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육경변증에 관한 몇 가지 문제-4
후세 의사들이 육경 사이의 전경傳經에 관하여 많은 술어들을 내 놓았는데, 예를 들면 순경전循經傳, 월경전越經傳, 표리전表裏傳, 부처전夫妻傳 등등입니다. 이른바 순경전은 우리 경락학설에서 말한 순서대로 먼저 수태음폐경에서 수양명대장경으로 갔다가 그 뒤 족양명위경으로 해서 족태음비경으로 가는 그러한 경기유주經氣流注 순서로 전도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경전循經傳이란 상한론을 지을 때 쓴 육경병의 순서 곧 태양병, 양명병, 소양병, 태음병, 소음병, 궐음병의 순서로 전 도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태양병이 양명으로 전해지면 순경전이며, 소양에서 태음으로 전해져도 순경전입니다. 그러나 소양에서 양명으로 전해지면 순경전이라 하지 않는 데 상한론의 순서가 이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경맥 혹은 두 경맥 이 상을 넘어 전해지는 것은 모두 월경전越經傳이라 합니다. 태양에서 직접 궐음으로 전해지면 월경전이며, 태양에서 소양, 태음, 소음으로 전해지는 것도 모두 월경전입 니다. 그리고 이른바 표리전表裏傳은 양방향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태양에서 소음, 소음에서 태양으로 전해지는 것이 표리전입니다. 태음과 양명사이에서 사기가 서로 전해지는 것도 표리전입니다. 부처전夫妻傳은 표리전을 아주 드물게 일부 사 람들이 달리 부르는 이름인데, 이런 주가(注家)의 책을 읽을 때는 가정 내에서 부부 사이에 서로 감염된 것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표리 두 경맥사이에 사기가 서로 감염된 것을 부처전이라 한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이름들은 오늘날 우리의 실제 임상에서는 실제적인 의의가 없지만 상한을 배우면서 주가의 저작을 보려면 이런 술어들을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이 육경의 전경입니다.
다음은 육경의 변증變證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육경의 변증은 육경병을 실치失治 혹은 오치誤治한 뒤에 나타나는 증상이라는 개념 으로 보면 됩니다. 무엇이 실치일까요? 바로 때 맞춰 치료하지 못한 것입니다. 무엇 이 오치죠? 바로 마땅치 못한 치료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한법汗法을 사용해야 하는 데 하법下法을 사용한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육경병을 실치 혹은 오치하게 되면 그 뒤 임상증상이 변화하는데, 이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뒤 나타난 병증들을 육경의 이름으로 명명하기에는 마땅치 않았을 때 후세의가들이 이를 변증變證이라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병이 실치, 오치한 뒤 발생한 새 증후 가 양명병에 속한다면 양명병이라 부르고, 소양병에 속한다면 소양병으로 불러야 되며 이런 경우는 변증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고 말입니다. 오직 이런 새로운 증후 가 육경병에 속하지 않아 육경으로 이름붙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후세의가들이 이 모두를 통틀어 변증이라 한 것입니다. 상한론 속에서는 이들을 괴병壞病이라고도 했습니다. 여러분이 전형적인 육경병을 부적당하게 치료하거나, 때맞춰 치료하지 못하여 이 질병에 변화가 생기면 어떤 사람은 당신이 병을 무너뜨려 놓았다고(망쳐 놓았다壞)고 말할 것입니다. 이 괴병壞病을 치료하려면 비교적 많이 힘들기 때문에 중경이 이를 괴병이라 한 것입니다. 이게 변증이래도 좋고, 괴병이래도 좋은데 ,그 증상은 혹은 한寒하고 혹은 열熱하며, 혹은 허虛하고 혹은 실實하며, 어떤 것은 장臟에 있고 어떤 것은 부腑에 있고 어떤 것은 흉복강胸腹腔에 있어 여러 갈래로 변화하고 이리저리 얽혀 있어 치료하기 까다롭습니다. 그래서 장중경은 변증, 괴병을 치료할 때 기본원칙을 세웠는데, 그 기본원칙은 바로 '관기맥증,지범하역,수증치지觀其脈證,知犯何逆,隨證治之‘입니다.
관기맥증觀其脈證은 지금 나타난 맥상과 증후의 특징을 살피는 것인데, 지범하역 知犯何逆에서 이 ‘역逆’자를 여기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역자는 어긋난 것( 錯)이며, 잘못된 것(誤) 입니다.《광아서정廣雅書正》에서 의 역자를 해석할 때 이를 거스른다(不順)고 풀지 않고 ‘역자,착야, 오야逆者,错也,误也’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지범하역은 바로 전에 약을 어떻게 썼으며, 잘못된 치료방법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수증치지隨證治之는 그런 뒤에 그 사람의 구체적인 정황에 근 거하여 구체적이면서 상황에 꼭 맞는 치료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한론을 변증론치 저서라고 합니다만 변증론치라는 네글자는 상한론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문자상으로 볼 때 이 변증론치 정신을 집중적으로 드러낸 곳이 바로 ‘관기맥증, 지범하역, 수증치지’라는 12글자로, 이는 제16조 원문에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변증, 괴병을 치료하는 기본원칙일 뿐 아니라 상한론 중에서 한의학의 변증론치 정신을 한데 모아 문자로 드러낸 부분입니다. 그래서 늘 내가 이 부분을 강의할 때마다 학생 여러분에게 이 ‘관기맥증, 지범하역, 수증치지’란 12자를 외우라고 시킵니다.
