也,桅子豉湯主之” 이것은 장중경이 써 놓은 구체적 병례입니다. 실제로 상한론 속의 한 조 한 조의 원문이 모두 병례입니다. 외감병을 앓은 지 5-6일이 되었을 때 사하를 심하게 시키는 방법을 썼습니다. “신열불거身熱不去”는 아직 남은 사기가 있다는 말이며, “심중결통心中結痛”은 화가 심중의 기운 흐름을 막다가 혈까지 막아서 혈맥이 불화하게 되거나 혈락血絡이 불화하게 됨으로써 심중결통이라는 임상증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미욕해야未欲解也”는 병이 아직 낫지 않았다는 말인데,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 증상도 어차피 화가 기운의 흐름을 막아 흉중에 쌓인 기가 혈에 까지 파급됨으로써 나타난 증상이기 때문에 아직은 화울을 해결하는 치자시탕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행기하는 약도 넣을 필요가 없으며 활혈하는 약도 더 넣지 않습니다. 그래도 화가 심중에 쌓여 생긴 이런 심중결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 일부 심교통心絞痛이 있는 환자를 만났을 때 만약 그의 주된 호소가 흉격 중에 타는 듯한 동통이 있으면서 또 몸이 화끈화끈하다면 늘 처방에 치자를 더 넣는데 두시는 별로 쓰지 않고 늘 치자를 넣습니다. 치자 스스로가 지통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외상과外傷科에서 탕상燙傷에 늘 치자를 쓰는데 청열, 지통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아래의 제79조를 봅시다. “상한하후, 심번, 복만, 와기불안자 , 치자후박탕주지 傷寒下後,心煩、腹滿,卧起不安者,桅子厚朴湯主之。” 입니다. 이 ‘심번心煩’은 남은 열사가 흉격에 마물러 쌓인 열이 마음을 어지럽힌 탓이고, ‘복만腹滿’은 화열이 아래로 빠져나가 복부의 기운이 흐름이 시원치 못하기 때문입니다. 위로 심번心烦이 있고, 아래로는 배가 더부룩하여 이 두 가지가 모두 환자를 괴롭히므로 “와기불안卧起不安”합니다. 마음이 번거로워도 역시 엎치락 뒤치락하며 앉으나 누우나 편치 않고, 배가 더부룩한 것 또한 전전반측碾轉反側, 좌와난녕坐卧難寧케 하므로 “심번心煩、복만腹滿,와기불안卧起不安”이라 했습니다. 이 때 중경은 무슨 방법을 썼을까요? 치자후박탕桅子厚朴湯입니다. 치자桅子로 가슴에 쌓인 열을 맑히고, 후박厚朴과 지실枳實로 기운을 흐르게 함으로써 더부룩한 것을 없앱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문제에 마음이 쓰이나요? 이 처방에는 두시豆豉를 쓰지 않았습니다. 왜 두시를 쓰지 않았을까요? 두시는 터뜨려서 흩어버리는 약입니다. 현재 화열이 이미 아래로 내려가 복부를 어지럽혀 기운을 시원하게 흐르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터뜨려 흩어서 위로 올리는 두시를 쓰지 않고, 치자를 써서 청열清熱하고 후박, 지실을 써서 행기소만行氣消滿합니다. 이상에서 이야기한 것은 치자시탕桅子豉汤 적응증의 일부 내용입니다. 시간관계로 우리가 이 허번증후虚煩證候에 대해 다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수업에서 이어서 강의한 뒤 모아서 허번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오늘 우리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