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상한이란 무엇인가?-1
一. 상한론傷寒論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장에서부터 우리는 상한잡병론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해 토론해 보고자 하는데, 이 문제들을 토론하기 전에 먼저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나는 이 문제들을 론제论题와 서명书名을 통해 풀어보려고 한다.
1.상한伤寒은 무엇인가?
상한은 우리가 토론하려고 하는 이 책의 핵심이므로 그 품고 있는 뜻을 명백하게 알아 두어야 한다. 상한이란 개념을 소문 열론속에서는 "今夫热病者,皆伤寒之类也"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는 상한의 매우 뚜렷한 특징 하나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발열发热이란 특징이다. 모든 발열성의 질병 곧 발열하는 특징을 가진 모든 질병은 상한의 범위에 속한다.
내경이 내린 이 상한에 대한 정의는 가장 기본적인 관점으로 본 정의이지만 이를 널리 펼치게되면 오히려 일반화되어 버려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난경에 이르러서는 더욱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게 되어 난경 오십팔난難經 五十八難에 "伤寒有五,有中风,有伤寒,有湿温,有热病 ,有温病"라고 하였다. 난경의 이 정의는 이 발열 특징을 가진 상한은 다섯 가지 질병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그 다섯이 바로 중풍, 상한, 습온, 열병, 온병이라고 한 것이다. 약간의 임상경험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난경의 상한에 대한 정의가 확실히 매우 구체적으로, 임상에서 보이는 발열성 질병의 대부분을 이 질병들 속에 나타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상한을 연구하려면 반드시 위에 말한 다섯 종류의 질병을 고려하여야 한다.
그 밖에 주의가 필요한 문제는 바로 난경 중에서 말해진 두 개의 상한인데, 첫번째 상한은 당연히 모든 것을 아우른 의미의 상한으로 소문 열론素問 熱論에서 말한 상한이며 현재 교재에서 광의廣義의 상한이라 부르고 있으며, 뒤의 상한은 나누어진 다섯 중의 하나로 협의狹義의 상한으로 불린다. 우리가 토론하고자 하는 론제와 서명이 의미하는 상한은 당연히 첫번째 의미를 가진 상한이므로 이것을 혼동하면 안된다. 이 문제를 확실히 알고 나면 우리는 장중경이 한에 치우쳐 말한 것이 아니라 습온, 열병, 온병도 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잡병雜病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상한이 상한론 혹은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으로 불리는 책의 날줄이라면 이 책의 씨줄은 잡병이다. 잡병은 상한과 견주어 지는데 어떤 뜻을 가지고 있나? 여기에서 먼저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때의 이야기 하나를 해 보겠다.
문화대혁명 때 왕홍문王洪文이 당의 부주석과 군사위원회의 부주석이 되었지만 모두들 그가 하나의 들러리일 뿐 무슨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한번은 당시 부총리였던 등소평이 왕홍문에게 중국에 얼마나 많은 화장실이 있는지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왕부주석은 이 물음을 듣고 멍해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조사해 본 것도 아닌데. 모주석毛主席도 조사해 보지 않았다면 발언권도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난처한 장면을 본 총리가 옆에서 이 상황을 풀어주려고 거들었다. “이 문제는 조사해 볼 필요도 없소. 중국에는 두 개의 화장실만 있소. 하나는 남자 화장실이고 또 하나는 여자 화장실이지.”
이 말은 비록 우스개삼아 한 말이지만 깊은 이치를 담고 있다. 상한과 잡병의 개념과 연계해 보았을 때 우리가 만약 발열이라는 관점에서 세상의 모든 질병을 보면 천하의 질병이 두 종류에 지나지 않는데 하나는 발열특징을 가진 질병이고, 하나는 이런 특징을 가지지 않은 질병이다. 세상 모든 병들이 열이 나던지 열이 안 나던지 한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 열이 나는 질병은 상한이라 했으니 열이 나지 않는 질병은 잡병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하나는 상한, 하나는 잡병이라 하여 천하의 모든 질병을 망라한 것이 바로 상한과 잡병의 진실한 의미이다.
앞의 이러한 의미를 깨닫고 나면 여러 가지 걱정들이 풀린다. 과거 우리들은 늘 ‘상한만 공부한다는 것이 너무 한 곳에 몰린 공부는 아닐까? 상한만 공부하면 외감만 치료할 줄 알고 내상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상한만 치료할 줄 알고 온병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혹은 내과만 치료할 줄 알고 다른 각 과의 질병은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라고 걱정해 왔다. 이제 우리는 상한잡병론이 어떤 책인지 알게 되었고, 그 연구 범위를 알게 되었다. 이런 문제들이 분명해지고 난 뒤에 어떻게 위에 늘어놓았던 걱정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래서 고전을 읽을 때는 책의 이름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3.론論이란 무엇인가?