일곱 번째 문제로 우리 육경병 발병의 특수 형식에 대해서 이야기해 봅시다.
여기에서 이 특수형식은 몇 몇 이름에 대해 해석해 보면 알 수 있는데, 하나는 합병 合病, 하나는 병병併病,하나는 직중直中입니다. 이른바 합병과 병병 이 두 단어는 상한론에서 단지 양경 곧 삼양경에서만 쓰여졌고, 삼음경에서는이 단어들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합병에 대해서 내린 정의는 무엇일까요? 두 개 이상의 양경에서 동시에 발병하는 것을 합병이라는 한다는 것입니다. 왜 둘 이상의 양경에 서 동시에 발병하는 것일까요? 이는 일반적으로 사기가 너무 왕성하여 일단 감염되 면 동시에 여러 경맥에 침투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합병의 개념입니다. 무엇을 병병이라 할까요? 병병은 한 개 경맥의 증후가 끝나기 전에 또 다른 경맥의 증후가 나타나 발병에 선후 순서가 있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병병입니다. 그리고 병병이란 이 단어도 상한론에서는 삼양경에서만 쓰여졌고 삼음경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후세의가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합병과 병병 이 두 단어의 의미를 좀 더 확충하여 음양경에 곧 하나의 양경과 하나의 음경에 동시에 발병했을 때도 합병이라 쓰기도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삼음경 중 두 개 음경이 동시에 발병한 경우도 합 병이라고 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원래 양경에만 쓰였던 병병併病을 하나의 음경 증후 가 끝나지 않았는데 다시 또 다른 음경 증후가 나타나는 경우도 병병이라 했습니 다. 이 경우들은 당연히 상한론 중에서 원래의 단어들을 썼던 관례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 점을 주의해야 됩니다.
무엇을 직중이라 할까요? 직중은 외사가 삼양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삼음으로 침범 하여 발병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여름에 날이 비교적 더울 때 어떤 이가 특별히 시원한 것을 좋아해서 집안의 에어컨을 아주 낮게 틀어놓고 서늘한 대자리를 깔고 누운 채 얼음냉수를 마시고 한숨 잤다고 합시다. 이불도 덥지 않고 자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배가 싸르르 아프면서 설사가 쭉쭉 나서 진료를 받으려고 나를 찾아 왔습니다. " 선생님. 저 설사나요." "무얼 드셨나요?" "별 거 안 먹었어요. 얼음 채운 생수 두 병 먹고나서 에어컨을 17도에 맞춘 뒤 시원한 자리 위에서 자고 났더 니 이 모양이 됐어요" 이게 바로 태음직중太陰直中입니다. 왜 황제내경에서 춘하春 夏에 양양養陽하고, 추동秋冬에는 양음養陰하라 했을까요? 봄, 여름에는 자연계의 양기가 왕성하여 사람들이 모두 시원한 것을 찾게 되고, 찬 것을 마시기 쉽지만 이 시기에는 오히려 시원한 데를 찾거나, 찬 것을 마시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하여 자 기의 양기를 보호하여야 합니다. 추동에 양음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가을, 겨울에는 날이 비교적 차서 사람들이 맵고 칼칼한 것, 따뜻하고 마른 음식물을 많 이 먹게 되는데, 이런 음식물을 먹고 나면 자기의 음액陰液을 소모시키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을, 겨울에는 음식 등의 섭생에서 반드시 자기의 음액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생활해야 한다는 그러한 뜻입니다.
소음직중少陰直中은 더욱 엄중한 상황을 만듭니다. 서양에서는 특별히 유행성 독 감을 두려워하는데, 한 번 유행성 독감이 발생하면 많은 노인들이 사지가 차가워지 고, 혈압이 내려가며, 정신이 위축되어 우리가 소음병에서 말하는 '맥미세, 단욕매, 사지궐냉脈微细、但欲寐、四肢厥冷‘ 증후와 매우 비슷하여 이런 정황이 발생한 뒤 에는 사망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특별히 서양에서는 해마다 유행성 독감으로 많은 노년허약자가 사망하는데, 그들은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모두 소음직중으로 사 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노파상한소파로老怕傷寒少怕勞-늙어서는 감기가 겁나고 젊을 때는 결핵이 겁난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늙어서 상한을 조심하라는 이유는 늙어지면 신 양腎陽이 허쇠하여 밖에서 들어온 한사寒邪로 직중소음이 되는 것이 겁난다는 말이고, 젊어서 결핵을 조심하라는 말은 젊은이들은 지나친 성적 과로 등으로 신음 腎陰이 고갈되어 결핵에 걸리기 쉬우므로 결핵이 겁난다는 말입니다. 현재는 항결핵약품이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어린이들의 영양이 점점 좋아져서 결핵이라는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해결되었습니다만 노인이 유행성 감기를 조심해야 된다는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상한은 하허下虛한 사람 곧 하양下陽이 허손하여 신양腎陽이 부족한 사람에게 심각하게 작용하므로 이런 사람들이 유행성 감기에 걸리면 소음직중의 특징들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소음직중의 병증은 비교적 위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