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한의학의 학습과 연구-1
一.정확한 인식을 갖자
1.이론 인식의 중요성
한의학에 대한 신념과 열정은 자연스럽게 한의학의 흥망이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느껴지게 만들었고 남에게 미룰 수 만은 없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하였다.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이런 일종의 사명감과 책임감에서 나온 것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한의학이 마주하고 있는약간의 문제들 특히 인식상의 문제들을 적절하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을 쓰는 데 10년에 가까운 자료수집과 거듭되는 생각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준비가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쓰려고 하자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엉켜있는 많은 한의학의 문제들이 어느 것이 더욱 중요하고 어느 것이 더 핵심적인가?
한의학은 만성병을 치료하는 것으로 보통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실정인데, 혹 어떤 사람은 양의가 나타난 증상을 위주로 치료하는 반면에 한의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치료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근본적인 것을 치료하는 것인가? 현실에서는 큰 병이나 심한 병일 때 양의학으로 여러 번의 위중한 응급상황을 넘기고 난 뒤에야 한의사가 마지막 정리를 하고 한의학으로 조섭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심하게 말하면 한의학은 죽을 위험이 없는 일부분의 병을 치료할 뿐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일부 사람들의 눈에는 한의사가 새벽을 알리는 수탉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네가 울어도 날은 밝아오고, 네가 울지 않아도 날이 밝지 않는가? 과연 이런 모습이 한의학의 전부를 나타내는 것일까? 나는 먼저 이런 인식문제를 해결하고 싶은데, 이것이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1) 현재 한의학이 처한 상황
사람들이 앞에서 말한 이 같은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은 결코 우연도 아니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대개의 한의대 졸업생들은 내게 와서 자기가 겪은 경험담을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 중 매우 많은 한의사들이 하나의 공통된 느낌을 말하고 있는데, 대학에서 배우는 4년 동안-우리나라에서는 6년 과정-은 한의학의 이론을 굳게 믿으며 열정적으로 탐구하면서 졸업 후에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목마르게 기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습 일년 을 거치면서 대개는 거의 철저하게 절망하게 되어 한의학에 대한 열정도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중 매우 중요한 하나는 바로 그들이 임상에서 본 한의학이 그들이 원래 상상했던 한의학이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방전문병원으로 오는 환자들은 주로 어느 특정한 질병들에 몰려 있어 다양하지 못하고, 응급상황의 환자는 매우 드물었으며, 한의과가 설치된 양방병원에서는 한의사가 침과 뜸을 주로 하면서 양의사의 치다꺼리나 하는 거의 하나의 장식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도 (중국에서 양한방을 같이 배우면서 전공을 한의학으로 하는 경우를 말함-역자 주) 한의학을 믿지 못하고 약간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기만 해도 바로 양약을 쓰거나 양방의 매뉴얼에 한약을 섞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말 한의학만으로 치료하려는 진정한 한의사는 제도상으로도보장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내가 막 졸업했을 때 한 한방병원에서 임상을 하게 되었는데 이 한방병원에는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한방치료를 사흘간 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양약을 써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이 있었다. 한방병원에서도 이런 규정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가 없다. 왜 한방병원에서 양약을 사흘간 써도 열이 안 내릴 때 한약을 써야 된다고 규정하지는 않는가? 한의학이 이런 지경에 까지 떨어지게 된 것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막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가 출산 전에 직접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나를 찾아왔다. 그녀가 임신 7개월이 됐을 때 과로로 배가 아프면서 아래로 피가 비치는 유산전조증상이 나타나게 되었었다. 일주일 동안의 양방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았고 또 이 환자가 전에도 유산한 경험이 있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뒤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나에게 진료받으러 왔는데, 혀를 살펴보고 진맥을 한 뒤 황기건중탕黄茋建中湯을 처방해 주었다. 하루 복약 후에 출혈이 줄어들었고 사흘을 약을 복용한 뒤에는 복통과 출혈이 모두 그치면서 밥 맛도 매우 좋아졌다. 한방치료를 시작한 뒤에 그녀가 북쪽지방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로 말씀 드렸더니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 어머니가 했던 바로 첫마디가 “한방으로 되겠니?” 였다고 한다. 환자 모친의 이 같은 염려는 일반 국민들이 한의학을 보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올 5월에 한의학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한의학의 학습과 연구를 약설略说함”이란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발표 뒤 참가한 박사 한 분이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 왔다. 그는 내가 요즘과 같은 시대에 이런 열정을 가지고 경전을 연구하고 그 가치를 알리려는 데에 대해 감탄하면서도 나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그들 한의학박사 사이에는 이미 경전을 연구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만일 어느 박사의 책상에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도 놓여 있으면 우스갯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박사들의 책상머리에는 도대체 어떤 책이 있는가? 모두 분자생물학과 같은 현대서적일 뿐이라는 것이다.
박사라는 이 무리들은 지식 수준이 높은 집단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어깨에 한의현대화의 사명을 지고 있으므로 이런 현대서적을 읽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 때문에 한의학서적 특히 경전적인 서적을 읽으려고 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답은 하나뿐이다. 그들 눈에는 한의학이 시원치 않고, 경전도 그저 그럴 뿐으로 무어 별 다른 가치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앞에 말한 여러 문제들과 비교해 볼 때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보인다. 모두 알고 있듯이 박사라는 집단은 앞으로 금방 자연스럽게 한의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지도자, 정책입안자가 될 것이 분명한데 이런 사람들이 행정을 담당할 때 한의학은 어떤 모양이 될 것인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나는 그래서 바로 우리들이 지금 보고 있는 한의사가, 지금 알고 있는 한의학이 진정한 한의학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들이 지금 각종 병 의원에서 보고 있는 이런 한의사들의 수준이 한의학의 진정한 수준을 대표할 수 있는가? 한의학의 진정한 수준은 어디에 있나? 한의학의 최정상은 어느 시대에 있다고 보는가? 현대인가, 아니면 고대인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한의학에 대해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된다. 만약 진정한 한의학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바로 지금 이러한 모양이라면 우리들이 그래도 시간을 들여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일까? 평생의 정력을 기울여 연구하고 실천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가장 먼저 앞장서서 한의학을 배우고 연구하고 실천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바로 나일 것이다! 하필 이런 꽉 막힌 골목 속에 스스로를 처박을 필요가 있나? 숱한 노력을 기울여도 조연에 불과할 뿐인 것을. 내가 먼저 “정확한 인식을 갖자”라는 이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람들이 현재 당면한 이 국면에 현혹당함으로써 한의학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