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강 상한론을 배우는 방법과 태도1-3
30년 전에 나는 동직문의원에서 주원의사住院醫師Resident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나는 내가 내린 처방의 효과가 좋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래서 원장에게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경험 많은 의사 분들이 불러주시는 처방을 받아쓰기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 때 동직문의원의 노선배님들의 모든 처방을 내가 받아 썼습 니다.
그즈음 하루는 송효지宋孝志 선생님의 처방을 받아 적고 있었는 데, 과민성효천過敏性哮喘을 앓고 있는 환자 한 분이 오셨습니다. 그의 효천은 매 년 오일절五一節(5월 1일)에 발작을 시작하여 국경절國慶節 (10월 1일)이 되면 그치고 다시 재발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발작하지 않고, 여름에만 발작하는 거지요. 오월 일일에서 시월 일일까지의 이 기간 동안 급성으로 발작할 때는 양의에게 가서 양방치료로 가라앉히든지 한의에게 보여 증상을 주저앉히든지 했지만 천식발작을 막을 수는 없었는데 이런 반복 발작이 2-3년을 끌고 있었습니다. 송 선생님이 보시고 “이 병에 어떻게 걸리게 되셨죠?”고 물으시자 그 환자가 “아이고, 말도 마세요.”하고는 병에 걸리게 된 내력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는 통현通縣의 농민이었는데 삼 년 전 오일노동절 행 사에 참여하러 일찍 출발했습니다. 그 때 행사하러 갈 때는 지금부 터 30년 전이라 차를 타고 갈 수 있던 때가 아니어서 통현에서 천안문 광장까지 걸어갔는데 그러려면 대개 전날 밤11시에 집합하기 시작하여 자정에 출발해야만 했답니다. 그가 천안문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었는데 오일절 때는 북경의 날씨가 매우 뜨거울 때이므로 너무 더워 지쳤고 목이 말랐습니다. 그 때 대유행大游行(행사이름)의 시기가 되면 장안가長安街 양쪽과 천안문 광장에 임시로 상수도가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너무 덥고, 목이 마른데다가 한창 젊었을 때라 상수도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찬물을 벌컥벌컥 아주 많이 들이키고는 가지고 온 유병油餠을 품에서 꺼내어 배가 그득하도록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유행游行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숨이 차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매 년 오일절이 되면 숨이 차기 시작하여 국경절이 되어서야 그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송 선생님께서 병정病情을 다 듣고 난 뒤 설상舌象과 맥상脈象을 살피시고 처방을 내셨는데, 초산치焦山梔15g 담두시淡豆豉15g 이었습니다. 환자가 이 처방을 받아들고는 “의사선생님. 제가 당신네 병원에서 2-3년 치료를 받았는데, 어떤 의사선생님도 이렇게 약 종류가 적은 처방을 내 주신 분이 없었습니다. 이래서 나을까요? 제가 지듬 숨이 엄청나게 찹니다.” 우리 송 선생님은 처방을 바꾸신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송 선생님은 그저 “가서 드셔보세요. 가서 드셔 보세요.”하면서 7첩을 처방했습니다.
조금 있다가 약을 지은 환자가 다시 찾아와서 두 손가락으로 약 꾸러미를 들고서는 “한 첩이 이렇게 작은데, 선생님! 이 일곱 봉지 찻잎으로 병이 치료될까요?” 그 모습이 나에게 너무나 인상깊이 남았습니다. 송 선생님은 태연히 말했습니다. “드셔보세요, 드셔보 세요.”환자는 다시 나갔습니다. 의심스러워진 내가 송 선생님에게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생님. 치자시탕梔子豉湯은 상한론에서 열요흉격증熱擾胸膈證으로 생긴 심번心煩을 치료하는 처방인데 이 두 가지 약물만으로 천을 치료하기에는 모자란 게 아닐까요?" 선생님은 옳다 그르다 아무 답을 주시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 환자가 와서 말하기를 “선생님. 이 약을 먹었더니 숨은 아직 찬데, 가슴은 시원해졌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는 원래 진찰받 을 때 심번心煩-마음이 어수선하고 갑갑함-이라고는 하지 않았고 다만 흉민별기胸悯憋氣-가슴이 답답하여 숨쉬기가 힘듦-라고 했을 뿐이었습니다. 그의 가슴이 조금 시원해 졌다는 말은 별기의 정도 가 비교적 가벼워졌다는 말이며, 숨찬 정도는 과거에 천식이 발작 할 때는 약을 뿜어 낼 정도였지만 지금은 조금 참으면 뿜어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두 번째 주도, 세 번째 주도 계속 약을 지어 갔는데 그 뒤로 환자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효과가 어땠었는지는 나도 자세히 알 수가 없었죠.
