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에 대한 중의학 연구 동향-5
2.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의 혼백(魂魄)
내경이 이루어진 시기는 늦어도 동한(東漢)시기의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이 만들어지기 전이며 일러도 유흠(劉歆)의 칠략(七略)이전으로 비정된다. 일반적으로 영추(靈樞)는 문자가 소문(素問)보다 의미가 얕고 쉬워서 소문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소문에서 영추를 인용한 부분도 있다10).
어떻든 혼과 백은 내경에서 별로 많이 언급되지는 않았는데 혼백이 한 단어로서는 영추에서만 13회 나오고, 혼만으로는 소문에서 4회, 영추에서 6회, 백 만으로는 소문에서 8회, 영추에서 7회 나타난다.
혼백은 한 단어로서는 정신혼백(精神魂魄), 영위혼백(營衛魂魄), 신기혼백(神氣魂魄), 정신혈기혼백(精神血氣魂魄), 혼백비양(魂魄飛揚), 혼백불산(魂魄不散), 혼백필구(魂魄畢具), 수혼백(收魂魄), 혼백산(魂魄散)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정신혼백(精神魂魄), 영위혼백(營衛魂魄), 신기혼백(神氣魂魄), 정신혈기혼백(精神血氣魂魄)으로 쓰인 용례와 혼백비양(魂魄飛揚), 혼백불산(魂魄不散), 혼백필구(魂魄畢具), 수혼백(收魂魄), 혼백산(魂魄散)의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앞의 경우는 정, 신, 혈, 기, 영, 위가 혼백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정, 혈, 위와 신, 기, 위가 각각 음양으로 나누어지듯이 혼백도 음양으로 나누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혼백비양(魂魄飛揚), 혼백불산(魂魄不散), 혼백필구(魂魄畢具), 수혼백(收魂魄), 혼백산(魂魄散)은 혼백이 다 갖추어져야 건강한 상태이며 인데 혼백이 일시 비양하거나 흩어짐으로써 몸을 떠날 수도 있으며, 완전히 떠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를 다시 거두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소문과 영추에서 혼과 백이 따로 분리되어 쓰여 진 경우는 대개 오신(五神) 중의 두 부분으로서 쓰여 진 경우이다. 혼(魂)은 수신왕래(隨神往來)하여 간(肝)에 존재하며 지나친 비애(悲哀)로 인해 간(肝)이 손상되면 혼(魂)에 이상을 초래하여 정신이 흐릿해질 수 있다고 하였으며, 백(魄)은 병정이출입(幷精而出入)하여 폐(肺)에 존재하며 지나친 희락(喜樂)으로 폐(肺)가 손상되면 미칠 수 있다고 하였다.
오신은 혼백의지신(魂魄意志神)으로 현상적으로 관찰되는 기본적인 정신활동으로 이를 오장(五臟)에 배속하여 해석하는 방식이 한의학에서의 정신 현상 관찰법으로, 즉 정신활동이나 정신현상은 오장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11). 그 중 혼(魂)은 충동관능(衝動官能)으로 침정(沈靜)한 정신 상태를 의식적 정신 상태로 발동시키는 정신의 충동 경향성을 의미하고, 신(神)은 신명관능(神明官能)으로 생물의 활동 현상 중 가장 신명(神明)한 정신 발현의 힘인 생명활동의 추진기능으로 보고 있으며, 의(意)는 인격관능(人格官能)으로 충동을 받아 일어나는 정신적 현상을 자아적으로 통합하고, 인격적으로 통일 발현함으로써 자기 의식화하는 정신 활동이며, 백(魄)은 검열관능(檢閱官能)으로 생명 존속에 불리하도록 무질서하게 일어나는 욕망적 충동을 적당히 억제하는 정신활동의 억압 경향성이며, 지(志)는 작강관능(作强官能)으로 의식을 정화하여 이를 저장하는 것으로 무 의식화 된 충동을 의식화 시키는 정신활동의 관념화 경향성을 의미한다고 보기도 한다11).
이와 다르게 신을 모든 정신활동과 그 과정을 주관하는 존재로 보고 오신은 이 정신활동작용 혹은 그 과정인 인지(認知), 사유(思惟), 의지(意志)과정을 오장으로 나누어 묘사한 것으로 감각, 지각, 주의, 기억, 사유, 상상, 판단, 의지(感覺, 知覺, 注意, 記憶, 思惟, 想像, 判斷 意志) 등을 포괄한다는 견해도 있다12).
내경에서 나타난 그 외의 쓰임새로는 혼(魂)의 경우 소문 자법론(刺法論에서 혼유어상(魂游於上), 흡인신혼(吸人神魂)에서 정신의 일부분으로 양적(陽的)인 부분을 강조하여 쓰였고, 백(魄)은 소문에서 백한(魄汗), 백문(魄門)의 형태로 나타났다. 백한은 모두 장(藏) 혹은 진(盡)과 관계가 있었으며, 자한(自汗), 신한(身汗), 박한(薄汗)의 해석이 있으나 박한이라 보는 것이 가장 옳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13).
백문은 항문인데 왕빙은 항(肛)의 문(門)이라서 안으로 폐와 통하기 때문에 백문이라 하였다고 했고 단파원견(丹波元堅)은 조박(糟粕)이 나가는 문이란 뜻인 박문(粕門)이라고 했다. 백문을 귀문(鬼門), 현부(玄府)로 보아 피부의 모공을 가리킨다는 학자도 있다14).
이와 같이 내경의 혼백의 용례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내경 이전에 이미 혼백이 의미하고 있던 신(神)을 음양으로 나누어 보던 구조적인 관점에서 정신활동을 오행으로 나누어 보는 기능적 관점으로 발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