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육경변증에 관한 몇 가지 문제-5
육경병증에 관해서 가장 마지막 문제인 육경변증六經辨證과 기타변증의 관계들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한의학이 오늘날까지 발전해 오면서 팔강변증 八綱辨證, 장부경락변증臟腑經絡辨證, 기혈진액변증氣血津液辨證, 병인변증病因辨證,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 삼초변증三焦辨證 등등과 같이 많은 다른 변증 방법들이 만들어 졌는데, 육경변증과 이런 변증방법들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팔강변증은 변증하는 큰 지도원칙으로, 이는 육경변증에서 귀납되어 나온 변증방법이자 사고방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육경변증으로 보자면 태양병은 표증 表證이 많고, 양명과 삼음병은 리증裏證이 많은데, 그래서 표리表裏를 변증하여 나누는 문제가 됩니다. 육경변증에서 삼양병은 양증陽證이 많고, 삼음병은 음증陰證이 많은데 이는 음양으로 나누는 분류입니다. 육경변증에서 삼양병은 실증이 많아서 예를 들자면 태양방광太陽膀胱의 축혈蓄血, 축수蓄水는 실증이며, 양명부실陽明腑實 도 실증입니다. 삼음병에서 태음병, 소음병은 허한증虛寒證이 많으니 이는 실實과 허虛의 문제이자, 한寒과 열熱의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팔강변증은 후세 의가들이 육경변증 중에서 간추려 내어 변증하는 하나의 커다란 지도 원칙으로 만든 것입니다. 팔강변증의 결점은 임상에서 처방하는데 지침으로 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 증상을 표증, 혹은 리증으로 변증하였는데 그 다음에 어떤 처방을 써야 할까요? 그리고 표한表寒일까요 아니면 표열表熱일까요? 중풍中風일까요 아니면 상한傷寒일까요? 그래서 팔강변증은 바로 처방을 쓰도록 직접적으로 가르쳐 줄 수가 없습니다. 우리 유도주스승님께서는 이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비유 를 드셨습니다. 우편집배원이 편지를 배달하는 것으로 비유하셨는데, 팔강변증은 어느 거리에 있다는 것만 알려주고 번지수는 알려 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편지를 받을 사람에게 전해 주려면 반드시 번지수를 알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육경변증은 번지수를 분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은 태양 상한표실증太陽傷寒表實證이므로 마황탕麻黃湯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분명히 알려 주고 또 저것은 양명부실증陽明腑實證인데 열이 왕성한 것이 주가 되는데, 부기腑氣가 시원하게 뚫리지 않아서 아직 회복되지 못하는 증후이므로 조위승기탕調胃承氣湯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팔강변증은 증상 을 크게 나누는 방법의 하나일 뿐이어서 임상에서 구체적인 처방을 쓰도록 지도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장부경락변증은 후세의가들이 귀납하여 모두를 뭉뚱그려 내린 일종의 변증방법인 데 장부마다, 경락마다 출현할 수 있는 한열허실을 모두 나열해 여러분 앞에 늘어 놓은 것입니다. 후세의가들이 귀납한 경락변증 중에 일부분의 내용은 상한론의 경증經證에서 나온 것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경이 사기邪氣에 감수된 뒤 두항강통 頭項强痛 혹 항배강긴긴項背强几几-혹은 수수, 기기로 읽기도 함-이 나타나는데, 이 는 후세 경락변증 중에서는 태양경의 증후입니다. 상한론 중에 양명경이 사기를 받 았을 때 액두동통額頭疼痛, 연연면적緣緣面赤, 목통비간目痛鼻乾, 야와불녕夜臥不寧 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후세 경락변증 중에서는 양명경맥의 증후로 변합니다. 상한론 속에서 말한 소양병에 목적이농目赤耳聾, 흉협번민胸脇煩悶, 편두통偏頭痛 증상이 있는데, 이것이 후세 경락변증 중에서는 소양경 증후의 일부분으로 표현되 고 있습니다. 상한론 중에 궐음경이 사기를 받아 나타나는 간구乾嘔, 토연말吐涎沫, 두통頭痛 증상은 오수유탕으로 치료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간계통이 허한 虛寒하여 탁음濁陰이 풀리지 못하고 경락을 따라 위로 올라가 청규淸竅를 어지럽힘으로써 전정통巔頂痛이 나타나는 것으로 후세 경락변증에서는 전정동통이 궐음경 경맥 변증의 한 항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후세의 장부변증은 장부에서 출현 가능한 한열허실寒熱虛實의 여러 증후들을 모두 나열하여 놓은 것이므로 상한론 중에 장부병증臟腑病證에 관한 부분은 당연히 장부 변증臟腑辨證 중의 한 항목으로 귀속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방광의 병증에서 방광기화불리氣化不利하면 소변불리小便不利, 소변소小便少, 소복고리급少腹苦裏急, 갈욕음수渴欲飮水, 소갈消渴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후세의가들은 이들을 방광기화 불리 한 기분증氣分證으로 보고 있어 이는 태양방광의 축수증도 포괄할 수 있습니다. 또 표한表寒이 열熱로 변하여 경經을 따라 리裏로 들어가면 방광에 혈결血結할 수 있어 소복경만少腹硬滿하며 혹은 소복급결少腹急結하고 기인여광其人如狂하거나, 혹은 기인발광其人發狂하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상한론에서는 태양축혈증이라 하지만, 장부경락변증 중 방광부증膀胱腑證 중에서도 이런 방광축혈증膀胱蓄血證이 있어 장부변증 중 방광변증의 한 증후인 혈열호결血熱互結에 넣어 놓았습니다.
장부변증과 육경변증 사이는 이런 관계인 것입니다. 육경변증의 경락변증은 후세 경락변증에 자료를 제공하고, 육경변증 중의 장부변증은 후세의 장부변증 에 기본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만 이 둘이 완전히 육경변증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특히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상한론 중의 육경변증은 장중경이 임상한 객관적 실제에 근거하여 한 조문 한 조문 병례들을 늘어놓은 뒤 분류한 것으로 그가 쓴 내용은 모두 임상에서 볼 수 있으나, 후세의가들 그들의 장부경락 변증은 모두 임상실제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방 안에 앉아 수많은 자료를 분석한 뒤 그의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만든 것입니다. 각 장부에 모두 한, 열, 허, 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각 장부의 한열허실에 각각 어떤 처방을 써야 할까? 하고 추정해 서 나열해 놓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 임상에서 늘 쓰는 장부경락변증은 그 속의 일부 내용이 실제로 육경변증과 관련이 있습니다.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질병의 양상이 변함에 따라 현재는 온열병이 비교적 많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명. 청 이후에 와서는 사람들이 상한론의 일부 처방들을 그대로 썼을 때 임상에서 일부 외감병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가 좋지 못함을 발견하고 점점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 및 삼초변증三焦辨證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는 위기영혈변증으로는 주로 온열병溫熱病을 변별辨別하고, 삼초변증으로는 주로 습열병濕熱病을 변별하며, 육경변증으로는 주로 풍한사기가 사람의 양기를 상한 병변을 변별합니다. 이 세 종류의 변증방법을 배우면 바로 모든 외감병을 변별할 수 있는 변증방법을 배우는 것이 됩니다. 육경변증에 관한 약간의 문제들은 이 정도로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실제로 또 다른 많은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원문을 강의할 때 자세히 해석해 드리도록 하고 오늘 강의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