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강 마황탕의 적응증-5
또 다른 하나의 정황은 전한이해戰汗而解입니다. 전한은 환자가 땀이 나기 전에 먼저 추워서 떨다가 땀이 나는 것을 말합니다. 원래 줄곧 발열, 두동, 신통이 있다가 갑자기 떨게 되는 것으로 이것은 사기와 정기가 서로 다투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이렇게 추워 떨다가 다시 열이 나게 되는데, 이때의 발열은 정기가 힘을 내어 사기를 내쫓는 상황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발열한 뒤 바로 땀이 나고, 땀이 나면 열이 내리며 병이 곧 나을 때 이것을 전한작해戰汗作解라 부릅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뒤에 또 여러 번 이야기할텐데, 그 기전은 그 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래서 태양병자해太陽病自解에는 이 세 가지 정황이 있는 것입니다.
이제 태양상한이 코피로 풀리는 경우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첫째 정황은 상한이 오래되어 자뉵自衄으로 풀릴 수 있을 때 입니다.
둘째 정황은 상한이 오래도록 낫지 않아서 마황탕으로 땀을 내어 낫게 하려했는데 그런데도 땀은 안 나면서 오히려 코피가 나더니 낫는 경우입니다. 마황탕을 먹은 뒤에 땀은 안 나고 코피가 흐르면서 코피를 따라 두동, 신통이 가라앉고 열도 내리는 것이 뉵해衄解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황탕을 복용 후 땀이 나지 않고, 코피가 나고나서 열이 내리는 것을 후세의 의가들은 홍한紅汗 이라고도 했습니다. 또 이런 정황을 이뉵대한以衄代汗이라고도 했습니다. 이 뉵자는 과거에는 자전字典에서(nǜ)라고 읽었는데, 의학계와 일방인이 모두 niù라고 읽은 지가 오래되어 국가문자개혁위원회에서 이 글자를 niù로 읽을 수 있다고 승인했습니다. 여하튼 이것을 이뉵대한以衄代汗이라 부르는데, 코피가 나고 나서 열이 내렸으므로 다시 마황탕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마황탕을 쓰는 과정에서 환자가 코피를 흘리더라도 긴장하지 마세요. 이 경우는 거의 홍한입니다. 한汗과 혈血은 동원同源이라 사기가 땀이라는 통로로 체외로 배출될 수도 있고, 코피라는 길을 거쳐 몸 밖으로 내보낼 수도 있습니다.
이제 세 번째 정황입니다. 상한이 오래 되어 코피가 나긴 하는데, 한참에 걸쳐 한 방울씩 떨어지면서 시원하지 나오지 않는 경우로 이것은 땀을 낼 때 땀이 충분히 나지 않아서 사기를 완전히 풀어 없애기에는 모자란 경우와 같습니다. 코피가 나기는 하는데 한 방울씩 떨어져서, 나오는 듯도 하고 그친 듯도 합니다. 그쳤다고 보려니 종이로 닦으면 붉은 게 묻고, 나온다고 하려니 시원하게 흐르지 않는 것입니다. 비록 피가 조금 비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두통, 신동이 없어지지 않고 열도 아직 내리지 않은 상황이 땀을 내기는 했지만 충분히 내지 못하여 사기를 다 풀어내지 못한 때와 같습니다. 이런 정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황탕으로 땀을 내야 합니다. 왜냐하면 혈분으로 푸는 길이 막혔으므로 땀을 내어 푸는 방법으로 바꾸어 주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런 방법을 이한대뉵以汗代衄이라 합니다. 이들이 상한병의 과정에서 뉵혈이 나타날 수 있는 세 가지 정황입니다.
넷째 정황은 상한론 원문에서 언급되지는 않았는데 그것은 코피가 그치지 않으면서 열도 내려가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요? 이것은 상한뉵해가 아닙니다. 이것은 한사寒邪가 속으로 들어가 열로 변하고, 그 열사熱邪가 안쪽의 영혈營血로 들어가 열이 피를 제멋대로 흐르게 함으로써 생기는 증상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풍온병風温病”을 강의했을 때와 비슷한 경우입니다. ‘고열高熱한출汗出이열불퇴汗出而熱不退’가 풍온인데, 여기서는 ‘고열高熱비뉵鼻衄이열불퇴而熱不退’로 코피가 그치지 않으면서 열이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열이 영혈로 들어가,열이 박혈망행迫血妄行하게 한 것입니다.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코 마황탕을 다시 써서는 안됩니다. 서각지황탕犀角地黄湯과 같은 종류의 처방으로 피를 식혀 멈추게 해야 합니다. 상한병의 과정 중에서 코피가 나는 정황은 대체로 이 정도입니다.
이제 우리 교재에서 말하는 것이 우리가 모아서 정리한 것과 같은지 살펴보기로 합시다.