책 이름의 마지막 글자는 ‘론’인데 여러분은 이 글자를 얕봐서는 안 된다. 론은 고대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경經에 대응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려면 경이 무엇인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경’은 무엇인가? 경은 바로 경전이다. 한의학에는 한의학의 경전이 있고, 도가道家에는 도가의 경전이 있으며, 불가佛家에는 불가의 경전이 있다. 이 경전이란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흔히 하나의 학문 속에서 가장 권위를 가지고 있는 존재로 경전이 나타난 시대는 그 학문이 가장 성숙되었던 때이다. 이는 현대과학의 발전 양식과는 다른 것으로, 경전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 학문을 배우려면 반드시 여기에 기대야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앞에서 토론한 바 있다. 경전의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그 저자이다. 경전의 저자는 매우 비중이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 불가에서는 석가모니가 강술한 그런 저작들만이 경이라 불릴 수 있고 후세에 쓰인 저술들은 모두 경이라 부르지 않는다. 유가에서도 이와 같아서 공자의 저술이나, 공자가 글을 다듬어 간추린 시詩, 서書, 예禮, 역易 만 경으로 불리며, 후세에 쓰인 저작들은 경이라 부를 수 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경전 저자가 모두 그 학문의 창시자이고 그들의 손이 간 것만을 경이라 부르는 특성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창시자를 성인이라고도 하는데 유가에서는 공자만을 성인이라고 부르고 있다. 공자는 또 ‘대성지성선사大成至聖先師’라고도 불리는데 공자 이후의 사람들은 모두 성인이라고 불릴 조건을 갖추지 못하여 높여 불러도 아성亞聖 혹은 후성後聖 정도로 불렸다. 이는 성인에 버금간다거나 성인의 뒤에 나타난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던 이런 성인, 이런 경전의 작자가 죽은 뒤 후세 사람들은 이 경전을 설명하여 밝히고, 그 뜻을 드러내는 저서를 짓게 될 때는 이런 저술을 론論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론은 경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경이 없으면 론도 없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이 책을 론이라고 이름붙인 것을 보면 이 책이 경전을 설명하여 뜻을 밝히고 드러내는 책인 것을 알 수 있다.
앞에 말한 이런 관계를 확실히 알고 나면 우리 한의학계에서 이상한 현상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론의 저자를 의성이라 하면서 도리어 경을 지은 황제, 기백은 성으로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당연히 그 나름대로의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장중경이 한의학에 끼친 공로가 너무 크기 때문으로, 그는 위험한 어려움 속에서 한의학을 구해 내어 한의학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수 있도록 한 분으로 지울 수 없는 공적을 남겼다. 바로 장중경의 이런 공적이 그를 성인으로 떠받들게 하고, 그의 론도 경전의 반열로 올려놓은 것이다. 다만 장중경 스스로는 매우 겸허하여 그의 저서를 상한잡병경이라 하지 않았는데 이 점은 후세의 황보밀皇甫謐-갑을경甲乙經-이나 장개빈張介賓-류경類經-에 비유할 때 훨씬 뛰어난 점이다.
-역자주;류경은 내경을 좀 더 쉽게 알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내경에서 같은 맥락을 가진 조문들을 모아 편장篇章을 따로 나누어 놓았다는 의미라 생각되므로 독자들이 짐작하라.
경론經論과 관계된 앞의 의미를 우리는 또 하나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것은 ‘체體’와 ‘용用’이다. 경은 도道의 체이고, 론은 도의 용으로 경은 체를 말했고, 론은 용을 밝힌 것이다. 체가 없으면 안 되는데 만약 우리가 건강한 몸이 없으면 모든 이상理想들이 헛것이 되고 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체는 기초로 없어서는 안 된다. 용도 매우 중요한데 체는 있으되 용이 없다면 이 몸체가 가진 의의를 어떻게 드러낼 수 있겠는가? 우리가 건강한 몸만 가지고 써먹지 않는다면 이 몸체가 무슨 존재의의가 있겠는가? 그냥 가죽 주머니일 뿐이다.
그래서 체와 용은 경과 론에서의 관계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의학을 잘 배우려면 경전도 반드시 읽어야 하고, 론 또한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상한잡병론은 어떤가? 이 책은 경의 일면도 갖고 있고, 론의 일면도 갖추어 체도 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용도 밝히고 있다. 이런 저작을 여러분은 읽어야 할까, 읽지 말아야 할까? 이 책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야 할까, 그러지 말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