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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경전 인식-2

臥嘗 齋 2019. 1. 14. 06:01

(2)고전음악과 유행음악

경전의 특수함과 그 현대서적과의 차이를 매우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관계이다. 고전 음악과 유행음악은 현대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느껴보라!

젊은 사람들에게나 심지어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행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며,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를 설문을 만들어 조사해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설문은 해보나마나 거의 모두가 유행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을 것 같다. 대중 가수의 콘서트에는 청중이 미어터지게 모여 가수가 무대에 올라오면 흥분해 소리 지르고 때로는 미친 것 같아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그런데 고전음악의 연주회는 어떤가? 앞과는 아주 딴판이어서 연주회장은 조용하여 청중도 별로 없고 곡이 끝나면 여기저기 약간의 박수소리만 날 뿐이니 그 차이는 엄청나다.

현대 사람들은 왜 유행음악은 좋아하는데 고전음악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이는 매우 심각히 고려해 봐야 할 만한 문제로 아마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것 같다. 이런 현상으로 우리는 많은 문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유행가곡은 예를 들어 사랑을 노래할 때는 죽자 사자 사랑하고, 미친 듯이 빠져드는 것을 노래하여 여러분이 어떤 때 어떤 마음가짐이든지 듣자말자 바로 사랑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가볍고 솔직한 음악이다. 그런데 고전음악은 어떠한가? 유행음악과는 달라 만일 베토벤의 월광교향곡을 들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를 기울여 진지하게 감상하지 않는다면 이 곡의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낼 길이 없다.

음악과 가곡이 모두 속마음을 풀어내고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유행가곡은 고전음악에 견주어 볼 때 더욱더 직접적이고 솔직하지만 바로 옛 사람들이 말한 바대로 서불진언書不盡言, 언불진의言不盡意”-글을 쓰고 말을 하지만 속마음과 뜻을 다 말하지는 못하는 것-라고 할 수 있다. 매우 깊숙한 내심세계와 복잡한 감정을 이렇게 얕고 솔직한 선율로 드러낼 방법은 아예 없다. 그런대도 왜 여러분들이 오히려 이렇게 편애하는가? 이런 쏠림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들뜬 심리와 현대인이 빨리 성과와 이익을 거두려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겨를 불어내어 쌀을 바로 보듯이 무엇이던지 금방 성과를 거두려고 하며, 조용히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 보려하지 않으니 이런 상황은 우리를 걱정스럽게 한다.

한의학계에서 왜 경전과목을 없애려 하는가? 왜 경전의 중요성이 날로 낮아지는가? 한의학계의 이런 상황은 바로 앞에서 설명한 몇 가지 예로 설명될 수 있다. 경전은 고전음악에 견줄 수 있으며, 여러 교재들을 포함한 현재의 이런 서적들은 바로 유행가곡에 비유된다. 경전의 문자는 현대의 교재처럼 알아보기 쉬워 척 보면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느끼고 깨닫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이런 과정이 고전음악을 감상하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 참으로 그 미-의미를 느껴 깨닫는 것은 결코 그렇게 쉽지 않지만 일단 그 맛을 느껴서 깨치고 나서야 여러분은 그 참된 의의를 알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음악의 참된 생명력이 고전음악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의학의 진정한 생명력도 경전 속에 있다고 본다.

모두들 차를 마셔보고 음료수들을 마셔보았을 텐데 차와 음료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음료는 마개를 따면 마실 수 있어 바로 그 내용물의 맛을 볼 수 있으므로 매우 편하다. 그렇지만 차는 그렇게 쉽지 않아서 물을 끓이고 찻잎을 담궈 우려내야 하니 시간과, 노력, 기술이 필요하며 또 천천히 음미하여야 하므로 음료수에 비하여 번거롭기 짝이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이 귀찮아 차라리 음료수를 마시고 만다. 그러나 마신 뒤에 혀 끝에 남는 맛은 음료수가 차와 비교될 수가 없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 같은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경전을 읽는 것과 후세의 책을 읽는 것도 차를 마시고 음료를 마시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하니 여러분들도 진지하게 파고들어 그런지 아닌지를 느껴보기 바란다. 우리가 음료를 마시는 눈빛으로 차를 바라보아서는 안 되듯이 유행음악을 기준으로 하여 고전음악을 저울질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차를 음료수 마시듯이 마셔버리면 차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