모두들 교재 28페이지를 펴서 원문 제46조를 보세요. “태양병, 맥부긴, 무한, 발열, 신동통 太陽病,脉浮緊,無汗,發熱,身疼痛,” 이것은 전형적인 태양상한표실증의 임상특징입니다. “팔구일불해八九日不解”는 병정이 이미 7일을 넘어 그 자연 병정이 지났다는 뜻이므로 우리는 “상한일구傷寒日久”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칠판의 판서)에서 상한일구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표증잉재, 차당발기한表證仍在,此當發其汗”이라 했습니다. 이렇게 땀을 내야 된다고 하고는 그 뒤에 “마황탕주지麻黄湯主之”라고 했습니다. 발한시킬 때 어떤 약을 써야 되나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말이 마황탕을 쓰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상한론의 아주 많은 조문들이 처방 이름을 가장 마지막에 두어 그 뒤로 이어서 처방의 약물구성을 써내리기 쉽도록 하는 방식을 갖추고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래서 중간에 두고 있는 한 단락의 말은 이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차당발기한此當發其汗”과 “마황탕주지,麻黄湯主之”의 중간에 나오는 그 구절을 봅시다. "복약이미제服藥已微除”는 마황탕을 먹은 뒤 표사, 표증이 조금 풀린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기인발번其人發煩”하며 “목명目瞑”했습니다. 여기서 번은 번열煩熱인데 명瞑은 무슨 뜻일까요. 명은 눈을 감는다는 뜻입니다. 왜 눈을 감죠? 그것은 어지럽고, 눈앞이 아뜩하기 때문입니다. 어지러운 사람은 대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데 눈을 뜨면 더 어지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서의 목명은 두훈목현頭暈目眩입니다. 이때의 번열煩熱, 목명目瞑은 정기와 사기가 다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으로 정기가 사기를 몰아내기 위하여 서로 다투는 것입니다. “극자필뉵劇者必衄”이니 답답하고 후끈거리며 어지러운 것이 한 걸음 더 심해지면 코피가 납니다. 이것은 정기와 사기가 다투어 정기가 사기를 몰아내는데 땀으로 바꾸어 내보낼 틈조차 없어 바로 직접 영분營分, 혈분血分으로 부터 코피라는 방식으로 밖으로 내보내게 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상황입니다. 땀으로 바꿀 수 있다면 땀이 나겠지만 지금 보다시피 정기와 사기가 다투면서 정기가 위로 치밀어 올라 두훈과 번열이 나타남으로써 사기를 땀으로 바꿀 겨를이 없는 탓에 직접 코피라는 방식으로 영분 중의 한사를, 영분 중의 사기를 몸밖으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극자필뉵, 뉵내해, 소이연자, 양기중고야.劇者必衄,衄乃解,所以然者,陽氣重故也。”왜 이런 정황이 나타나죠? 이는 양기가 한사에게 너무 세게 막혀 가두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간의 이 구절은 완전히 장중경이 병기를 해석하고 분석한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여기에서 말한 두 번째 정황입니다. 상한이 오래되어도 낫지않아 마황탕으로 땀을 내어 다스리려 했는데 땀은 안나도 코피가 나더니 나아버린 것입니다. 코피가 낫고 표증이 풀려버렸으므로 다시 땀을 내는 방법을 쓰면 안되고 또 쓸 필요도 없는 이런 경우를 이뉵대한以衄代汗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어릴 때 농촌에서 한동안 살았었는데, 그 곳은 그 때 무척 가난하여 우리 아버지께서 성내에 계시다가 한 번씩 우리를 보시러 시골로 내려오시면 감기로 열나고 머리 아픈 농민들이 아버지에게 진료를 받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어떤 농민을 진료하시고 처방을 내었는데 이 사람이 "학 선생님. 약을 살 돈이 없는데요."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약을 못 사면 어쩌나? 병을 치료해야 하는데.'하고 생각하는데 아버지께서는 젓가락 통에서 대나무 젓가락 한 쪽을 집어 들고는 칼로 끝을 뾰족하게 깎으시더니 환자의 콧구멍 안에다 넣고 가볍게 튕기자 코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뚝뚝 많은 피가 흐른 뒤 환자가 "시원하네요. 답답하지도 화끈거리지도 않는데요. 머리도 안 아프고 열도 내렸어요." 그 때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라 '어떻게 이런 치료법이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자란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내신 처방은 발한시켜 표사를 땀으로 풀어내는 약이었는데 환자가 약을 먹을 형편이 안 되었기 때문에 피를 흘리게 하여 사기를 직접 영분을 통하여, 혈분을 통하여 풀어낸 것으로 이것은 실제로 방혈료법放血療法의 하나였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자라서 약간의 의학적 이치를 알게 된 뒤 아버지에게 "제가 어릴 때 누가 감기로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난다고 하자 아버지가 젓가락으로 콧구멍을 찔러 피를 내신 적이 있었죠? 그건 어떻게 된 일이예요?"하고 여쭙자 아버지가 "그건 그 사람이 약살 돈이 없어서 내가 내영향内迎香을 찔러 비점막출혈鼻粘膜出血의 방식으로 표사表邪를 풀어냈던 것이야.“ 라고 하셨습니다. 이 사람이 우리 집 마당의 수채로 뛰어가 그 곳에 피를 흘리던 모습이 지금껏 생각날 정도로 내게 심각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생각해 봅시다. 요즘 성 안 사람들 같으면 이런 방법을 쓸 수도 없고, 환자가 쉬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이지만 그때 농촌에서는 확실히 쓸 수 있었던 유효한 방법이었습니다. 한혈동원汗血同源이므로 사기를 없애는 것도 똑 같습니다. 땀을 내도 사기를 없앨 수 있고, 피를 내도 사기를 없앨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방혈법放血法은 반드시 비점막鼻粘膜으로, 반드시 폐규肺竅인 코로 흘리도록 해야만 표사를 풀어 없앨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다리의 오금이나 팔오금의 정맥을 찔러 피를 낸다면 표사를 풀 수 있을까요? 고열은 내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비점막을 찌르는 것이 났습니다.