대개 일 년 이상 지난 뒤 그 환자를 바로 이 병원 복도에서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적은 양의 두 가지 약으로 천喘 을 치료한 결과가 매우 궁금했을 뿐 아니라 환자가 그 뒤로 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낫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환자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전에 숨차 하던 그 환자분이죠?” 물었더니 그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 번에는 무슨 병환으로 오셨어요?” 했더니 이번에는 이런저런 다른 병을 치료하러 왔다고 다른 병명을 댔는데 무슨 병인지는 내가 지금은 잊어버렸습니다. “천증喘證은 어때요?” “좋아졌어요.” “누가 치료 했나요?” “선생님이 치료했잖아요. 당신이 송 선생님이 불러 주신 처방을 받아썼잖아요. 바로 그 일곱 포의 찻잎 같은 거.” “ 얼마나 오랜 동안 드셨나요?” “내가 나중에는 선생님들에게 치료 받으러 못 갔어요. 이 약을 먹으니까 좋은데 북경으로 올 겨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그 처방 그대로 두 달 반 동안 약을 지어 먹었더니 그 뒤로 숨찬 증상이 없어졌어요. 보세요. 올 해도 아직 여름이지만 숨차지 않잖아요.”
내가 이 소식을 듣고서 송 노선생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선생님! 우리가 이 삼 년 전 봤던 효천환자 생각나세요? 그 때 썼던 치자시탕이 어떻게 효천哮喘을 치료할 수 있었죠? 어찌된 까닭인지 가르쳐 주세요. 저 같으면 서슴없이 선폐평천약宣肺平喘药을 쏟아 부었을 텐데, 선생님은 어 째서 치자梔子하고 두시豆豉로 흉중胸中의 울열鬱熱을 청선淸宣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송노宋老는 그 때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치자시탕梔子豉湯이 천喘을 치료한다는 문헌이 아무데도 없는 것은 맞아. 그렇지만 치자시탕이 무엇을 치료하나. 울열이 남아 흉격胸膈이 불편한 것을 치료하잖아? 울열로 흉격이 불편할 때 열이 심신心神을 어지럽혀 심번心煩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지만 만약 이 때 열이 폐를 어지럽히면 천喘이 생기지 않을까?”“그럴 수도 있겠지요. ”“학선생! 그 환자가 어쩌다 그런 병에 걸리게 됐는지 기억 하시지? 원래는 천식이 없었는데 덥고, 피로하고, 목이 말랐을 때 찬 물을 벌컥벌컥 많이 들이켜고, 식은 유병油餅을 허겁지겁 적지 아니 먹어 열이 흉격에 울체된 것인데, 그가 말한 증상이 번煩이 아니라 천喘이었던 거지.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흉격의 울열을 빼 내어 없애려면 치자시탕을 쓸 수 밖에 없지 않겠어?” 보세요! 이것 이 바로 병기를 파악하여 처방을 쓰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여기 서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새로운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지지 않나 요? 이런 사로思路가 어디서 왔을까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선 생님은 이런 사고방식을 어디에서 배우셨나요?" "상한론이지!"