아래 제47조를 봅시다. “태양병, 맥부긴, 발열, 신무한, 자뉵자유. 太陽病,脉浮緊,發熱, 身無汗,自衄者愈。” 태양표증에 맥부긴, 발열, 무한이 있으면 이것도 전형적인 태양상한표실증입니다. 치료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비뉵鼻衄이 나타나고 “자뉵자유自衄者愈”란 것은 우리가 이야기했던 첫 번째 정황입니다. 보세요. 이것은 바로 상한이 오래되면 저절로 코피가 나면서 풀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게 바로 우리 강의의 첫 번째 정황인 것입니다.
아래의 제55조를 보겠습니다. “상한맥부긴, 불발한, 인치뉵자, 마황탕주지傷寒脉浮緊,不發汗,因致衄者,麻黄湯主之。” 제55조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한 세 번째 정황입니다. 상한이 오래되어 땀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환자 스스로는 땀을 내어 나을 수 있는 힘이 없는 경우이거나 아니면 의사가 땀을 내는 처방을 쓴 적이 없다든지 혹은 땀내는 처방을 썼는데도 환자가 땀이 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사기가 땀을 통하여서는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은 것인데 이때에 뉵혈이 나타났다는 말입니다. “불발한, 인치뉵자不發汗,因致衄者”인데 이미 코피가 났는데도 왜 아직 마황탕을 써야 할까요? 이에는 반드시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이때의 코피는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똑 똑 떨어져 피는 나지만 사기를 풀어 없애기에는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로 땀을 충분히 내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땀을 낼 때 “편신칩칩미사유한자익가遍身漐漐微似有汗者益佳”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범발한, 욕령수족구주, 칩칩연령일시간허. 凡發汗,欲令手足俱周,漐漐然令一時間許”라 하지 않았던가요? 이런 조건에 맞아야 땀이 충분히 났다고 할 수 있고 이래야 비로소 표사를 풀어 없앨 수 있는 것입니다. 만일 코끝에 땀 한 방울이 비쳤다거나 명치에 땀 한 방울이 맺혔다고 바로 이불을 걷어내 버린다면 땀이 더 날 수가 없게 되는데, 이것은 한출불투汗出不透 곧 땀을 충분히 흘리지 못했다고 하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열도 내리지 않고 표사를 풀어 없앨 수도 없게 됩니다. 지금 코피가 비치긴 하는데 반나절에 한 방울, 또 반나절에 한 방울 떨어져 시원스럽게 흐르지 않습니다. 이래서는 바로 땀을 시원스레 내지 못해서 사기를 풀어내기에 못 미치는 것처럼 표증이 그래도 남아있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때 피를 내야 할까요? 아니면 땀을 내야 할까요. 중경은 피를 내는 방법은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까 말한 피를 내는 방법은 민간에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나 쓰는 방법입니다. 중경은 무슨 방법을 썼나요? 그는 마황탕으로 땀을 냈습니다. 왜냐하면 피를 내는 이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면 나는 땀을 내는 이 방법을 쓰겠다고 생각하고 마황탕으로 땀을 낸 것입니다. 이것을 이한대뉵以汗代衄이라 부릅니다. 이제 마황탕의 적응증에 관해서 우리는 이만큼 이야기했습니다. 오늘날 임상에서 이렇게 코피가 흘러서 상한이 풀리는 현상을 그렇게 흔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무도 상한표실증에 걸린 채로 집안에서 7-8일을 참고 있지는 않습니다. 머리 아프고 몸통이 아픈 체로 7-8일을 참지 않습니다. 얼른 병원으로 가서 일찌감치 병의 발전을 막음으로써 병의 과정을 단축시킵니다. 그래서 코피를 흘려 상한이 풀어지는 정황이 드뭅니다. 병정도 매우 짧아지고, 약을 쓴 뒤로는 대개 땀으로 풀려버리기 때문에 코피로 풀리는 정황이 드문 것입니다. 다만 장중경의 시대에는 의사도 적고 약품도 모자랐기 때문에 이런 정황을 중경이 틀림없이 보았을 것이고 그래서 상한론에 썼을 것입니다. 우리가 상한론을 배울 때 그 기리機理와 그 현상들을 당연히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상으로 우리는 마황탕의 적응증을 모두 이야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