그 뒤로 나는 상한론 속의 글자 속, 글 줄 사이에서 상한론에서 처방을 쓴 사로를 살피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상한론 156조에 "본이하지, 고심하비本以下之故心下痞”라고 했습 니다. 본本이란 원래란 말로 원래 하법下法을 썼었는데 그로 인해 심하비心下痞가 생겼다는 것입니다. “여사심탕與瀉心湯”, 심하비가 있으면 당연히 사심탕을 줍니다. 그랬지만 결과는 “비불해痞不解” 가 되었습니다. 사심탕을 먹은 뒤에도 심하가 막히면서 부듯해 오르는 증상이 없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그 뒤로 “기인갈이구조번, 소변불리자, 오령산주지其人渴而口燥煩,小便不利者,五苓散主之" 라 하 였습니다. 다시 환자를 보니 심하비 증상 외에 구갈口渴, 구조口燥, 심번心煩이 있으면서 소변불리小便不利증상도 생긴 겁니다. 이래서 비로소 심하비가 생긴 원인이 하초에 축수畜水가 있어 수사水邪가 상역上逆함으로써 중초中焦의 기기氣機-기운의 흐름-를 막아서 기 가 지체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오령산 五苓散을 썼는데, 오령산이 외소내리外疏内利-밖으로는 막힌 것을 풀고 안으로는 수사를 내보냄-함으로써 방광의 기화를 촉진하여 정상으로 회복시킨 것입니다. 수사가 없어지면 당연히 중초기기의 옹체된 느낌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심하비는 오령산증으로 보면 오령산의 주된 증상이 아닙니다. 오령산의 주증은 무엇인가요? 구갈, 소갈, 갈욕음수, 소변불리, 소변소, 소복고리급口渴,消渴,渴欲饮水,小便不利,小便少, 小腹苦裏急에 더하여 맥부, 맥부삭, 신미열脈浮,脈浮数,身微热과 같은 표증이 있는 것이 오령산증五苓散證의 주증입니다. 하초下焦가 불리不利하여 수사水邪가 위로 거슬러 올라왔을 때 중초의 기 운 흐름을 막아서 심하비가 같이 나타날 수는 있습니다. 비록 이 심하비란 증상이 오령산의 주증은 아니지만 환자에게는 다른 증상 보다도 가장 견디기 힘들고 아픈 주소증상입니다. 그래서 환자는 “선생님 제가 여기가 답답하고 막힌 것 같습니다.”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바로 여러분에게 진료받으러 왔다고 생각해 보세요.
내가 임상에서 만난 한 환자가 "선생님, 저는 여기가 막혀서 밥이 안 넘어가는데, 밥을 안 먹어도 막힌 것 같고 약간만 먹어도 배가 바로 불러와요. 치료하러 다닌 지도 벌써 몇 개월이 되었는 데요.“라고 하더군요. 내가 그의 병력을 보니 몇 개 병원의 한의사들이 보고는 모두 화위和胃하거나, 강역降逆하는 처방을 썼더군요. 내가 보고 처방했더라도 그런 정도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왜 이런 처방들을 썼는데도 효과가 없었을까?‘하고 생각하면서 자세히 물어보았습니다. "물 많이 드세요?" "입이 늘 말라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에요." "소변은 많이 보나요? " "소변은 많이 보지 않아요, 물 마시는 거로 보아서는 상대적으로 소변은 많이 안 보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리를 보았더니 약간의 수종이 있더군요. "이 병이 먼저 위胃가 막힌 듯하더니 아랫배가 점점 불러오면서 딱딱해져 갔는데, 이처럼 딱딱해진 뒤로는 밥을 전혀 먹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내가 "알았습니다. 이뇨하는 처방을 한 번 써 보죠." 하고는 오령산 원방을 쓰면서 "먼저 사흘 분을 드릴 테니 한 번 써 보시죠."라고 했습니다. 사흘 분을 먹고 나서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학 교수님. -그는 전에 내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불렀던 것입니다. - 그 처방 정말 신통하던데요. 먹고 났더니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고 갈증도 차츰차츰 덜해졌어요. 그 뒤로 제 이 딱딱하고 막히는 듯하던 그 느낌이 점점 풀리면서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지금은 배꼽 아래가 좀 딱딱하고 막히는 듯하기는 해요. 어떻게 잇달아서 먹을까 요? 어떻게 할까요?" 그는 윗부분은 완전히 통했다고 했습니다. 내가 계속 복용하라고 해서 또 사흘 분을 먹더니 아래 위가 확 뚫려 위장이 더 이상 막히고 답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한 조문은 우리에게 어떤 사로를 보여주나요? 부증副證 을 파악하라는 것입니다. 보세요. 이 환자가 왔을 때 "본이하지, 고심하비,여사심탕本以下之故心下痞 與瀉心湯”이었던 것입니다. 환자의 주소증이 심하비였으므로 여러 의사들이 일반적인 치료법대로 심하비를 치료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병기病機인 가, 어떤 원인으로 심하비가 되었나를 다시 자세히 살피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과부증, 겸구병본抓副証,兼求病本”-부증을 파악 하고 아울러 병의 근본을 찾아낸다-이라는 것입니다.
때로는 상한론 중 하나의 방증方證의 부차적인 증상이 어떤 환자에게서는 구체적으로 주증의 위치로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